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구미4공단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에 내걸린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걸개그림.
조정훈
"우리의 산업단지를 사람과 기술, 산업과 문화가 융합 발전하는 창의와 혁신의 창조융합산업단지로 탈바꿈시켜 창조경제의 거점이 되도록 해나가겠습니다. 이와 함께, 산업단지 환경개선과 안전사고 예방노력을 강화하여 삶의 질이 보장되는 쾌적하고 안전한 행복산업단지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산업단지공단 황규연 이사장의 말입니다. 1960-1970년대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도시로 이끌려 나왔던 십대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잠 안 오는 약을 복용하면서 닭장 같은 공간에서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열 여섯 시간을 노동해야 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산업역군이라 불렀지만, 한국사회는 '공돌이' '공순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찍고, 무시와 혐오의 시선으로 그들을 괴롭혔습니다. 공순이와 공돌이의 아들딸은 오늘 비정규직으로 가난과 사회적 멸시가 대물림되고 있습니다.
일본 외국인투자기업인 아사히글라스는 경상북도와 구미시로부터 특혜를 받고 국내에 들어왔습니다. 50년간 토지 무상임대, 5년간 국세 전액 감면, 15년간 지방세 감면의 특혜를 받고 국내에 들어온 기업입니다.
연평균매출 1조, 연평균 당기순이익 800억, 사내유보금만 7200억으로 수치만 보더라도 잘 나가는 알짜기업입니다. 한국에서 아사히글라스가 얻은 눈부신 수익은 외투기업에 대한 특혜와 비정규직이라는 질 낮은 일자리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며 일한 지역민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일본기업, 특혜 받고 저임금 비정규직 사용2015년 5월, 아사히글라스 비정규노동자들이 모여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아사히글라스는 문자 한통으로 170명을 하루아침에 해고했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입니다.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에서 9년을 일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쫓아냈습니다(관련기사:
9년간 최저임금 받았는데, 노조 만들었다고 해고?).
우리는 그냥 떠날 수 없었습니다. 공장 앞에서 짐 싸들고 돌아설 수가 없었습니다. 그해 7월경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에 부당노동행위와 파견법 위반으로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노동위원회에도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냈습니다.
2016년 3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아사히글라스와 하청업체의 부당노동행위 공모를 인정했습니다. 중앙노동위는 아사히글라스에게 "해고된 근로자들에 대한 생활안정 및 재취업 등 지원대책을 마련하라"는 이례적인 판정을 내렸습니다. 아사히는 중노위 판정을 인정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은 1년이 넘도록 불법을 판단하지 않고 있습니다. 구미시청은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판정 이후인 지난 4월 21일 구미시 공무원과 구미시가 위탁한 용역업체 직원 700명을 동원해서 길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몸 누일 천막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했습니다.
간신히 법으로 이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