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히 위험한 줄 알면서 달리는 열차

[공공부문 성과주의는 '국민피해'②] 철도노동자의 협업 가로막는 성과연봉제

등록 2016.09.09 21:04수정 2016.09.0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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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성과주의 임금체계 도입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자 간의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철도, 지하철, 병원, 가스,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공공성서비스를 제공하는 6만여 명의 공공기관 노동자가 9월 27일 대규모 무기한 동시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9월 23일에는 금융노동자, 9월 28일 보건의료노동자가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성과주의는 '국민피해' '민영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사회공공연구원과 오마이뉴스는 공공부문 성과주의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총 6회에 걸쳐 짚어본다.

공공운수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의 공공부문을 대표하는 산별노조(연맹)로서, 조합원 17만명의 민주노총 산하 최대 조직이다. 철도, 지하철, 건강보험, 국민연금, 가스, 서울대병원, 출연연구기관 등 주요 공공기관 및 학교와 지자체비정규직(공무직)·인천공항비정규직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버스, 화물연대 등 운수산업 노동자를 포괄하고 있다. [편집자말]
 지난 8월 26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승강장 9-4에서 열린 '구의역 사망재해 위령표 제막식'에서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추모의 국화를 위령표 주위에 달고 있다
지난 8월 26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승강장 9-4에서 열린 '구의역 사망재해 위령표 제막식'에서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추모의 국화를 위령표 주위에 달고 있다최윤석

최근 서울지하철에서 많이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노동자 사망사고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08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당시에 공공부문 세출예산 10% 삭감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와 연동해서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경영혁신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외주화, 인력감축, 점검주기 축소, 상업운영 강화 등의 강력한 구조조정 정책을 발표하면서 정부와 서울시 정책에 부흥했다. 그 과정에서 서울지하철 노조간부 70여 명이 해고나 직위해제를 당했고 간부와 조합원 140여 명이 고소·고발되기도 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기관경영 평가와 각종 지침으로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구조조정 정책을 계속 진행했다. 그렇게 수년이 흐르고 서울지하철은 '사고철'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최근에 많이 발생하는 코레일의 사고도 이러한 전개와 무관하지 않다.

열차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

정부의 기관경영 평가는 철도안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부산지하철에서 벌어지고 있는 열차지연율 평가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다. 부산시는 안행부(현 행자부)의 지침에 따라 산하 부산교통공사 CEO 경영성과계약에서 열차지연율 감소 항목을 명시했다. 해마다 열차지연율을 평가하고 전년도보다 감축을 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안행부의 열차지연율 평가에서는 10분 이상 지연으로 제시되어 있지만 부산교통공사는 내규에서 이보다 더 강력한 2분 이내 조치 완료로 명시했다.

부산시는 열차지연율 평가로 시민들에게 좋은 지하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오히려 반대 현상이 발생했다. 기관사 입장에서는 열차가 지연되면 승객들에게 알려야 하고 관제와 교신도 해야 한다. 열차지연 원인을 찾고, 해소하기 위해서 많은 점검들도 해야 한다. 하지만 기관사들은 열차지연율 평가에 따르는 회사의 징계 때문에 응급처치만 하고 승객수송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 열차지연율 평가가 기관경영 평가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부산교통공사는 기관사들에게 징계를 내리는 것이다.

결국 기관사들은 열차가 안전하지 않아도 운행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열차안전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열차를 운행하면 2차 사고는 물론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점을 행자부도 뒤늦게 인식을 하고 열차지연율 평가지표를 삭제하기는 했지만 열차정시성 평가는 여전히 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도 열차지연에 따른 기관사 징계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며 다른 지역의 지하철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한다.

박근혜 정부는 안전이라는 미명하에 철도안전을 더욱 위협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 29일에 제3차 철도안전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처벌(penalty)과 성과 평가 위주의 안전관리 체계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무리한 인력감축과 점검주기 연장 등의 구조적인 원인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처벌과 성과 평가 위주로 안전관리가 진행된다면 현장 노동자들은 안전문제를 숨길 수밖에 없다. 현장 노동자 입장에서는 사고가 많이 나면 개인은 물론 조직에까지 불이익이 미치므로 적극적으로 보고하고 해결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철도사고 가능성을 높이는 아차사고(작업자의 부주의나 현장 설비 결함 등으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였으나 직접적인 사고로는 이어지지 않은 상황)나 운행 장애 등의 문제들은 은폐되면서 철도안전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박근혜 정부는 철도 차량정비업 신설, 코레일로부터 관제권 회수 및 유지보수업무 완전분리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정책들은 통합운영을 해야 하는 철도의 특성상, 오히려 철도안전을 악화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철도 분할민영화 정책과 다를 바가 없다.

거기에 성과연봉제 도입? 철도안전 끝장내겠다는 뜻


심지어 박근혜 정부는 개인별로 성과를 평가하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철도안전을 끝장내려고 하고 있다. 다른 공공부문도 마찬가지겠지만 철도와 지하철과 같은 궤도 부문에서 성과연봉제는 악영향만 끼칠 뿐이다. 바로 철도운영시스템의 특성 때문이다. 철도는 차량, 전력공급설비, 선로시설, 신호제어설비, 정보통신설비, 역 등 철도운영에 필요한 부문들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기능하면서 운영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협업과 통합적인 운영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성과연봉제가 강제되고 조직과 조직은 물론 개인과 개인 간의 경쟁이 격하되면서 철도운영에서 꼭 필요한 협업과 통합적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된다. 철도운영시스템 자체에 근본 문제가 생기면서 철도안전이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는 안전이라는 미명 하에 철도안전을 악화시키는 종합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박근혜 정부는 철도분할 민영화 정책과 성과 연봉제 등의 정책을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철회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입니다.
#성과연봉제 #철도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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