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광주니까" 가능했던 두 가지 행사

시민들이 만든 김원중 30주년 콘서트와 정영창 초대전의 진혼곡

등록 2016.10.13 13:39수정 2016.10.1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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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와 함께 광주와 시대를 노래를 해온 가수 김원중. 그의 데뷔 30주년을 광주시민들이 직접 판을 깔고 마당을 열어 축하해주었다. 광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광주와 함께 광주와 시대를 노래를 해온 가수 김원중. 그의 데뷔 30주년을 광주시민들이 직접 판을 깔고 마당을 열어 축하해주었다. 광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광주시민100인위원회

지난 11일 하루 동안 광주에서는 매우 특별한 행사 두 개가 열렸다. 강위원 광주 새사연 대표는 "광주니까 가능했던 콘서트"라고 평가했다. 최치현 광주 광산구 열린민원실장은 "광주다운 콘서트"라고 말했다.

# 광주니까 : 시민들이 만든 김원중 데뷔 30주년 콘서트


<바위섬>과 <직녀에게>로 유명한 가수 김원중, 그가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학살로 고립된 광주를 위무하며 불렀던 <바위섬>을 부르며 그는 금남로에 거리음악제를 시작했다. 트럭을 타고 전국을 돌며 '잘 가라 지역감정'을 외쳤다. 이북 어린이 급식을 돕는 '빵 만드는 공장, 달거리 공연'을 10년 넘게 계속 하고 있다.

이른바 '히트곡'을 가진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가수가, 서울로 터를 옮기지 않고, 30년 넘게 지방을 터전 삼아 노래 부르는 이는 김원중이 거의 유일하다. 30년 넘게 분투해온 그를 광주는, 광주시민은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나서서 이를 축하해주기로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시민모임이 '김원중 데뷔 30주년 콘서트를 준비하는 100인 위원회'.

100인 위원회였지만 200명이 넘는 각계 시민들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들은 콘서트 장소를 섭외하고, 표를 팔아 김원중을 무대에 '초대'했다. 2000석이 넘는 큰 무대였다. 그러나 빈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12일 밤 8시부터 '김원중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with 광주'가 시작하자 관객들은 하나같이 "광주니까, 그래 광주니까"라고 한 입으로 외쳤다.

 광주시민들이 준비해서 연 김원중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팬들이 준비한 소규모 공연이 아닌 시민들이 나서서 준비한 대형 공연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광주시민들이 준비해서 연 김원중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팬들이 준비한 소규모 공연이 아닌 시민들이 나서서 준비한 대형 공연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광주시민100인위원회

공연 하루 뒤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도 김원중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사랑을 받아도 되나, 앞으로 어떻게 잘해야 하나' 생각과 고민이 끊이질 않는다. 광주와 함께 30년 동안 노래 불러온 나를 광주시민들이 이토록 귀하게 여겨주다니…. 그러니까 광주다. 이번 콘서트는 가수 김원중 내 자신의 영광을 넘어 그동안 사라졌다고 많은 이들이 생각했던 광주의 역동적인 힘을 보여주었다. 그 힘을 이어가는 공연을 준비할 계획이다."


시민위원회 관계자는 "이번에 모인 광주 시민의 힘을 이대로 소멸시켜버리기엔 너무 아쉽다고 다들 이야기한다"라면서 "가수 김원중의 노래로 대변되는 광주는, 분단조국을 넘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직녀에게>에 등장하는 노둣돌 같은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인 만큼 그 길을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광주시민들이 만든 '김원중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는 끝났다. 그러나 광주시민과 김원중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콘서트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 광주다운 : 노래공연과 함께 하는 재독 화가 정영창 초대전

30년 동안 독일 화단에서 활동해온 정영창 화백의 초대전(11월 6일까지)이 열리고 있는 지난 11일 오전 11시 광주시립미술관 전시실. 흑과 백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게 가하는 폭력, 국가가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을 고발하는 작품들 앞에서 관객들은 작가가 직접 설명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걸음을 멈칫거린다.

후쿠시마 원전 피해 어린이 미라이, 세월호 침몰 사고의 어린 희생자들, 친구 대신 죽음의 길을 택한 아프가니스탄 청년 핫산, 지독한 고문에 저항하다 기름난로를 껴안은 화상의 얼굴을 한 서승….

 11일 오전 11시,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정영창 화백 초대전에서 노래공연을 하고 있는 인디언 수니.
11일 오전 11시,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정영창 화백 초대전에서 노래공연을 하고 있는 인디언 수니. 이주빈

이 모든 것이 공상과학이 아니라는 서늘한 독백의 문장이 지난 자리. 통기타 반주를 따라 생명 평화를 노래하는 가수 인디언 수니의 서늘한 노래가 전시실을 휘감아 돈다. 아일랜드 민요인 <대니 보이>를 시작으로 김두수 작사·작곡의 <기슭으로 가는 배>와 <나비> 그리고 광주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까지.... 그것은 산자들이 죽은 자들에게 바치는 진혼곡이었다. 공연이 정영창 화백의 전시와 함께 펼쳐진 것이다.

이번 초대전을 기획한 변길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한 큰 전시들이 많은 가운데 광주정신과 맥이 닿아 있는 정영창 화백의 초대전이 보다 많은 이들과 소통했으면 좋겠다"라고 처음으로 '노래가 있는 전시회'를 준비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영창 화백은 "나의 그림이 폭력에 희생당한 이들을 위로하는 레퀴엠(requiem)인데 이곳이 광주이다 보니 찾아주신 분들이 더욱 크게 공감하는 것 같다"라며 "나의 그림이 전달하고자 여러 가지 폭력에 관한 메시지가 인디언 수니의 노래와 함께 더욱 깊게 전달되어 의미가 컸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전시회 오프닝 때 노래를 불러는 봤지만 전시회가 진행되는 공간 안에 직접 들어가 그 과정에서 함께 노래한 것은 처음"이라는 인디언 수니 씨는 "그림으로 1차 소통하고 노래로 2차 소통하는, 즉흥성이 있지만 편안한 자리였다"라고 말했다.

그림을 보러 왔다가 노래공연까지 함께 감상하는 '노래가 있는 전시회'. 그림과 노래가 함께 하는 이 씻김굿은, 조만간 계획되지 않은 어떤 날 다시 펼쳐질 예정이다.
#광주 #김원중 #정영창 #콘서트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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