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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오비맥주는 유통을 단순화하고 한동안 출고를 줄여 재고를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공장에서 나온 맥주가 바로 시장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했다. 생산에도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모험이었다. 재고가 쌓이지 않도록 조금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도 따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특히 다른 맥주보다 톡 쏘는 맛이 특징인 카스의 맛을 끌어올리는 데 유효하게 작용했다. 맥주 애호가는 이 단순하고 작은 차이를 금방 잡아냈다. 그 즈음 카스는 소폭 성장을 이룬 맥주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 증가율을 보이며 카스 시대의 개막을 예고했다.
국내 맥주가 밍밍한 이유2012년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파원이 "한국 맥주는 북한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기사를 쓰면서 갑작스럽게 맥주 맛 논란이 일었다. 한창 카스가 성장하던 때였다. 그때부터 "국내 맥주는 싱겁다", "특징이 없다"는 등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 맥주 수입 업체는 이때를 기회 삼아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수제 맥주집이 유행을 타고 곳곳에 자리를 틀었다. 그야말로 피 튀기는 맥주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 와중에도 여전히 카스는 국내 맥주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맛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카스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맥주는 흔히 맛과 향이 진한 에일(ale), 청량감이 강한 라거(lager), 신맛이 특징인 람빅(lambic)으로 나뉜다. 국내 소비자는 주로 자극적이고 향이 강한 음식에 맥주를 곁들이는데, 음식의 맛이나 향이 부딪히지 않는 맥주를 찾다보니 라거 계열의 맥주를 선호한다.
한 잔을 두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맥주를 즐기는 문화도 아니어서 굳이 오랫동안 맛과 향이 지속되는 에일 맥주일 필요도 없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소비자가 좋아하는 맥주를 생산하다보니 라거가 주를 이룬다.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이 비교한 북한의 대동강 맥주는 에일 맥주로 진하고 쓴 맥주다. 당연히 국산 라거 맥주는 물처럼 싱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맥주 전문가들은 "에일과 라거의 구분을 떠나 맛으로만 평가해도 국내 맥주가 수입 맥주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비맥주가 제품의 개발과 생산을 모두 담당하는 '블루걸'은 홍콩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맥주다.
해외 브랜드 이름을 달고 있지만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우리 맥주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맥주 제조 기술이 세계적으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