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9개월, 미수습자 한 명 올라온 게 전부였다"

4.16연대 20대 회원 만남의 날, '사소'

등록 2016.10.10 17:29수정 2016.10.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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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부모님들, 형제자매들, 생존자들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많았잖아요. 세월호 참사를 시시각각 전해 들으며 고통스러웠던 우리 시민들도 당사자라고 생각해요. 세월호를 겪은 우리, 416세대가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필요했어요. 오늘 행사가 감사해요."

지난 10월 8일 토요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4.16연대 20대 회원 만남의 날: 사소' 모임이 있었다.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약칭 4.16연대)의 하위기구 '4.16 대학생연대'가 주최한 행사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를 나누는 자리였다. 무겁고 아프게만 느껴졌던 거대한 참사에서 '사'사롭고 '소'소한 개인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색함을 깨고 나눈 우리들의 세월호 이야기

 '4.16연대 20대 회원 모임: 사소' 스태프들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4.16연대 20대 회원 모임: 사소' 스태프들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김소라

행사장 입구부터 환영의 기운이 가득했다. "평소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경험이 없어서 오늘 모임에 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는 참가자도 포근한 분위기에 안심하는 내색이었다. 서른 명 정도의 참가자들이 조별로 모여 앉았다. 행사 전에 4.16 대학생연대 준비위원단장의 진상규명 현황 브리핑이 있었다. 이어 '우리는 모두 세월호 활동의 주체이며 서로를 존중하고 일체의 차별을 지양하자'는 이야기가 오갔고, 나와 세월호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자기소개로 어색함을 깨면서 하나둘 이야기를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부터 꾸준히 지켜봐 온 사람부터 최근에 대학교 교양수업 과제를 하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사람까지, 다양한 참가자가 모였다.

참사 직후에는 고통스러운 소식들을 외면했지만, 교복 입은 청소년을 보고 바다를 볼 때마다 세월호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참가자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4시 16분에 열리는 '304 낭독회'를 소개해주기도 했다(장소는 매번 바뀐다고 한다). 세월호 대학생 동아리 '사월애'에서 세월호 참사를 계속해서 알리는 활동을 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참석자 대상 선물 추첨을 진행했다. 세월호 우산, 세월호 물병, 세월호 엽서, 그리고 책 <다시 봄이 올 거예요>이 준비되어 있었다.
참석자 대상 선물 추첨을 진행했다. 세월호 우산, 세월호 물병, 세월호 엽서, 그리고 책 <다시 봄이 올 거예요>이 준비되어 있었다.김소라

돈과 사람, 둘 중에 '뭣이 중한지'를 나누면서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터졌다. 일상에서 목격한 크고 작은 세월호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돈보다 사람, 돈보다 생명. 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주변을 이야기하며 위로와 공감을 나눴다.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을 하다가 군대에 갔어요. 제대하니까, 특별법 '개정' 서명을 하고 있더라고요. 힘이 풀렸죠. 제가 군에 1년 9개월 있는 동안 바뀐 것은 미수습자 한 분이 올라왔다는 것, 딱 그거 하나였어요. 훈련병 때에는 외부 소식을 알 수가 없으니까, 편지가 전부잖아요. 1주일 뒤에야 편지로 그 소식을 들었거든요. 그게 다였어요. 미수습자 한 명 올라온 게 다였어요."

무력감을 이기는 것은 결국 '우리'


 한 참가자가 오늘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와 소감을 전하고 있다.
한 참가자가 오늘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와 소감을 전하고 있다.김소라

'무력감'.

세월호를 바라보면 무력감이 든다고, 참가자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누가 그런 말을 했다. 시민들이 세월호 이야기 그만하라고, 질린다고, 지친다고 말하는 것에 상처받지 말라고. 우리는 모두 무력감을 공유했다. 대화하지 않으려는 체제 때문이다. 해도 안 되고, 무엇 하나 변하는 게 없는 싸움에서 남는 것은 무력감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소매를 걷어붙여야 한다. 건강한 싸움을 무시하고, 없던 일로 해버리려는, 그 태도와 싸워나가야 한다.

희생자의 유가족들, 생존자들,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펼친 의인들과 더불어 우리도 당사자다. 모임이 마무리될 때쯤, "싸움과 투쟁이 무섭기만 했다"는 참가자가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고, 고민을 나누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416세대라 부르는 청년들이 이러한 대화의 장을 계속 만들어나가자고 다짐했다.

같은 날 7시,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낮에 보았던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이렇게 우리는 모인다. 그날을 잊지 않고.

 '사소' 모임 참가자들.
'사소' 모임 참가자들. 김소라

#세월호 #416연대 #416대학생연대 #세월호 참사 #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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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가족, 그리고 채식하는 삶에 관한 글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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