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조종할 힘 있나" <인민일보>의 조롱

사드 배치 결정... 조선 인조 따라가는 박근혜 외교

등록 2016.08.11 11:02수정 2016.08.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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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 있는 중국 외교부 청사. ⓒ 김종성


박근혜 대통령이 대(對) 중국 전선의 선봉에 서 있다. 잘 나가던 한중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을 겨냥해 '무슨 소리냐?'며 나무라는 듯한 태도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김성우 홍보 수석비서관이 발표한 '청와대 입장문'에는 "중국측은 우리의 순수한 방어적 조치를 문제 삼기 이전에 ······ 북한에 대해서 보다 강력한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자국을 겨냥한 사드 배치에 위협을 느끼는 이웃나라를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한국의 수출총액 5268억 달러에서 대중국 수출액은 26.0%인 1371억 달러로 1위였고, 수입총액 4365억 달러 중에서 대중국 수입액은 20.1%인 902억 달러로 역시 1위였다. 수출·수입 모두, 중국과 가장 많이 했던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중요한 무역파트너다. 한국무역협회 홈페이지에 제시된 통계에 따르면, 2015년에 중국이 수출을 가장 많이 한 나라는 미국이고 한국은 4위다. 한편, 중국이 수입을 가장 많이 한 나라는 바로 한국이다. 이 정도면, 한국과 중국은 경제적 혈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권은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에게 군사 위협을 가하는 데 가담하고 있다. 중국이 먼저 도발을 가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더 결정적인 문제점은, 사드 배치로 중국을 견제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쪽은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사실이다. 오로지 미국의 국익을 위해 우리의 경제적 이익을 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외교노선은 우리의 이익을 해칠 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감마저 키우고 있다.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 <인민일보>의 최근 보도들이다.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국가의 위에 있다. 그런 공산당의 기관지가 <인민일보>다.

<인민일보>의 질문 "사드를 조종할 힘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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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일보> 인터넷판. ⓒ 인민일보


<인민일보>의 8월 5일자 사설 제목은 '안보 문제, 정말 이렇게 경박할 수는 없다'이다. 사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외교적 태도가 너무나 경박하다는 것이다.

<인민일보>는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비웃은 뒤 "말이 진심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남을 설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마저 망칠 수 있다"면서 "국가의 핵심이익과 관련된 안보 문제에서, 말하는 것마다 죄다 엉터리라면 비웃음을 사기 쉬울 뿐 아니라 남의 업신여김을 받게 된다"며 한국 외교를 조롱했다.

중국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사드를 배치하면서도 중국에 해가 가지 않도록 하려면, 한국이 사드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한테는 통제권이 없다. 성주에 배치될 사드를 조종하는 것은 미국이기 때문이다.

<인민일보>는 이 점도 언급했다. "사드를 조종할 힘이 있는가?"라고 <인민일보>는 박근혜 정권에 물었다. 한국이 사드를 통제할 힘도 없으면서, 중국이 사드로부터 해를 입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근거가 무어냐고 물은 것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에 이런 노골적인 비판이 나온 것은 박근혜 정권의 대중국 외교가 낙제점 수준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중국이 한국을 먼저 위협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도 않은 상황에서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이렇게까지 악화시키고 있으니,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후금 자극해 전쟁 참화 겪은 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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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일보> 사설에서 ‘한국이 사드를 통제할 능력이 있느냐?’고 묻는 대목. 빨간 줄 친 부분. ⓒ 인민일보


비슷한 왕이 있었다. 비슷하게 했다가 전쟁을 자초한 왕이 있었다. 400년 전에 이 땅을 통치했던 조선 제16대 주상, 인조도 그랬다. 인조 역시 박근혜 대통령처럼 하다가 전란을 부르고 말았다.

인조가 쿠데타로 광해군을 몰아낸 1623년 당시, 후금 즉 훗날의 청나라는 무시할 수 없는 신흥 강국이었다. 명나라는 지는 해였고, 후금은 뜨는 태양이었다. 하지만 인조는 즉위하는 순간부터 그런 떠오르는 태양을 무시해버렸다.

쿠데타 이튿날인 인조 1년 3월 14일(양력 1623년 4월 13일) 발표한 즉위교서에서, 인조는 광해군의 중립외교·실리외교를 '인간 말종의 외교'로 폄하했다. 광해군이 명나라를 배반한 게 아니라 명나라와 후금 사이에서 균형정책을 취했는데도 인조는 "중국 조정의 부모 같은 은혜를 배반하고 우리 동방예의지국의 풍속을 더럽히고 삼강오륜을 땅에서 쓸어버렸으니 어찌 차마 말을 할 수 있으리오"라며 광해군의 외교를 폄하했다.

그런 뒤에 인조는 명나라 일변도의 외교노선을 고수했다. 명나라를 숭상하고 후금을 저버리는 숭명배금의 정책을 펼친 것이다. 후금이 도발을 걸지 않은 상태에서, 인조가 먼저 후금을 자극하고 나섰던 것이다.

인조는 기본 외교 관행마저 무시함으로써 후금을 한층 더 자극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3년 뒤에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을 자극했듯이, 인조도 재위 3년 뒤인 1626년에 후금을 결정적으로 자극했다.

1626년 그 해에 후금 태조인 누르하치가 사망했다. 뒤를 이어 태종 홍타이지가 즉위했다. 이때 인조는 누르하치 조문사절과 홍타이지 즉위 축하 사절을 보내지 않았다. 철저한 숭명배금을 보여주고자 후금한테 모질게 대했던 것이다. 숭명배금의 논리에 매몰돼 불필요한 일을 저질렀던 것이다. 이것은 이듬해에 후금이 조선을 침공하는 핵심 명분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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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가 청나라(후금) 황제에게 항복한 뒤 세운 삼전도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옆에 있다. ⓒ 김종성


인조가 조문 및 축하 사절을 보내지 않은 것은 명나라와의 관계를 의식해서가 아니었을까? 명나라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였을까? 물론 그랬다. 하지만 그것은 필요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명나라도 후금에 사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명나라도 사절을 보내는데, 조선이 과잉충성을 하느라 사절을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인조가 신흥강국인 후금을 얼마나 함부로 대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게 하면서 인조는 명나라 편에 가세해 후금에 압력을 강화했다. 명나라와 후금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전쟁 관계였다. 그런 상태에서 후금 바로 옆의 조선이 명나라를 편들었으니, 후금으로서는 한층 더한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로 인한 공포심 역시 후금이 조선을 침략하도록 만든 핵심 명분 중 하나였다.

조선에 대한 후금의 분노와 불만은 결국 1627년 정묘호란으로 표출됐다. 음력으로 인조 5년 4월 1일자(1627년 5월 15일자) <인조실록>에 따르면 후금 군대는 압록강을 건넌 뒤에 발송한 서신에서 조선에 대한 증오를 표출하면서 개전 행위를 합리화했다.

이 서한에서 후금은 "우리 두 나라는 본래 서로 간에 원한이 없었는데, 무슨 이유로 명나라를 도와 우리나라를 치려고 했는가?"라며 인조 정권을 비판했다. 또 "우리 선왕이 귀천했을 때 원수관계인 명나라도 찾아와서 조문했다. 또 예물을 갖고 와서 신왕의 즉위를 축하했다"면서 "우리 선왕께서 당신네 나라에 대해 추호도 나쁜 마음을 품지 않았는데 당신네는 조문이나 축하를 위해 단 한 명도 보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물론 인조가 외교를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묘호란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외교관계마저 무시한 인조의 태도로 인해 양국관계가 훨씬 더 빨리 악화된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묘호란으로 이어진 핵심 원인 중 하나였다. 인조의 불필요한 외교적 만용이 조선을 불행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조 임금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이 한국에 도발을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드 배치로 중국을 위협하고 더 나아가 중국을 비판하기까지 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이 인조 임금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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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의식을 거행하는 인조의 모습. 삼전도비가 지금의 석촌호수 말고 송파구 석촌동의 삼전도비 공원에 있을 때, 그 공원에서 찍은 사진. ⓒ 김종성


#사드 #인조 #한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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