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에서 보기 힘든 황오리, 몽골에서 만나다

[내몽골 사막화방지 체험기록 ③]

등록 2016.09.01 13:24수정 2016.09.0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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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의 짧은 초원 생활이었다. 푹푹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되는 지금, 참 그리운 시간이다. 내몽골의 보야오떼 노르에 5일간 머물렀다. 지난 7월 24~28일의 일이다. 실제 초원에 머문 기간은 만 3일 정도이다.

한참 지난 시간이지만 사막화방지와 그 곳에서 격었던 기록을 정리해보려고자 한다. 보샤오떼는 지명이고 노르는 호수를 의미한다.(관련기사 : 사막화 방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검을 현 누루 황'. 내가 아는 천자문의 마지막 단어다. 미력한 지식을 뽐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누런 오리를 소개하기 위함이다. 누런 색빛을 띄고 있는 오리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 황오리이다. 영어로는 ruddy shellduck으로 분린다. 불그스레한 오리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누렇게 생긴 황오리는 금강에 매년 약 200~300여마리가 찾아온다. 과거 700~1000개체 이상이 찾아왔던 것과는 달리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 최근 심각한 녹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4대강 사업 이후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황오리는 금강의 상징새 같은 종이다. 황오리가 금강을 중심으로 구분이 되기 때문이다.

현제 세종시에서 직은 황오리 2012년에 모습이다.
현제 세종시에서 직은 황오리2012년에 모습이다. 이경호

금강을 중심으로 이남 지역에서는 황오리를 거의 확인 할 수 없다. 황오리의 남방한계선 같은 곳이 금강이다. 가끔 주남저수지나 낙동강에서도 확인이 되지만 일부개체가 길을 잃어서 내려가는 것이고, 금강을 중심으로 북쪽에 서식한다.

400km에 이르는 금강에서도 황오리가 서식하는 지역은 지금의 세종시 지역과 청양지역 정도가 전부이다. 강의 모래톱이나 하중도가 있어야 서식한다. 황오리가 서식할 수 있는 모래의 대부분을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준설했다. 금강에서 황오리가 서식할 수 있는 하중도나 모래톱이 남은 곳이 두 곳 정도라고 역설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 이전의 금강(2005년 금남대교 인근) 사진에서 보이는 하중도와 모래톱은 현재는 없다.
4대강 사업 이전의 금강(2005년 금남대교 인근)사진에서 보이는 하중도와 모래톱은 현재는 없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렇게 국내에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황오리를 보샤오떼노르에서 만났다. 아마 건강하게 가족을 키워낸 것으로 보인다. 번식이 끈난 이후 새들은 가족단위로 일정 기간 생활하는데, 보샤오떼 노르에서 확인한 황오리는 약 16개체 정도 되었다. 2가족 정도가 번식을 무사히 마치고 남쪽으로 이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몽고에서 만난 황오리 황오리가 초지에서 쉬고 있다.
몽고에서 만난 황오리황오리가 초지에서 쉬고 있다. 이경호

몽골에서 비행중인 황오리 한가족이 비행중인 것으로 추측된다.
몽골에서 비행중인 황오리한가족이 비행중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경호

지난 겨울 금강에서도 황오리를 거의 보지 못했다. 약 5마리 정도만 육안으로 확인한 것이 전부이다. 아마 미호천 등의 지천으로 서식처를 옮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강에선 보기 힘들어진 황오리는 몽골에서 무사히 번식을 마쳤다. 아마 9월이 되면 남하를 준비할 것이다. 우리나라 금강에 찾아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는 없다. 하지만, 금강은 이제 황오리가 올만한 곳이 못된다.

2010년 차칸노르를 찾았을때가 한참 4대강 공사를 하던때다. 사막화방지를 위해 찾았던 몽골에서 '4대강 공사 중단'이라는 손글씨를 쓴 수첩을 들고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었다. 6년만에 찾은 몽골에서 금강에서 보는 새를 만나니 참 여러가지 생각이 겹친다.


4대강 사업을 막았더라면 기쁜 마음과 풍요로움을 느끼며 탐조에 몰두했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은 무차별적으로 강행되었고 현재 금강은 녹조와 4급수 지표생물인 붉은깔다구, 실지렁이만 가득한 강이 되었다. 6년이 지난 지금 사방이 지평선인 몽고에서 만난 금강의 새를 보고 느낀 감정은 안타까움과 자괴감이 었다.

2010년 내몽골 가는길에 내몽골 가는길에 찍은 사진
2010년 내몽골 가는길에내몽골 가는길에 찍은 사진이경호

점점 녹조로 넘쳐나는 금강을 황오리가 봤다면 아마 다시는 금강을 찾지 않을게다. 다행히 황오리가 찾아오는 겨울에는 녹조는 줄어 들 것이다. 줄어든다고 녹조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연단가스에 중독되는 황오리도 녹조의 독에 취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생물에게 간독성이 있다는 녹조의 마이크로 시스틴이 체내에 쌓여 폐사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금강은 황오리가 휴식을 취하고 먹이를 구할 하중도는 역시 부족하다. 대규모로 준설한 4대강 사업탓이다. 최근 다시 모래톱과 하중도가 생겨나고 있어 다행이다. 수문만 개방한다면 다시 예전의 금강의 모습을 찾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제 4대강의 실패를 인정했으면 한다. 보샤오떼노르와 금강을 오가는 황오리가 수만 년 동안 건강하게 살았 듯이, 앞으로도 살 수 있도록...
#내몽고 #사막화방지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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