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먹기엔 너무 '보기 좋은' 떡

전통에 퓨전 더해 나만의 떡 만드는 전남 영광 홍선애씨

등록 2016.09.13 10:55수정 2016.09.1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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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 특산 모싯잎송편. 추석 때 수요가 많은 송편이다. 명절이면 생각나는 떡 가운데 하나다.
영광 특산 모싯잎송편. 추석 때 수요가 많은 송편이다. 명절이면 생각나는 떡 가운데 하나다.이돈삼

추석이 다가왔다. 추석을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송편이다. 어렸을 때 송편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먹을거리였다. 볼이 미어지도록 먹으며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때로는 구수한 시루떡도 먹을 수 있었다. 추석이 1년에 한 번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세월이 흘러 생활이 비교적 풍족해지면서 먹을거리도 많이 변했다. 그래도 추석 때가 되면 송편이 떠오르는 건 인지상정이다. 떡이 가장 빛을 발하는 날도 명절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다. 이 떡을 보기 좋게, 군침 돌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앙금플라워 지도사 홍선애(55·전라남도 영광 보리올특산품판매장 대표) 씨다. 앙금플라워는 팥으로 만든 앙금에다 천연의 분말과 색소를 더해 형형색색의 빛깔로 떡에 갖가지 문양을 만들어 넣는 작업이다.

 앙금플라워를 하는 홍선애 씨. 홍 씨가 방금 빚은 앙금플라워를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앙금플라워를 하는 홍선애 씨. 홍 씨가 방금 빚은 앙금플라워를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이돈삼

 홍선애 씨가 앙금플라워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손끝에서 꽃 한송이가 만들어지고 있다.
홍선애 씨가 앙금플라워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손끝에서 꽃 한송이가 만들어지고 있다.이돈삼

홍씨는 영광읍에서 덕자찜, 녹차굴비정식 등으로 '맛집'으로 정평이 나 있는 식당을 26년째 운영하고 있다. 밑반찬에 조미료도 따로 넣지 않아 담백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몇 해 전부터선 전통의 내림식품도 만들고 있다.

"무식이 용감이라고. 여러 해 전에 남도음식큰잔치에 나갔거든요. 창피해서 혼났습니다. 내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홍씨가 전통식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그 중에서도 영광특산 모싯잎송편과 보리떡에 관심을 가졌다. 그동안의 송편이나 떡과 차별화시키고 싶었다. 2년 전에 버스터미널 옆 떡집을 인수했다. 전통의 떡과 떡 케이크, 이바지음식을 맛있게 빚고 싶어서였다.


 홍선애 씨가 앙금플라워 작업을 하다가 얼굴을 들어보이고 있다. 홍 씨는 앙금플라워를 거쳐 전통식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
홍선애 씨가 앙금플라워 작업을 하다가 얼굴을 들어보이고 있다. 홍 씨는 앙금플라워를 거쳐 전통식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이돈삼

앙금플라워를 배운 것도 그때였다. 만사 제쳐두고 매주 한 번씩 광주에 있는 공방까지 다녔다. 8개월 만에 앙금플라워 지도사 자격증 3급과 2급, 1급을 모두 땄다.

떡에 앙금플라워를 입히기 시작했다. 팥앙금에다 백년초, 단호박, 울금, 새싹보리, 블루베리 등 예닐곱 가지의 분말을 더해 수십 가지 빛깔로 빚었다. 평범하던 떡이 그녀의 손끝에서 탐스러운 앙금꽃을 피워냈다.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떡이 만들어졌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만, 먹기가 아까울 만큼 아름다웠다. 전통의 떡과 현대화된 앙금플라워가 만난 덕에 떡값도 더 받을 수 있었다. 보통의 떡과 차별화된, 보기에 좋고 맛도 좋은 떡을 만들었지만 그녀에게는 뭔가 2% 부족하게 느껴졌다.

"전통이 부족했던 겁니다. 아름답게 하는 것도 좋지만, 전통의 토대 위에서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했어요. 음식 하는 사람의 자존심이기도 하고요."

홍씨가 전통식품에 더욱 정진하게 된 계기다. 갈수록 욕심이 생겼다. 음식이란 음식은 모두 배우고 싶었다. 누구보다도 더 제대로, 더 맛있게 만들고 싶었다. 일주일에 하루는 식당과 떡집 일을 젖혀두고 광주로 내달리는 이유다.

 홍선애 씨의 손끝에서 피어난 앙금플라워. 홍 씨가 앙금플라워에 나뭇잎 문양을 만들어 넣고 있다.
홍선애 씨의 손끝에서 피어난 앙금플라워. 홍 씨가 앙금플라워에 나뭇잎 문양을 만들어 넣고 있다.이돈삼

 홍선애 씨가 빚은 앙금플라워. 홍 씨는 이 앙금플라워를 떡 케이크에 얹어 나만의 떡을 만든다.
홍선애 씨가 빚은 앙금플라워. 홍 씨는 이 앙금플라워를 떡 케이크에 얹어 나만의 떡을 만든다.이돈삼

"바쁘죠. 날마다. 오전과 오후에 떡 빚고, 점심 땐 식당에서 음식 내야 하고요. 매주 수요일에는 향토음식과 폐백·이바지음식 배우러 가야죠. 떡도 계량으로 이뤄지는 게 결코 아니더라고요. 경험칙이죠. 경험이 철학이었어요. 식감까지도 달라요. 식당의 음식도 내손으로 직접 내야 마음이 놓이고요."

홍씨는 자는 시간, 노는 시간을 줄여 일을 했다. 그만큼 성취감을 맛보고 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느끼는 재미와 희열도 크다.

"나만의 모싯잎송편과 보리떡을 만들고 싶어요. 보리약과, 보리강정도 개발하고요. 전통의 폐백과 이바지음식에도 퓨전을 더해 나만의 음식으로 특화시켜야죠. 나만의 방식으로 덕자찜과 녹차굴비를 만들어 내놓은 것처럼이요. 곧 그렇게 될 겁니다."

전통과 퓨전을 넘나드는 홍씨의 손끝에서 앞으로 어떤 음식이 나올지 벌써 관심이 모아진다. 그녀의 온갖 정성까지 듬뿍 담겨진 맛은 또 어떨까.

 홍선애 씨가 앙금플라워를 얹어 완성한 떡 케이크. 세상에 하나뿐인 떡 케이크가 만들어졌다.
홍선애 씨가 앙금플라워를 얹어 완성한 떡 케이크. 세상에 하나뿐인 떡 케이크가 만들어졌다.이돈삼

 홍선애 씨가 만든 이바지음식. 영광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홍 씨는 앙금플라워를 넘어 전통식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
홍선애 씨가 만든 이바지음식. 영광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홍 씨는 앙금플라워를 넘어 전통식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이돈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30일 만났습니다
#모싯잎송편 #앙금플라워 #홍선애 #해촌식당 #영광보리올특산품판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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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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