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4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박 신부(오른쪽)는 그러나 관련한 질문에 "그 사람들(해고된 직원들) 말은 모두 엉터리"라는 답으로 일축한 뒤 자리를 피했다.
유성애
천주교·법인·정부, 박 신부 정황 알고 있었지만 책임 서로 미뤄애당초, 박 신부 측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한꺼번에 해고된 직원 8명의 '내부고발'을 통해 시작된 취재였다. 내부고발이라고 해서 완전히 믿은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신부님이나 되는 분이 그럴 리 없다, 근거를 가져오라"고 요구했고, 추가 자료를 보내오는 사이, 기자가 직접 시설에 가서 입소자 가족회의에 참관하며 상황을 지켜보기도 했다.
박 신부 자필 서명이 담긴 직원회의 일지, 내부 녹취록 등 해고 직원들이 가져온 자료는 의혹을 제기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 결과로 나온 게 7월 27일 첫 기사다. 박 신부 관련 의혹은 주로 ①부당 해고 ②장애인 연금 유용·국고보조금 횡령 ③장애인 인권 침해 ④입소자 가족들 기부금 강요 ⑤교회법 위반 등 다섯가지로 요약됐다.
보도 전, 시설 측에 박성구 신부 정식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담당자 S씨는 거절했다. 이들은 이어 서면으로 "연금 횡령·기부금 강요는 사실무근", "상한 닭 요리는 처음 듣는다"라는 등 답변했으나, 보도 후 재차 반론 요청서를 보내와 '인권 침해' 부분에 반박했다. 다른 의혹에도 일부 답했으나, 기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반론이었다.
[관련 기사]"발작 장애인에 성수만 뿌려" 천주교 신부 '장애인 학대' 논란 "<오마이뉴스>, 서울시장, 염수정 추기경 다 감옥가야" '장애인 연금 횡령' 의혹 신부, 과거 '65억 횡령' 해임 문제는 이 시설에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는 가평군청과 시설이 속한 사회복지법인(기쁜우리월드), 박 신부 소속 교구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등 책임 있는 관계자들이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모두 박 신부 전횡 의혹을 알면서도, 서로 책임을 전가할 뿐 적절한 조치나 대응은 하지 않았다. 분산된 책임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사이 시설에 입소한 중증장애인들만 피해를 봤다. 지난 6월 중순 직접 실태 조사를 갔던 경기장애인인권센터 안은자 팀장도 "시설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인권센터 측은 "상황이 장기화할수록 입소자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가는 건 확실하다"며 당시 조사한 내용을 근거로 박 신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박 신부의 전횡·횡령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 신부는 과거 자신이 세운 사회복지법인에서도 65억 원가량의 회계부정·후원금 무단사용 등 위법을 해 서울시로부터 작년 6월 해임명령을 받았으며, 노인시설 입소자들에게 11억 5000만 원을 빌렸다가 갚지 않아 2014년 7월 법원에서 지급 명령을 받았다.
그럼에도 박성구 신부와 관련한 부정적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 둘 은폐됐다. 가장 큰 이유는 박 신부가 1976년 사제서품을 받은 '사제'라는 점이었다. 장애인 관련 사회복지법인을 세우는 등 1980년대부터 활동해온 덕도 있다. 수십여 개 복지시설을 세우는 등 약 40년간 장애인들과 함께했고, 이런 영향력을 고려해 천주교 측도 그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만난 측근 관계자들은 모두 '종교적'인 이유로 입을 다물었다. 시설 입소자 가족 중 한 명은 "시설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저도 천주교 신자라 신부님께 안 좋은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측도 "박 신부는 휴직 상태, 종교적인 내용이라 이유는 알려주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
박 신부와 함께 10여 년간 일하다가 쫓겨났다는 한 수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신부의 의혹과 관련해 "제게도 빚보증을 서달라고 한 적이 있다, 아마 해고된 직원들 얘기가 맞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저희는 수도자다, 전화가 오면 다 답해드리고 할 수는 있지만 먼저 나서서 공론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박 신부는 본인이 발행인으로 표기된 <진실의 소리> 신문을 2014년 8월부터 인터넷(
www.votnews.net)과 인쇄물로 펴내고 있다. 여기에는 본인이 받은 정직 제재의 부당성,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대한 항의, 본인의 65억 횡령 건 관련 결백함과 양심선언문 등이 실린다. 자기주장을 담을 매체를 따로 가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