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순찰대 좌초' 범인은 비밀투표, 이재명 죽이기?

누가 반대했는지는 며느리도 몰라, "정책 결정은 당당하게 기명으로 해야"

등록 2016.09.28 16:27수정 2016.09.2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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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성남시장과 시민순찰대가 함께 순찰을 도는 모습
이재명 성남시장과 시민순찰대가 함께 순찰을 도는 모습성남시

 시민순찰대 개소식겸 발대식
시민순찰대 개소식겸 발대식 성남시

이재명 표 성남 시민순찰대를 좌초시킨 주범, 알고 보니 '무기명 비밀투표'였다.

시민순찰대는 3대 무상복지와 함께 이재명 성남시장 핵심 공약이다. 지난 1년간 시범 운영했다. 오는 30일 시범 사업 종료와 함께 해체되는데,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시민 순찰대 50여 명이 갑작스레 직업을 잃게 됐다. 시민들은 그동안 시민순찰대가 제공하던 노인·여성 안심귀가, 아동 안심 등하교, 택배 보관·전달, 응급구호 등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됐다.

시민순찰대 확장 운영조례 시의회에서 부결

시민순찰대가 해체되는 이유는 시의회에서 확장운영 조례안을 부결시켰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지난 22일 임시회에서 표결에 부쳤는데, 찬성 14표 반대 19표가 나와 최종 부결됐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새누리 의원들만 시민 순찰대 확장운영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과가 나오면서 더민주 의원 중에도 시민 순찰대 확장 운영에 반대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야 16대 16 동수이고 무소속 1명인 시의회 구성을 볼 때, 반대 19표 중 2표 이상은 더민주 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누가 반대했는지는 알 수 없다. 정책 결정은 기명 투표로 하는 게 보편적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비밀투표로 했기 때문이다. 경기 광역의회 등 대부분의 의회가 정책 결정 표결은 기명 투표로 한다.

이와 관련 김현삼 경기도의원 (전 더민주 대표)은 27일 오전 기자와 한 통화에서 "정책 실명제는 공무원한테만 요구할 게 아니라, 의원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하는데, 참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도의회는 물론이고 국회도 정책 결정은 기명 투표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책에 대한 의원의 견해를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기명 투표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정책 결정을, 보편적 원칙에 어긋나는 비밀투표로 한 이유는 시민들 눈치가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성남시에 따르면, 설문조사 결과 시민순찰대 이용자 98%, 비 이용자 75%가 확대 운영을 원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실제 새누리가 시민순찰대 확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자, 시민들은 '안전 지킴이 시민순찰대 꼭 지켜 주세요, 새누리 의원님들 00동 시민순찰대 설치하게 도와주세요'라는 등의 펼침막을 거는 등의 방법으로 저항했다.

반대했다고 자신 있게 밝힌 의원은 없어

 시민순찰대 해체에 반대하는 시민 목소리
시민순찰대 해체에 반대하는 시민 목소리성남시

 시민순찰대 해체에 반대하는 시민 목소리
시민순찰대 해체에 반대하는 시민 목소리성남시

 시민순찰대 해체에 반대하는 시민 목소리
시민순찰대 해체에 반대하는 시민 목소리성남시

의원들이 시민들 눈치를 본 정황은 <오마이뉴스> 취재를 통해서도 나타났다. 26일, 27일 이틀간 성남시의회 여야 의원을 접촉해 '반대표를 던졌느냐?'고 물었지만, '그렇다'라고 대답한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재호 새누리 대표의원은 24일 통화에서 "새누리가 반대했다고 하는데, 당론으로 반대한 것도 아니고, 모든 의원이 반대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기인 새누리 간사는 "무기명 비밀 투표이니, 어쨌든 의회의 결정이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기인 간사는 22일 무기명 비밀투표를 의장한테 제안한 장본인이다. 그동안 시민순찰대 확장에 적극적으로 반대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반대했다고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 의원은 '의원 개개인 정책 소신은 기명 투표를 해서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공천제 폐해일 수도 있는데, 그래서 의원이 정책 견해를 소신 있게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더민주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테고 "라고 설명했다. '시민순찰대 확장 반대'가 새누리 분위기라 기명 투표를 하면 의원들이 소신껏 투표를 못 할 것 같아서 비밀투표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곧바로, '그동안 시민순찰대 확대 운영에 반대한 이유'를 묻자 "이념 집단이나 정치적 집단으로 변질할 우려도 있고, 자율 방범대 같은 유사한 기관이 있어 굳이 예산을 들여서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실효성에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반대 이유 중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것을 은연중 인정한 것이다. 이 의원이 언급한 '정치적 집단'은 이재명 시장이나 더민주 지지세력으로 풀이된다. 이런 세력으로 변질할 우려가 있어 반대했다는 것이다.

더민주 의원도 반대했다고 아무도 밝히지 않았다. 더민주 의원과 성남시 관계자 등이 반대했을 것이라 지목한 A의원도 "난 반대 안 했다"라고 26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런데 어째서 더민주에서 반대표가 나왔을까?

시민순찰대 확장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김용 의원은 그 이유를 "의장 선출 문제부터 이어져 온 내부 갈등 때문"이라 추측했다. 어지영 의원은 "현 대표단에 불만이 있는 의원이 반대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의원은 또한 "새누리가 반대하는 이유가 표면적으로는 실효성 문제, 운영상의 허점 등이지만 사실은 이재명이 하기 때문이다. 이재명을 견제하기 위한, 이재명을 죽이기 위한 정략적 목적"이라 분석했다. 이어 "실효성은, 근거가 부족한 말이고 운영상의 허점은 보완하면 되지 그것 때문에 해체할 이유는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김 의원은 "50여 명 일자리가 갑자기 없어지고 시민들 반발도 있어서, 그 부담 때문에 새누리가 비밀투표를 주장했다. 익명 뒤에 숨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하며, "정책 결정투표는 실명으로 하는 게 맞다"라고 덧붙였다.

다시 투표해도 비밀투표로 하면 또 부결

 응급환자를 구호하는 시민순찰대원
응급환자를 구호하는 시민순찰대원성남시

시민순찰대 해체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시민 순찰 대원이다. 한 시민 순찰 대원은 26일 오후 기자와 한 통화에서 "30일이면 보따리 싸야 하는데, 한마디로 침통한 분위기다. 기운이 없는지, 서로 말도 잘 안 한다. 동네 주민들도 침통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민순찰대가 해체 위기를 맞자, 더민주 의원 14명은 '성남 시민순찰대'를 다시 창설하기 위한 조례를 지난 23일 발의했다. 이 조례안 골자는 시민순찰대를 확장하는 것이다. 동별 한 곳씩 두되 지역 여건에 따라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는 10월 10일 임시회에서 다룰 예정이다.

그러나, 비밀투표로 찬·반을 결정하면 투표를 해봤자 다시 부결된다는 게 성남 지역 정·관계 분석이다.
#성남 시민 순찰대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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