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하는 장애인에 성수만 뿌려"
천주교 신부 '장애인 학대' 논란

신부, 중증장애인들 상대 연금횡령·인권유린 의혹... 시설 측 "사실무근"

등록 2016.07.27 11:40수정 2016.07.2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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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속 신부가 경기도 가평의 한 중증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장애인 인권 유린 및 보조금.연금 횡령과 직원 부당 해고 등 불법을 자행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해고된 9명 직원 중 나형윤(33)씨는 1급 중증장애인이다. 그는 이를 제보하며 "같은 장애인으로서, 성직자 탈을 쓴 신부가 장애인을 이용하는 걸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시설에서는 상한 닭을 주방세제로 씻어 먹이거나, 신경치료가 필요하다는 입소자 치아를 개인 결정으로 뽑았다고 한다. "한명이 발작 증세를 보이자 성수를 뿌리고 주기도문을 외웠다".
  • 박 신부는 2014년 천주교에서 '휴직 처분, 성무 집행정지'를 받았으나 반발하며 매주 미사를 드리는 등 교구 결정을 무시했다. 그는 대표로 있던 법인에서도 횡령 등으로 해임됐다.
  • <오마이뉴스>가 1개월간 취재 결과, 천주교-정부-법인 모두 박 신부가 '문제 신부'라는 데 동의했으나 책임은 서로 떠넘겼다. 그러는새 사각지대에서 또 다른 피해자들이 생겼다.
 천주교 신부가 세운 경기도 가평의 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3일 가족들이 시설을 방문한 당시, 시설 측과의 마찰로 인해 인근 경찰들이 출동한 모습(뒤에 보이는 시설은 위 시설과는 상관없음).
천주교 신부가 세운 경기도 가평의 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3일 가족들이 시설을 방문한 당시, 시설 측과의 마찰로 인해 인근 경찰들이 출동한 모습(뒤에 보이는 시설은 위 시설과는 상관없음).유성애

천주교 소속 신부(서울대교구)가 본인이 세운 경기도 가평의 한 중증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장애인 학대 및 연금 횡령 등 불법과 전횡을 저지른 의혹이 제기됐다. 이 시설에는 작년에만 약 5억 원의 국가보조금이 지급됐다. 일부 직원의 내부고발로 인해 경기도와 가평군청 등이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섰지만, 이 신부는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했던 일부 직원들은 지난 6월 한꺼번에 해고됐다. '불성실한 근무를 했다'는 게 해고 사유였다. 보조금을 지급하는 가평군청도 이는 '부당해고'라며 복귀시키라고 했지만, 신부 측이 해고 직원들을 못 들어오도록 시설 문을 잠그는 등 협조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해고된 직원은 물론 입소자들의 가족까지 나서서 '문제적 인물'이라고 지목한 사람은 바로 30여 년 전 이 시설을 세운 박성구 신부(68세, 세례명 요셉)다.

해고 직원들에 따르면 이 시설에서는 불법적이고 비상식적인 일이 자행됐다. 음식재료로 상한 닭을 주방세제에 씻어 먹이거나 유통기한이 2~3년 지난 의약품을 쓰는가 하면, 치과신경치료가 필요한 지적장애인의 치아를 직원이 임의로 결정해 발치한 일도 있었다는 것. 특히 박 신부가 시설에 입소한 지적장애인들을 시위에 동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제는 이 시설이 속해 있는 상위 사회복지법인 기쁜우리월드(서울 소재, 등기부상 자산 총액 258억 원)가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박 신부가 속한 천주교 서울대교구 마저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사실상 방관하면서, 입소자 가족들은 "애꿎은 아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항의하고 있다.

"신부가 하는 곳이라서 믿고 아들을 데려왔다"는 거주시설 이용자(2급 지적장애)의 어머니는 "천주교(서울대교구)도 군청도 모두 법인(기쁜우리월드) 탓만 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개·돼지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입소자 가족도 "박 신부는 기부금을 강요하는 등 종교인의 탈을 쓰고 장애인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부금 강요나 회계부정 사용, 시설 이용자 인권 침해 등은 모두 명백한 현행법 위반 사항이다. 사실일 경우 최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벌금형에 처한다. 그러나 박 신부 측은 18일 서면을 통해 모든 의혹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기부금 강요에 대해서도 "사제로서 나는 단 한 번도 가족들에게 돈을 강요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박성구 신부는 30여 년 전 이 시설을 세운 뒤 작년까지 시설장으로 근무했으나 12월 말 해임됐다. 해고 직원 중 한 여성은 "박 신부는 권한이 없음에도 여전히 시설장으로 모든 행정업무를 하고 있다"며 "그분은 입소자 가족들 몰래 장애인 연금을 빼서 자기 돈처럼 썼다, 이에 반발한 직원들은 다 잘리고 지금 추종자들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경기도 가평의 한 시골 마을, 중증장애인 40여 명이 모여 사는 이 시설에서 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의혹①] 기부금 강요 : 입소자 가족들 "거부하니 퇴소 협박"


1976년 사제수품을 받은 박성구 신부는 1980년대부터 중증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법인(기쁜우리월드)을 세우고 수도회를 설립했다. 박 신부는 중증장애인시설 외에도 노인요양시설과 여성장애인시설 등을 경기 가평에 세웠고, 이 시설들이 모여 하나의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다. 입소자 가족들은 "박 신부는 자기가 만든 왕국 안에서 교주처럼 살고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고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부님은 형제들 앞으로 나오는 국가보조금과 연금을 마치 자기 돈처럼 유용했고, 입소자 형제들을 볼모로 삼아서 가족들에게 기부금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장애인 형제들에게 '소풍 가자, 놀러 가자'고 속여서 시위에 동원했어요."

작년 9월 직원으로 입사했다가 최근 해고된 나형윤(33)씨의 말이다. 나씨도 양쪽 팔꿈치 아래가 없는 중증장애인이다. 그는 "보다시피 저도 1급 장애인"이라며 "성직자 탈을 쓴 신부가 장애인을 이용해 장사하는 걸 보고 참을 수 없었다, 같은 장애인으로서 인권 유린이라고 생각해 제보했다"고 말했다. 입소자의 가족을 취재한 결과, 일부는 실제 신부 측으로부터 기부금을 강요당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거주시설은 가평에 있지만 시설입소자의 가족은 전국에 퍼져 산다. 지난 6월 5일, 입소자 가족 20여 명이 아이들을 만나러 시설에 모였다. 박 신부 측 직원으로 알려진 K씨(70대 여성)와 S씨(40대 여성)가 당시 가족마다 빈 봉투 2~3매씩을 나눠주며 "신부님 활동비가 필요하니 기부금 봉투에 사인하라"는 식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아들(28세, 2급 지적장애)이 시설에 있는 이태호(59, 서울 거주)씨는 "(회의 때 시설 직원들이) 신부님 돈이 필요하니 가족들도 상납해야 한다는 뉘앙스로 말을 했다"면서 "저를 비롯해 가족 다수가 이를 미뤘는데, 다음날 시설에서 바로 '아드님 가정보호 필요'라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보복성 퇴소 협박"을 받았다는 얘기였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회복지 지원을 위해 기부금을 모집하는 경우에도 기부자의 의사에 반해 기부금품을 모집해서는 안 된다. 또 시설장애인 금전관리지침에 따르면 원래 금전 지출 등에 있어서는 가족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아들 김아무개(34, 2급 지적장애)씨를 시설에 보낸 어머니 도아무개(61)씨도 비슷한 협박을 당했다고 한다. 도씨는 "신부 측은 금액이나 용도도 말해주지 않고 사인만 하라고 했다, 입소자들 돈을 마음대로 빼겠다는 건데 이건 '백지 수표'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반발하자 다음 날 그에게도 같은 내용의 '퇴소 요청' 문자가 왔다고 한다.

도씨는 "그 날 대표로 나섰던 제게 보복을 하겠다는 의미"라며 "박 신부는 예전에도 아이들 통장에 손을 댔다가 걸린 적이 있다. 예전엔 불법인 줄 잘 몰라서 그냥 넘어갔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설 입소자 가족을 만나 취재한 결과, 일부 가족들은 실제 신부 측으로부터 기부금을 강요당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보복성 퇴소 협박을 받았다"는 증언이다(사진).
시설 입소자 가족을 만나 취재한 결과, 일부 가족들은 실제 신부 측으로부터 기부금을 강요당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보복성 퇴소 협박을 받았다"는 증언이다(사진). 가족 측 제공

[의혹②] 장애인 연금 유용·국가보조금 횡령 : "전횡 저질러 검찰 고발"

박 신부 측 압박을 견디다 못한 도씨와 이씨 등은 결국 입소자 가족을 대표해 신부 측 직원 2명을 공금횡령 및 협박 등 혐의로 가평경찰서에 신고했다. 해고된 직원 나형윤씨도 박성구 신부를 연금 횡령 등 혐의로 의정부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나씨는 검찰에 낸 서류에서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박 신부는 입소자 병원비와 시설 기부금을 법인.시설 명의 통장으로 받아야 함에도, 본인 이름으로 된 통장으로 받아 약 2억 원을 사적으로 횡령한 의혹이 있다", "4월 말에도 입소자 동의 없이 2240만 원을 빼낸 흔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직 총무였던 나씨는 이를 입증할 회계 자료도 함께 제출했다.

[의혹③] 인권 유린 : "발작하는 장애인에 성수 뿌리고, 시위에 동원"

이 시설에서는 상한 닭을 세제로 씻어 입소자들에게 먹인 적도 있다고 한다. 나씨 등 해고 직원들이 건넨 녹취에는 작년 11~12월 조리사와 함께 주방에서 일한 직원들의 음성이 담겨있다. 한 직원은 "그때 (조리사가) 날짜 지난 닭을 락스인지 트리오에 넣고 빨았었다, (오래 돼서) 미끄덩대니까"라고 말했고, 또 다른 직원은 "썩는 냄새가 났다. 그래서 나도 (조리사에게) '이걸 어떻게 먹느냐, 그러지 말라'고 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신부 측은 이와 관련 "처음 듣는다"고 해명했다.

해고 직원에 따르면 지난 6월에는 치과에서 한 입소자에게 신경치료가 필요하다고 하자, 신부 측 직원이 보고 없이 개인적으로 발치를 결정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실제 기자가 지난 3일 시설을 방문한 당시,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해당 입소자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이빨 뽑았다던데 사실이냐, 아프지 않았냐"라며 안타까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폭행을 본 적은 없으나, 입소자 중 한 명이 발작 증세를 보이자 신부 측 직원인 간호조무사가 그에게 성수를 뿌린 뒤 입을 막은 후 주기도문을 외우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또 지난겨울 입소자 중 한 분의 눈이 부어 물어봤더니, 박아무개씨(신부 측 직원)가 때렸다고 한 말을 전달받은 적이 있습니다." (해고된 직원 나형윤씨)

해고 직원들이 제기하는 또 다른 의혹은 "장애인을 시위에 앞세워 본인 잇속을 채웠다"는 것이다. 이들은 2012년~2014년 가평군청 앞 보조금 촉구 시위, 2014년~2015년 충북 음성 꽃동네 반대 시위 등을 예로 들었다. 무슨 시위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지적·지체장애인들에게 문구가 새겨진 조끼를 입히고 팻말을 들게 한 뒤 세워 놓는다는 설명이다.

박 신부는 과거 가평군청 앞에서 국가보조금을 지원해 달라며 380일 정도 시위를 했다고 한다. 함께 제시된 사진에는 입소자들이 박 신부와 함께 "가평군수는 도둑놈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도둑놈이다"라는 등의 팻말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찍혀있었다.

 해고된 직원들은 또 박 신부가 "장애인들을 시위에 앞세워서 본인의 잇속을 채웠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과거 박 신부(가운데 마이크) 등이 가평군청 등 앞에서 보조금 촉구 시위를 하는 모습. 뒤늦게 이를 안 입소자 가족들은 최근 신부 측에 "아이들을 시위에 동원하지 말 것"을 정식 요청했다.
해고된 직원들은 또 박 신부가 "장애인들을 시위에 앞세워서 본인의 잇속을 채웠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과거 박 신부(가운데 마이크) 등이 가평군청 등 앞에서 보조금 촉구 시위를 하는 모습. 뒤늦게 이를 안 입소자 가족들은 최근 신부 측에 "아이들을 시위에 동원하지 말 것"을 정식 요청했다.해고 직원 측 제공

직원들은 또 증거로 지난 1월~4월 작성된 '직원회의 일지' 문건을 공개했다. 이는 박 신부 주관으로 매주 열린다고 한다. 문서에는 박 신부가 이를 검토했다는 의미로 직접 사인한 흔적이 남아있는데, 여기에는 비상식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당장 5000만 원이 필요하니 장애인 수당·직원 퇴직적립금에서 빌려 빚을 갚겠다, 가평군청이 이를 문제 삼으면 시위를 통해 막아내겠다"는 문구가 그것이다.

입소자들 가족은 해고된 직원들로부터 이런 사실을 최근에서야 듣게 됐다고 한다. 가족들은 이에 서류를 만든 뒤 연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을 시위에 동원하지 말 것"을 신부 측에 정식으로 요구했다. 박 신부 측은 이와 관련해 18일 "시위는 100% 장애인들이 자발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해고 직원들은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재반박했다. 박 신부는 지난 6일에도 중증장애인 20여 명을 서울 강서구 기쁜우리월드 법인 산하 복지관에 데려가 시위에 동원했다는 것이다. 일부 직원이 당시 촬영한 영상에 의하면, '어디 가냐'는 질문에 한 지적장애 입소자는 "놀러 간다", "어디로 간다는데 어딘지는 몰라요"라고 말한다. 다른 입소자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시위가 비자발적이라는 설명이다.

 해고된 직원들이 공개한 '직원회의 일지(사진)'에 따르면, 여기에는 "가평군청이 이를 문제 삼으면 (장애인)시위를 통해 막아내겠다"는 내용도 나온다.
해고된 직원들이 공개한 '직원회의 일지(사진)'에 따르면, 여기에는 "가평군청이 이를 문제 삼으면 (장애인)시위를 통해 막아내겠다"는 내용도 나온다.해고 직원 측 제공

박 신부는 한편 65억 횡령 등을 저지른 혐의로 작년 6월 복지법인 대표이사에서 해임됐으며 이에 따라 이 시설의 시설장직에서도 작년 말 해임됐다. 그럼에도 그는 직원회의 등에서 공공연히 자신이 여전히 법인 대표이며 시설장(원장)이라고 주장했다. 4월 작성된 직원회의 문건에는 "누구든지 원장에게 대들지 마라", "신부님 빚은 직원들이 월급에서 떼서 후원금으로 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의혹④] 교회법 위반 : 미사 금지됐지만... 강론서 "돈 필요하다"

박 신부는 실정법뿐 아니라 교회법을 위반한 정황도 있다. 그는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던 사회복지법인 '기쁜우리월드'에서 업무상 배임·횡령 등을 한 혐의가 서울시에 적발되면서, 2014년 8월께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으로부터 '휴직' 처분과 함께 '성무 집행 정지'를 받았다. 이에 따르면 박 신부는 사제로서 미사 집전 등이 금지된다.

그런데도 박 신부는 "(이는) 교구의 일방적 처사다, 미사는 적법하다"고 주장하며 가평 시설 내에서 매주 미사를 드린다고 한다. 14일 오후 가평군 해당 시설을 찾아 취재한 결과, 박 신부가 가톨릭 전례복을 입고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박 신부는 당시 강론에서 "직무정지가 해지되길 기도", "제 경매 빚을 청산"이라는 등 신변잡기식 이야기를 주로 했고, "가장 심각한 문제 65억 원을 어떻게든 갚을 수 있게(…) 당장 8월 말까지 3000만 원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190만 원밖에 없다, 채워 달라고 기도하자"는 등을 이야기했다.

박 신부는 또 앞서 자신이 세운 노인시설의 입소자들에게 총11억 5000만 원을 빌렸다가 갚지 않아 2014년 7월 법원에서 지급 명령을 받기도 했다. 앞서 시설에 살던 한 노인은 2014년 초 이런 내용을 서울 강서구청과 법인 등에 민원으로 넣으면서 박 신부의 미사 등 기이한 행동에 관해 썼다.

"제게 닥칠 불이익이 두려워 꾹 참았지만(…) 매번 미사 참석은 고문 수준입니다. 미사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님과 복지부 장관 등의 옷을 벗겨야 된다며 교황님도 각성하라는 등 황당한 주장을 해 지쳤습니다. 박성구 신부님은 어른 비난·공격 등으로 사제 품위를 실추시키고, 채무상환 능력도 없으면서 교회 밖에서 대출을 겁내지 않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내부 비리를 고발하면서 경기도청과 국가인권위, 고용노동부 등에서도 현재 시설 측을 조사 중이나, 신부 측은 안하무인격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21일 경기도청 등이 지도점검을 위해 시설을 찾았지만 문을 굳게 잠가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박 신부는 군청 면담 요구에도, 노동부의 출석 요구에도 불응하고 있었다.

문제의 시설은 현재 사회복지법인 기쁜우리월드 산하 시설이다. 시설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감시·감독할 책임은 정부뿐 아니라 법인에도 있다. 그러나 21일 군청 담당자는 "법인의 현 대표이사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군청과 긴밀히 소통하던 사람이었다.

해고된 직원들은 "박 신부가 법인을 세운 전직 대표이사다, 해당 법인을 만든 사람이라 새 대표이사도 함부로 어쩌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현 대표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받지 않았고, 법인 사무국 직원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천주교·법인 측 '방관' 아래 정부 조치도 무시... "영향력 큰 탓"

<오마이뉴스>가 7월 초부터 약 3주간 천주교 서울대교구 측과 가평군청 담당자, 익명의 법인 직원, 전직 시설 직원과 입소자 가족 등을 취재한 결과, 해당 신부가 '문제가 있는 신부'라는 데에는 다들 동의했다. 그가 교구 명령을 어기고, 실정법을 위반한 정황이 충분함에도 왜 아무도 이를 제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박 신부가 서울대교구 소속 사제로서 성직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탓으로 추정된다. 사회복지법인과 복지시설을 세우는 등 약 40년 간 장애인들과 함께 했고, 이런 영향력을 고려해 천주교 측도 그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취재가 시작되자 천주교 측은 "박 신부는 휴직 상태, 종교적인 내용이라 이유는 알려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천주교 측에 따르면 징계성 인사 발령(처분)은 휴직→정직→면직 등 강도로 이루어진다. 박 신부는 2014년 말 수도회의 불투명한 운영으로 인해 천주교 측으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음에도 결국 휴직 처분에서 그쳤다.

혹시 징계 과정에서 박 신부 측 영향력이 고려된 것은 아니었을까. 관련해 천주교 서울대교구 측에 묻자, 담당자는 "처분은 인사권자(염수정 추기경)의 판단"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교구 관계자는 또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휴직은) 기회를 주는 차원일 수 있다, 현재도 징계의 과정 중에 있는 것"이라며 "비위 상황이 생기면 인사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부가 세운 한 중증장애인복지 시설에서 연금 횡령과 인권 침해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입소자들은 본인 팔에 낙서 비슷한 자해를 하는 등 이상 행동을 하기도 했다.
신부가 세운 한 중증장애인복지 시설에서 연금 횡령과 인권 침해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입소자들은 본인 팔에 낙서 비슷한 자해를 하는 등 이상 행동을 하기도 했다.해고 직원 측 제공

서로 책임 떠넘기는 새 '사각지대' 발생, 입소자 병원 후송되기도

문제는 천주교와 정부·복지법인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이들 눈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났다는 데 있다. 최근에는 본인 팔에 낙서 비슷한 자해를 하는 등 스트레스로 인해 전에 없던 이상 행동을 하는 입소자도 생겨났다. 

해당 입소자 자녀의 아버지는 "(아이가) 전에는 이런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천주교 측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방관만 한다"며 "예전에 박 신부와 만나 한 번 지적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어쨌든 자식을 맡긴 입장이다 보니 죄스러움·미안함이 섞여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지난 6월 중순 실태 파악에 나섰던 경기도 장애인인권센터 안은자 팀장도 "시설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인권센터는 당시 조사한 내용을 근거로 박 신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늦게나마 군청·도청 등이 움직이는 모양새지만, 박 신부와 측근 직원들 비협조로 인해 조사는 더딘 상태다. 군청 관계자는 "7월 말이 기점이다, 비협조가 길어질수록 시설폐쇄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 해결이 더뎌지는 사이 시설 입소자들은 현재 거의 방치·유기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경기장애인인권센터 관계자도 "이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거주인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가는 건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오후에도 한 입소자가 갑자기 쓰러졌고, 의식이 없는 채로 119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에 후송됐다고 한다.

박 신부 "미사는 적법하다, 기부금 강요한 적 없다" 반박

박 신부는 그러나 본인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14일 <오마이뉴스> 기자가 박 신부와 만나 연금 횡령과 인권침해, 부당해고 등에 관해 묻자, 그는 "그 사람들(해고된 직원들) 말은 모두 엉터리야 엉터리"라고만 답한 뒤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박 신부 측은 이어 18일 서면을 통해 관련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인권 침해 의혹과 관련 "상한 닭을 트리오로 씻어 먹였다는 내용은 처음 듣는다", "(해고 직원들은) 시설에서 폭언·모욕 등을 저질렀다, 자신들이 한 행위를 우리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해고된 직원들은 그러나 "폭력 행사는 없었다, CCTV 전체를 공개하면 알 것"이라고 반박했다.

 14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박 신부(오른쪽)는 그러나 관련한 질문에 "그 사람들(해고된 직원들) 말은 모두 엉터리"라는 답으로 일축한 뒤 자리를 피했다.
14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박 신부(오른쪽)는 그러나 관련한 질문에 "그 사람들(해고된 직원들) 말은 모두 엉터리"라는 답으로 일축한 뒤 자리를 피했다.유성애

 박 신부 측은 18일 서면을 통해 "기부금 강요는 없었다"며 "시위는 100% 장애인들이 자발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해명했으나(사진), 해고된 직원들은 이를 재차 반박했다.
박 신부 측은 18일 서면을 통해 "기부금 강요는 없었다"며 "시위는 100% 장애인들이 자발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해명했으나(사진), 해고된 직원들은 이를 재차 반박했다.반론 답변서 화면갈무리

박 신부는 한편 본인의 피해 구제에도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서울시 담당자에 따르면 그는 앞서 법인 대표에서 해임된 것이 부당하다며 '행정처분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졌으나 항소했다. 또 과거 법인의 일부 직원도 박 신부를 검찰에 고발했으나, 법인이사 해임 처분이 나면서 새 이사의 '시설 정상화' 약속을 믿고 고발을 취하했다.

문제 해결은 어떻게 가능할까. 입소자 가족들과 해고된 직원들은 시설폐쇄보다 '정상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가족대표 이태호씨는 "박 신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며 "사회적 약자가 있는 곳인 만큼 사명감 있는 직원들이 운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돌봄은 있어야 하는데 여긴 그것조차 없다"는 탄식이 이어졌다.

산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박 신부 측은 또다시 재기를 꾀하고 있다. 7월 초 경기도·가평군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박 신부 측은 가평군 내 인근 노인요양시설을 증축하려 하고 있었다. 노유자시설(노인·아동복지)인 현재 시설을 성당·봉안당 등 종교시설로 변경하면서 '건축허가(증축) 신청'을 했고, 가평소방서는 이에 동의했다.

한편 2014년 1월,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는 이 시설이 위치한 곳에 박 신부를 대표로 하는, 또 다른 사단법인 설립을 허가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에 분사무소를 둔 이 법인의 등기부 등본에는, 박 신부뿐 아니라 앞서 사회복지법인 이사에서 그와 함께 해임됐던 이아무개 이사 등이 함께 이사로 올라 있었다.
#천주교 신부 #복지시설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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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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