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오른쪽)이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살인누명을 쓴 최성필(가명)씨를 위해 증언하기 22일 광주 고등법원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이희훈
2000년 8월 10일 새벽에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의 상황이다. 사내는 택시기사를 죽이기 직전에 택시 한 대를 그냥 보냈다. 피해자의 운명이 바뀐 순간이었다.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은 지난 9월 22일 광주고등법원에서 바뀐 택시기사의 운명에 대해서 짧게 설명했다. 그는 범죄현장에서 모든 걸 지켜본 인물이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토록 상세하게 알까? 판사도 이 점이 의문이어서 그에게 물었다.
"모두 진범 김OO이 제게 말해준 겁니다."식칼을 넣은 곤색 가방, OO은행 앞에서 택시 승차, 동전으로 치른 택시비, 살아남은 택시기사…. 이 모든 건 살인범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다. 살인범의 자백을 받아낸 형사가 잊지 않고 기억하는 그날의 진실이다.
택시기사를 살해한 진범을 체포해 자백을 받아낸 황상만 전 형사반장. 그가 9월 22일 열린 이 사건 재심 공판 증인으로 섰다. 사건 발생 16년만이다. 멀고 험한 길을 돌고 돌아 그가 진실의 문을 열어젖혔다.
황상만은 약 2시간 동안 그날의 진실, 잊을 수 없는 기억, 살인범의 눈빛과 묘한 웃음까지 모두 이야기했다. 그의 증언은 실제 사건과 일치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잊을 게 따로 있죠. 모든 걸 걸고 수사해서 체포했던 살인범이 처벌도 받지 않고 풀려났는데, 그걸 어떻게 잊습니까? 그 사건 때문에 내 인생도 크게 달라졌잖아요."경찰이 진범 잡겠다는데 왜 말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