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리빙랩 사회혁신 실험
서울혁신파크 리빙랩
'리빙랩(Living Lab)'이 사회 문제 해결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주목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있는 에너지기술들 10개를 뽑아 리빙랩 방식으로 해법을 찾겠다며 26일까지 공모를 진행한다. 사업비가 무려 21억 원이다.
서울시도 지난 13일부터 '내가 바꾸는 서울, 100일의 실험'이란 제목으로 각종 도시 문제의 혁신적 해법을 찾는 리빙랩 실험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총 지원비가 2억 5000만 원으로 역시 적지 않다(
http://innovationpark.kr/livinglab 참고).
그밖에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전통 한옥마을인 북촌에서는 IoT(사물인터넷)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른바 '북촌 리빙랩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고, 대전 유성구 갑천 '물고기다리'의 하천범람 피해를 리빙랩 방식으로 풀어낸 '건너유 프로젝트'도 벌써 제법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리빙랩은 여전히 낯설다. 리빙랩은 무엇이며, 최근 왜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 분야의 대세로 떠오르게 됐을까.
리빙랩은 '생활 실험실' '리빙랩'은 어렵지 않다. 우리말로는 '생활 실험실' 정도가 어울린다. 말 그대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 곳곳을 실험실로 삼아 다양한 사회 문제의 해법을 찾아보려는 시도를 가리킨다. 삶의 현장이 실험실이니 당연하게도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모두가 실험의 참여자이자 설계자이고, 해법을 찾아내야 하는 주체다. 최근엔 ICT(정보통신기술)와 IoT(사물인터넷)를 비롯한 다양한 과학기술이 더해지면서 리빙랩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송위진 박사는 리빙랩의 특징을 ▲사용자 주도형 혁신 ▲개방형 혁신 ▲생활세계에서의 혁신 ▲미래를 구성해가는 '실험적 학습' 공간 등의 네 가지로 꼽았다(송위진, 2012).
여기서 사용자란 국가 정책이나 과학기술, 또는 제품의 최종 사용자로서 시민을 가리킨다. 송 박사는 시민이 "혁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식을 함께 창조하는(co-creation) 주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지금까지는 '관찰의 대상'에 그쳤던 시민의 자리가 리빙랩에서는 '함께 창조하는 주체'로 바뀐 것이다.
최근 세종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만난 성지은 박사는 한 발 더 나아가 "리빙랩 실험의 주요 행위자인 Public(정부·지자체)-Private(민간기업·개발자)-People(시민·지역사회) 간의 Partnership(협력)이 핵심 역량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리빙랩 실험이 성공하려면 "공공과 민간, 시민과 지역사회 등이 목표를 공유하면서 실험의 설계에서 해법 도출에 이르는 모든 프로세스에서 '협력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성 박사의 설명이다.
'그라민 은행'과 '혁신학교'도 리빙랩에서 출발리빙랩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사실 삶의 현장을 '열린 실험실'로 삼아 혁신적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는 늘 있어왔다.
지금은 전 세계로 퍼진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도 1970년대 방글라데시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열린 실험'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고국으로 돌아온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가 마땅히 내세울 담보조차 없던 가난한 주민 42명에게 27달러를 빌려준 것이 실험의 출발이었다.
당시 유누스 교수는 '가난한 이들에게 담보 없이 적은 자본금을 빌려준다면 이들도 자립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혁신적 발상을 떠올렸고, 이를 실험으로 옮겼다. 그는 자신의 호주머니를 터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마을은행'이라는 뜻의 '그라민은행'을 설립해 가난을 조건으로 최대 150달러를 빌려주는 사상 유례없는 실험을 이어갔다. 1976년의 일이니 벌써 40년 전이다. 지금의 눈으로 보자면 아쉬운 대목도 있으나, 리빙랩 실험이라 부르기엔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