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의 큰 별 명성>(지은이 남지심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6년 9월 20일 / 값 17,000원)
불광출판사
<구름 속의 큰 별 명성>(지은이 남지심, 펴낸곳 불광출판사)은 청도 운문사 회주 명성 스님의 일대기를 평전소설 형태로 꾸민 내용입니다.
일제 강점기인 193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명성 스님은 7살이 돼서야 아버지 얼굴을 처음 봤습니다. 상주에서 국민학교를 입학하고 3학년 때 예천국민학교로 전학을 했습니다. 중학교는 평창중학교, 고등학교는 강릉여자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여고를 졸업한 다음해 강릉 강동초등학교 교사로 취임 후 1952년 출가 수행자의 삶을 시작합니다.
우리 주변에 보면 학창시절 유독 전학이 잦은 친구가 더러 있습니다. 그런 친구의 아버지는 직업이 군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발령이 잦은 아버지를 따라다니다 보니 전학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상주에서 태어난 명성 스님이 강릉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된 까닭 역시 아버지를 따라다니느라 그랬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명성 스님의 아버지가 군인이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명성 스님의 아버지는 스님이셨습니다.
시대적 차이는 있을지라도 출가한 스님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살아야 했다니 어리둥절한 마음에 고개까지 갸우뚱해지는 느낌입니다. 관념적인 스님들은 아버지조차 아버지라 부르지 않습니다. 어머니를 할머니라고 부르는 스님도 봤습니다.
우리나라 비구니 스님들 중 소위 잘 나가는 스님들 출생배경을 보면 아주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이 내로라하는 스님들의 딸들입니다. 오늘날 한국 비구니계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명성 스님의 아버지는, 관응당 지안대종사입니다.
구름에 가린 별이 된 스님초등학교 동창 중에 아버지가 선생님이신 동창이 두 명 있었습니다. 한 동창의 아버지는 필자가 다니고 있는 학교 선생님이셨고, 또 다른 동창의 아버지는 면 소재지에 있는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이셨습니다.
두 동창에게는 아버지가 선생님이라는 사실 자체가 든든한 빽 이었습니다. 모든 학생을 다 이긴다는 소문을 등에 업고 심심풀이를 하듯 애들을 괴롭히던 짱도 그들 두 명만은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하여튼 그들 두 명은 아버지가 선생님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잘 나갔습니다. 아버지 그늘이라서 덕(?)을 보는 현상은 애들 세계만이 아니라 어른들 세계에도 있고, 스님들 세계에도 분명 존재할 거라 생각됩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스님의 딸로 자라야 했던 스님은 후학 스님들을 품고 운문사를 품었습니다. 한때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선찰(禪刹)이었던 때도 있었지만 나이 40세인 비구니 명성이 처음으로 찾아간 운문사는 형편이 말이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