새누리 백서 "총선 참패, 이한구의 독단이 결정적"

책임 소재 밝히지 않았지만 청와대·친박에 비판 쏠려

등록 2016.07.17 15:35수정 2016.07.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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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3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승민 의원의 탈당 관련 입장발표와 공천위 종료를 선언하고 있다. ⓒ 이희훈


"얼렁뚱땅 구성된 공천관리위원회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공관위원들이 친박(친박근혜) 중심으로 이뤄졌다. 위원들의 자질도 대내외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새누리당 사무처 당직자들이 내놓은 20대 총선 참패 원인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는 "공천과정에서 특정인물 찍어내기, 특정계파 솎아내기가 만연했고 국민과 언론 모두가 이를 우려하고 만류했지만 공관위원장, 외부위원들은 공천학살을 자행했다", "당의 텃밭인 대구의 한 지역구 공천의 경우 계파 갈등의 정점으로 국민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특정계파의 불합리한 행태를 질타하는 분위기도 있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는 새누리당이 17일 펴낸 <국민백서-국민에게 묻고 국민이 답하다>의 일부 내용이다. 앞서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백서를 제작하기로 하고 그 집필 및 감수를 외부에 맡겼다. 제작 결정 3개월 만에 총 291페이지 분량의 백서가 이날 공개된 것이다.

유권자·당직자·출입기자·전문가 모두 "공천파동이 문제"

"국민의 목소리를 통해 패배 원인을 진단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해법을 찾는다"는 취지 아래 집필된 만큼 그 내용은 주로 당의 입장이 아니라 외부의 평가가 주를 이뤘다. 또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독단을 문제 삼은 부분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인적 책임 소재는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백서 내용 전반이 겨냥하는 바는 예상대로였다. '막장공천'이 총선 패인의 가장 첫 머리에 오른 것이다. 사무처 당직자들은 "공천 과정에서의 계파 갈등"을 가장 큰 패인으로 선택했고, '당 사무처와 공조직이 선거 준비 과정과 선거 기간 중에 가장 잘못한 일은 무엇인가'는 질문에도 "공관위의 행태 및 공천 전반"을 1순위로 꼽았다.

수직적인 당청관계에 대한 질타도 눈에 띄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거리'를 중심으로 현 여권의 권력 및 계파 구도가 짜여진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지난 총선의 공천 파동과 연관된 문제다.


사무처 당직자들은 "청와대와 당이 수직적인 관계가 되면서 국민은 '정부나 새누리당이나 똑같다'고 생각하고 여당을 '하청 정당'으로 여겼다"며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 이후 당은 견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 결과 현 정부의 실패는 당의 실패가 됐고 실망한 국민은 투표로 심판했다"며 "국민 목소리에 귀를 닫고 청와대만 바라보는 정당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표적집단면접조사(FGI)과 인터뷰, SNS 등을 통해 수집한 일반 유권자의 시선도 사무처 당직자와 다르지 않았다. "결국은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서 미운털 박힌 사람한테 공천 안 주겠다는 거죠", "김무성 대표의 도장런은 추태의 절정이었음" 등 수집된 일반 유권자의 의견도 가감없이 그대로 실렸다.

이에 대해 백서에서는 "국민이 새누리당 계파 갈등을 가장 첨예하게 느낀 것은 '공천과정'"이라며 "'배신의 정치'로 지목된 유승민 의원은 결국 공천을 받지 못하고 당을 떠났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 청와대가 친박, 비박을 가르고 선거에 깊이 개입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정리했다.

또 "공천 막바지에는 김무성 대표의 '옥새파동'까지 벌어지면서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라 국민은 큰 충격에 휩싸였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당이 여론조사 업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 20~50대 수도권 거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FGI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라는 질문에 성별을 불문하고 모든 응답자들이 '대통령'과 '공천갈등'을 거론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동일시하고 공천갈등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당을 보고 있는 셈이다.

'SNS 국민여론수렴위원회'를 구성해 당 페이스북 계정으로 수집한 SNS 여론도 마찬가지였다. 당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이 수집됐지만 가장 많은 의견은 '공천갈등'과 '소통부재'였다"며 "공천 과정에서 국민을 무시한 계파 간 권력싸움이 원인이었다", "공관위와 당대표의 무식한 공천, 지역 여론을 무시한 밥그릇 싸움"이라는 SNS 의견을 그 예로 제시했다.

당 출입기자단 1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공천파동"이 응답자의 49.0%의 선택을 받아 총선 참패 원인 1순위로 꼽혔고 '당 혁신의 최우선 과제'를 묻는 질문에서는 '당청관계'가 응답자의 30.0%의 선택을 받아 가장 첫 머리에 꼽혔다.

"무례한 행태로 '진박당' 만들려던 공천과정이 결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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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대구경북선대본부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대구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이 지난 4월 6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대구시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한 후 큰 절을 올리고 있다. ⓒ 조정훈


각 분야 전문가들의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익명의 서울 소재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백서에서 총선 참패 원인에 대해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컸다, 불통 이미지, 당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반발을 불렀다"면서 "특히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독단이 민심 이반의 원인으로 크게 작용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선승리를 위해 새누리당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는 질문에는 "가장 큰 과제는 당내 친박, 비박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현 정부와 일정하게 선을 긋고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짚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공천 과정에서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보여준 오만함, 공천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은 '정말 개판이구나'라고 생각한 것"이라며 "자기 사람을 내려꽂고 현 정부의 장·차관들이 대구로 우르르 몰려가는 걸 보면서 국민은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걱정하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무리한 방식, 국민에게 무례한 행태로 '진박당'을 만들려던 공천과정이 결정타였다(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유승민 의원 사태는 선거 결과보다 선거 후 친박 위주의 정당을 만드는 게 우선순위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렀다(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평가가 나왔다.

한편,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이 백서 내용을 정리, 분석한 후 당 혁신 작업에 반영할 예정이다.  다만, 친박 측의 '막장공천'을 최대 패인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을 표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희옥 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지상욱 대변인을 통해 "당이 어려워진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국민이 지적한 대로 계파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백서 자체가 당의 발전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공천파동 #친박 #이한구 #총선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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