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불안과 우리 안의 호랑이

[살며 사랑하며 21] 호랑이 사냥(1)

등록 2016.10.17 11:06수정 2016.10.1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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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나요. 아침 식사를 하는데 아내가 멍하니 앉아 있습니다. 이럴땐 그냥 눈치만 봅니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신호거든요. 대개 별일 아닌데 그날은 밥을 다먹어 가도록 말이 없더니  이윽고 정체를 드러냅니다.


". . . .빚이 안줄고 늘기만 하네... "

그냥 용돈만 타 쓰고 신경을 안 썼는데 매달 네 식구 씀씀이에 벌이가 쫓기다 보니 너무 피곤하답니다. 그날 이후 가계가 제게 넘어왔습니다. 저보고 알아서 하랍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마이너스 통장을 하나 만들어서 쓰고 있는데 아내 말이 맞았습니다.

그 통장은 줄지 않고 늘어만 가더니 몇 년 사이 목까지 차올랐습니다. 제가 사는 집이 우리집인 줄 알았는데 겪어보니 우리은행 집이었습니다. 대출금 상환만큼 매달 마이너스입니다.

사무실 근처에 복권방이 하나 있습니다. 심심찮게 로또 1등, 2등 당첨 플래카드가 나붙었습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사실이었습니다. 깔끔하니 한쪽에 컴퓨터도 있고 커피 테이블도 있고 쉼터처럼 꾸며놨습니다. 금요일이면 문밖까지 긴 줄이 이어졌습니다.

확률상 거의 제로에 가까운데도 매주 예닐곱 명씩 1등 당첨자가 나오고 그중 한 명이 여기서 나왔으니 나라고 되지 말란 법이 있나 싶은 거겠지요. 거액의 대출금은 이런 방법 아니면 답이 없을 듯도 합니다. 속이 허할 때 이따금 그 긴 줄에 서 있는 제모습을 보았습니다.


석가모니께서 말씀하신 아주 슬픈 이야기입니다.

한 젊은이가 숲을 걷다가 호랑이와  맞닥뜨려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다 절벽에 이르렀습니다. 마침 한 쪽에 매달려있는 덩굴을 발견하여 그걸 잡고 아래로 내려갔지요. 그런데 덩굴이 너무 짧아 땅에 닿을 수 없었습니다.

바로 그때, 저기 아래서 사납게 으르렁대는 또 다른 호랑이를 봤습니다. 위에도 호랑이 아래도 호랑이, 최악입니다. 젊은이가 공포에 휩싸여 대롱대롱 매달린 채 발버둥 치다가 절벽 틈에서 산딸기를 발견했습니다. 그 와중에 산딸기를 움켜쥐고 베어 물며 이렇게 말했다지요.

"크아,  맛있네!"

산딸기에 취해 있는건 잠시뿐 곧 호랑이는 다시 으르렁대지요. 또 다른 산딸기를 찾을 겁니다. 석가모니의 호랑이는 우리 마음 안에서 쉼 없이 포효하는 호랑이입니다. 세상 저밖에는 없는 크고 무서운 놈이지요. 오직 내 안에 나 스스로 만들어내는 호랑이입니다. 복권방 그 긴 줄에 서 있던 제 마음 안에 불안의 호랑이 한 마리가 으르렁댔던 거지요.

'그때는 참 행복했었는데. . .'

행복이 때에 따라 변하는 걸까요. 행복이 시시각각 변하는 이유는 행복을 느끼는 이유가 외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외적 요인은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그러면 행복도 그에 맞춰 잠시 생겼다가 사라지고 맙니다.

마음의 불안은 욕망의 여러 모양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좋은 차, 넓은 집, 예쁜 얼굴과 몸매...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평생을 달려가고, 그게 채워지면 또다른 뭔가를 찾습니다. 내 안에 끊임없이 호랑이가 으르렁대고 있기 때문이지요.

혹여 우리가 그 호랑이에 사로잡힌 채 주위를 돌릴 산딸기를 찾고, 그것을 움켜쥐고 '행복'이라 부르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제 안에 으르렁대는 호랑이는 무엇인지 살펴봐야겠습니다.

호랑이 지금 산딸기를 찾고계신지요. 호랑이 한마리 키우고 계신 겁니다. ^^ ⓒ 전경일


#행복 #호랑이 #대출금 #복권방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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