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나 봤는데도 몰라봐... 화장과 맨 얼굴

[살며 사랑하며 ⑦] 타인의 시선

등록 2016.09.12 13:31수정 2016.09.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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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분리수거와 음식물 버리기는 제 담당입니다. 음식물은 매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삼일 쌓여야 되는지라 냄새는 물론, 버릴 때 조심해도 비닐에 묻은 구정물이 손에 묻습니다. 겨울에는 동파를 방지하기 위해 분리수거장 수돗물을 잠가놓기 때문에 집까지 그냥 찝찝한 상태로 가야 하지요. 아주 불편합니다. 그런데 아주머니들에게는 불편함을 더해주는 것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아래층에 또래 아이들이 있어서 아내와 그집 아주머니가 친합니다. 자주 차를 마시러 오십니다. 처음 이사 와서 그렇게 한해를 지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분리수거장에서 그분을 만났습니다.

"점심 드셨어요?"
".....네? ....누구우....?"
".....?! 저예요. 승이 엄마...."
".....어머나?!"


그날 아내의 맨 얼굴을 처음 본 거지요. 그렇게 자주 차를 마셨는데도 전혀 못알아 볼 정도였으니 아내의 화장은 예술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그 얘기를 하면서 한참을 웃었지만 그래서 알았습니다. 아주머니들이 음식물 버리러 가는 게 즐겁지 않은 또다른 이유를.

타인의 시선, 우리가 살면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지요. 외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삶의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그 결정의 기준이 '남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로 쏠리면 본질을 빗나가기 쉽습니다. 결정을 위한 고려 사항에 타인의 시선은 반드시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주체가 되면 계속 일이 꼬이지요. 유독 쏠림이 다른 사람보다 심한 분들이 있습니다.

그 근원에 역시 두려움이 있습니다. 남이 나를 안 좋게 생각하는 것을 알면 못견디는 것이지요. 타인의 비난에 견디는 힘이 약하면 타인에 대한 배려에 의식적일지라도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 자신은 정작 힘든 상황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상황에서 모두를 배려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자신이 이해관계의 당사자일 때 곧바로 드러납니다. 강한 부정으로 상궤를 벗어나기도 하지요.


때로 그 시선에 무디어져야 합니다. 타인의 시선이 언제나 '참'일 수 없지요. 더욱이 그 시선은 그들의 생각에 근원을 두고 있고, 그 생각은 공명정대하기보다 자기 중심적이기 쉽습니다. 그 사람이나 그 집단의 의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누군가를 비난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경우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면 그 비난을 견딜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때로 황소처럼 묵묵히 내 길을 간다는 용기가 필요하지요. 내 행동과 결정에 주체적이지 못하고 결정권을 타인의 시선에 빼앗기면 마음은 항상 얼어있기 마련입니다.


본질과 타인의 시선이 엇갈릴 때,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대는 충분히 용감합니다.

a 고양이의 용기 저 많은 셰퍼드를 아랑곳하지 않고 보무도 당당히 걸어가는 고양이의 용감함이 하늘을 찌릅니다. ^^ 사진: 네이버 블로그/pjwes

고양이의 용기 저 많은 셰퍼드를 아랑곳하지 않고 보무도 당당히 걸어가는 고양이의 용감함이 하늘을 찌릅니다. ^^ 사진: 네이버 블로그/pjwes ⓒ 전경일


#타인의 시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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