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사드 반대 플랜카드성주에 들어서자마자 플랜카드의 향연이 시작된다. 성주군민들이 성주 외의 지역 사드배치는 찬성한다는 인식과 달리 '한반도 배치 반대' 구호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계은
"여기 군수님도 우시고, 이장님들도 우시고, 애 가진 젊은 학부모들도 울고…. 여기, 대학살이라도 당한 느낌이에요. ㅠㅠ"'사드 배치지역 경북 성주에 사는 예비맘이에요 ㅜㅜ'라는 제목으로 아기 엄마 인터넷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여성의 호소글이다. 글쓴이는 사드 배치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자신을 비롯한 성주 군민들의 두려움, 그에 맞선 반대조차 '지역 이기주의'로 몰려 고립되는 것에 대한 울분을 토로했다. '고립된 성주'의 실상은 이어진 글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새누리 텃밭이라는 이유로 야당 지지자들에게 고소하다는 비난받고 있고요. 정작 새누리당은 나 몰라라 해요. 사드를 반대하면 빨갱이라느니, 지역이기주의를 보여준다느니, 보상금을 올리려고 지역민들이 시위한다느니…. 대통령은 불통이고요, 한민구 장관은 직접 사드 전자파 안전하다고 보여준대요. ㅜㅜ 잠깐 오는 사람이랑 계속 사는 사람이랑 같나요?"결국 사드가 성주에 배치된다면 그것은 '성주만의 사정'일까? 그렇지 않다. '사드를 어느 지역에 배치하느냐'는 문제는 사드를 쓰레기 소각장 정도의 혐오시설 설치 정도의 문제로 호도하기 위한 정부의 프레임 전략이다. 사드 배치는 강대국의 '대리전쟁'을 치른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재연할지도 모를 위력을 지닌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사드가 성주만의 일로 축소된 것은 상당수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전달하는 정보를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는 고장에 사드가 배치돼야만사드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를 비롯한 보수진영이 홍보(?)하는 사드에 관한 정보는 다층적인 차원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다.
사드는 안전하다? 정부는 사드 레이더 100m 밖은 안전하며 사드 배치 부대 바깥 주민은 전자파의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미 육군 교범에 따르면 사드 레이더의 강력한 전자파 때문에 전방 3.6km(약 15만 평, 축구장 약 70개)까지 통제구역이 된다. 따라서 미국 괌과 텍사스 기지는 전방 3.6km 이내에 민간인 접근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정부가 발표한 배치 지역의 3.6km 안에는 성주읍내 1만4000명의 거주자가 포함돼 있다. 미국에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지정된 공간인데도 말이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려는 정부라면 최소한 성주 읍내 1만4000명에 대한 이주대책을 세우든지 전방 3.6km 내에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했어야 한다. 물론 땅 좁고 인구밀도 높은 우리나라에 그만한 지역이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사드는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한 것? 그래서 전방 3.6km 내에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는 조처를 취하면 사드 배치는 문제가 없는 걸까? 설령 그렇더라도 사드는 배치돼선 안 된다. 사드는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협하고 평화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사드는 한 마디로 우리 것, 한국 군대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것이며, 미군기지가 들어오는 것이다. 사드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를 위한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다. 미국은 이미 이란을 핑계로 러시아를 겨냥한 유럽 MD를, 북한을 핑계로 중국을 겨냥한 동북아 MD를 구축하고 있다.
'미사일 방어'라는 말은 언뜻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소극적인 무력 시스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격'의 의미까지 포함한다.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핵으로 공격한 후에 중국이나 러시아의 보복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며 '보복당할 걱정 없이 핵 공격을 할 수 있도록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춤으로써 적국의 핵능력을 무력화하는 전략'이다. 한반도를 주무대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시스템인 셈이다.
고립된 성주, 지금 그곳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