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씨 리포트 내용
jtbc 뉴스 갈무리
정유라 씨는 이화여대 재학 중 제출한 리포트에 '해도 해도 안 되는 망할 새끼들에게 쓰는 수법'이라며 비속어를 사용했다. 또 2014년 자신의 SNS에는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라는 글을 게재했다. 짐작하건대 정씨에게는 뼛속 깊이 계급 의식이 자리한 것 같다. 재력과 권력을 거머쥔 부모를 만난 것이 곧 본인의 실력이고,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들은 '망할 새끼'다.
정씨의 말대로라면 어쩌면 정씨를 제외한 대한민국 청년 대부분은 '망할 새끼'다. 부모는 비선 실세가 아니며 그만큼의 재력도 없고, 노력해 봤자 생득적 지위를 이길 순 없으니 말이다. '해도 해도 안 되는', 아니 '못 되는' 상황에서 청년은 '죽창'을 찾는다. 웃자고 하는 소리이지만 마냥 웃을 일이 아니다. "그냥 다 죽자"는 체념과 포기의 정서가 청년을 깊이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말 '망할 새끼'의 씨가 따로 있는가. 이 질문에 대놓고 "YES"라고 대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선 실세 의혹에 대해 해명 한 마디 내놓지 않는 정부를 보면 이 질문의 대답은 "사실상 YES"인 듯도 하다. 이럴 거면 차라리 신분제를 부활시키는 편이 낫겠다 싶다. '망할 새끼' 주제에 감히 명문대 입학과 좋은 학점 취득을 바라지 않고 타고 난 신분에 맞게 살도록 말이다. 어차피 안 되는데 애먼 노력을 쏟으며 시간 낭비할 일도 없지 않은가.
정부가 진정으로 청년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갖은 청년 정책을 쏟아내기 이전에 비선 실세 의혹에 대한 해명과 '정유라 사건'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청년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위선일 뿐이다. 안 그래도 소득과 교육 수준이 대물림 되는 세상이다. '노력하면 된다'는 최소한의 희망마저 사라질 처지다. 청년은 더 이상 내몰릴 벼랑 끝도 없다. 정부는 하루빨리 이 사태를 해결해 '망할 새끼'의 씨가 따로 없다는 것을 보여 주길 바란다. 그 전엔 청년 정책을 들이밀며 청년에게 노력하라고 요구할 자격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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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xx'의 씨도 따로 있나?... 정유라에 화난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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