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였다

함께서울 정책박람회 '서울 해결책방'

등록 2016.10.15 10:21수정 2016.10.1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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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연세로를 빠져나오니 한적했다. 홍대로 넘어가는 언덕 중턱 즈음에 다래헌이라는 자그마한 모임 공간이 있다. 이곳으로 지난 6일 낮 12시경부터 서서히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 중 하나인 미세먼지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서울 해결책방'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시민들이 하나둘 입장할 때마다 기념품으로 입구에 마련돼 있던 황사 마스크가 네댓 개씩 사라졌다.

이날 행사는 서울시가 다양한 정책을 소개하고 논의하고 제안하는 '함께서울 정책박람회'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참석한 이들은 대학생, 시민단체 회원, 시의원 등 직군은 물론 연령층도 다양했다.

처음 마이크를 잡은 것은 진행자가 아닌 가수였다. 녹색당원으로 20대 총선에 출마한 적도 있는 '하늘소년' 김영준씨다. 미세먼지를 소재로 만든 노래를 들려준 그는 공연을 마친 뒤에도 떠나지 않고 행사에 참여했다.

 다양한 연령과 직군을 가진 시민들이 ‘서울 해결책방’을 찾아 미세먼지 해결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다양한 연령과 직군을 가진 시민들이 ‘서울 해결책방’을 찾아 미세먼지 해결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김범진

본격적인 토론 시간이 마련되었다. 토론 주제별로 나뉜 각 테이블마다 진행자와 기록자가 선정됐다. 토론이 부담스럽다는 듯 손사래 치던 시민들은 곧 제각기 열변을 토해냈다. 큼지막하게 보이던 큰 종이가 금방 포스트잇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논의는 미세먼지 측정방법과 시민활용 방안,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 정책, 운행경유차 배출가스 줄이기, 교통량 줄이기, 한중 미세먼지 줄이기, 시민건강권 보호를 위한 생활 실천방안까지 총 여섯 개의 주제로 이루어졌다. 참석자들은 미세먼지가 너무 만성화되어서 도리어 일반 시민들이 문제를 잘 느끼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들이 포스트잇을 채워넣고 있다.
시민들이 포스트잇을 채워넣고 있다.김범진

미세먼지 측정방식을 두고 시민들이 제기한 문제는 주로 낮은 공신력에 관한 것이었다. 국제기준보다 훨씬 높은 관리기준치, 지방 각지마다 측정소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못한 것 등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문제였다. 미세먼지가 '좋음'으로 표시되었을 때도 간혹 미세먼지의 양이 많아 혼란을 겪은 경험은 다수가 공유하고 있었다.

주로 밖에서 공기를 마셔야 하는 외근자에게 미세먼지는 더욱 심각한 문제였다. 육안에 의지해 위험한 작업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도 미세먼지로 뿌옇게 변한 하늘은 자칫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는 변수가 된다. 어린 아이나 노약자의 건강에 특히 치명적이라는 것은 많은 이들이 놓쳤을 법한 사실이다.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에너지 정책에 관해서도 구체적인 의견들이 쏟아졌다. 현재 활동 중인 자문기구보다 더 큰 권한을 가진 국회특별위나 시민위원회 등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 밖에 미세먼지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노후경유차 제한이나 교통량 줄이기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무엇보다도 전문가를 포함한 모든 참석자들이 지적한 문제의 핵심은 중국발 미세먼지였다. 2011년에만 총 미세먼지 중 49%가 중국에서 왔다. 중국의 비중은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자체 발생량은 매년 감소 추세다. 반면 중국은 한국과 보다 가까운 동부 해안가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자국 내 환경보호 차원에서다. 결국 미세먼지 문제는 서울시의 대기질 개선 대책만으론 한계가 있다.


그러나 시는 할 수 있는 일부터 우선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사의 맺음말은 '천리 길을 내딛는 한 걸음'이었다. 시민 한 명, 한 명의 작은 행동을 모아 사회적 담론과 실질적 행동의 계기를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이 날 나온 해결책들은 행정 부서에 전달된 뒤 일정 기간 검토와 실행 과정을 거치게 된다.
#미세먼지 #서울 해결책방 #함께서울 정책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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