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미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달렸다!'

[해탈로 가기] 제주 한림 해운사 2 - '해탈’과 ‘미래'

등록 2016.10.25 11:21수정 2016.10.2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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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 방에 한 두개씩 있는 죽장자입니다.
스님 방에 한 두개씩 있는 죽장자입니다.임현철

이런 유의 옛날이야기 익히 들었을 겁니다. 예를 들어, 큰 스님들이 들고 다니던 죽장자(竹杖子)를 꽂아 고목이 됐다는 '지팡이 설화'입니다.


실제로 신라 의상대사께서 심었다는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천왕목', 신라 진감국사 혜소 스님께서 꽂았다는 하동 쌍계사 국사암 '느릅나무 사천왕수', 고려 보조국사와 그 제자가 함께 꽂았다는 순천 송광사 천자암 '곱향나무 쌍향수' 등 증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옛날이야기 같은 이야기가 오늘날 현실에서 있었다면 믿겠습니까? 그것은 온전히 당신 몫입니다.

제주도 한림 해운사 주지인 탄해 성율 스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당당한 풍채에 소탈한 표정이 '동자승'을 연상시킵니다. 2년 전 처음 뵐 때부터 말보다는 지혜가 많은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자신에 대해선 누구보다 본인이 더 잘 알 것이지만. 성율 스님과 선문답에 돌입했습니다.

눈 없던 스님, 수행 결과 눈을 얻다? 수명 스님

 제주도 한림 해운사 앞 풍경이 불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부처님을 향한 열정으로 보입니다. 수행이란...
제주도 한림 해운사 앞 풍경이 불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부처님을 향한 열정으로 보입니다. 수행이란...임현철

 제주도 한림 해운사 낙성기념 사진(1968년) 속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분이 출가 전 향봉 수명 스님이랍니다. 탄해 성율 스님에 따르면 "당시 눈이 없어 선글라스를 끼었다"고 합니다. 그랬는데, 뒤에 눈을 얻어 선글라스를 벗었답니다.
제주도 한림 해운사 낙성기념 사진(1968년) 속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분이 출가 전 향봉 수명 스님이랍니다. 탄해 성율 스님에 따르면 "당시 눈이 없어 선글라스를 끼었다"고 합니다. 그랬는데, 뒤에 눈을 얻어 선글라스를 벗었답니다.임현철

- 해운사가 '해동제일 관음기도 영험도량'이라는데 근거가 무엇입니까?
"우리 해운사는 앞을 못 보는 아들을 둔 어머니가 아들의 병이 낫길 기대하며 지은 사찰입니다. 눈 하나가 없는 아들이 출가해 해운사에서 밤낮으로 수행한 결과 없던 눈이 돌아왔습니다. 관세음보살께서 눈을 주신 겁니다. 그 스님이 은사이신 향봉 수명 스님입니다. 부처님 가피 때문에 많은 신도들이 와서 병을 치료했던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 무슨 <신 심청전>이란 말인가. 없던 눈이 돌아오다니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도 성율 스님의 은사 스님이라니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깊이 알아 봐야 했습니다. '불교=과학'이라니까.

- 미천한 중생입니다. 증거가 있습니까?
"뒤에 있는 저 사진을 보십시오. 선글라스 끼고 있는 분이 출가 전의 수명 스님입니다. 당시 이처럼 눈이 없어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출가 후, 40여 년 전, 눈을 얻었습니다. 은사 스님께서 눈을 얻기까지 수행하고 독송한 경은 '몽수경'과 '고안경'입니다. 수명 스님께서는 앞을 본 이후 선글라스를 벗었습니다. 이를 아는 제주 사람들이 해운사를 영험한 기도도량이라고 하는 겁니다."


글쎄, 이런 일이 1970년대에 있었다니. 게다가 자신이 직접 모신 은사 스님이라니, 참이다, 거짓이다 판단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여, 임진왜란 후 끌려간 조선 사람들을 찾으러 일본에 갔다가 설설 끓는 방안에서 왜놈들에게 도술을 부려 왜 이리 춥냐고 호통쳤다던 사명당 설화까지 떠올렸습니다.

진정한 해탈이란? "모든 것에서 벗어나는 것"

 제주도 한림 해운사 탄해 성율 스님. 호탕합니다.
제주도 한림 해운사 탄해 성율 스님. 호탕합니다.임현철

- 스님, 중생을 위해 법문 한 말씀 하시지요.
"법문은 다 비슷비슷하니 저는 안하렵니다."

이 무슨 발상이란 말인가. 한편으로 맞는 말씀입니다. 법문이 깨달음을 주기 위한 도구이기보다 좋은 말을 늘어놓는 지식의 알림 수단으로 변질된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 여기선 그저, 겸양지덕(謙讓之德)으로 읽혔습니다.

- 선문답이 좋겠습니다. 스님께서 주제는 알아서 잡으시지요.
"해탈과 미래로 하지요."

- 스님, 해탈이란 무엇입니까?
"일생에 있는 번뇌, 망상, 장애를 벗어나면 그게 해탈인 줄 알았습니다. 요즘에야 해탈의 근본 맺힘은 그것들을 포함한 그 이상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 해탈은 무엇입니까?
"거짓에 얽매여, 신의 피조물에 각인된 신의 노예, 신에게 종속된 삶의 사슬 등 모든 걸 끊는 게 해탈이란 걸 알았습니다. 번뇌, 망상, 장애 등을 포함한 모든 것으로부터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게 진정한 해탈입니다."

알 수 없습니다, 탄해 성율 스님이 큰 깨달음을 얻었는지. 어찌 알리오, 미천한 중생이. 그래도 바랍니다, 큰 깨달음 얻으셨길. 염원합니다, 그 깨달음이 고달픈 중생을 위해 기꺼이 널리 쓰이길.

종교의 미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달렸다!'

 제주 한림 해운사는 해안도로에 있었습니다. 야자수가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냅니다만, 해운사는 아주 토속적인 절집이었습니다.
제주 한림 해운사는 해안도로에 있었습니다. 야자수가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냅니다만, 해운사는 아주 토속적인 절집이었습니다.임현철

 해운사 입구 사천왕상 귀 밑에서 거미가 놀고 있습니다. 이 거미 해탈한 걸까?
해운사 입구 사천왕상 귀 밑에서 거미가 놀고 있습니다. 이 거미 해탈한 걸까?임현철

- 종교의 미래는 어떻습니까?
"궁극적으로 물질과 과학이 지배하는 미래사회는 더 이상 종교가 필요치 않게 됩니다. 젊은이들이 외면하는데 남아나는 종교가 있겠습니까? 미래 종교는 도태될 염려가 많습니다. 기독교는 죽었습니다. 불교는 미래이고, 미래가 불교입니다."

- 기독교가 왜 죽었습니까?
"기독교는 폐쇄적입니다. 자기 교회에만 오라고 합니다. 반면 불교는 개방적입니다. 삼사순례 등을 보면 내 절이 아닌 곳에도 가라고 합니다. 상생 자체가 다릅니다. 일례로, 일전에 유럽에 갔었습니다. 관광지마다 있는 그 큰 성당이 유물로 변해 있었습니다. 성당에서 미사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성당이 있는 이유가 곧 미사 아닙니까? 미사가 열리지 않는 성당이 무슨 의미겠습니까. 관광지로 변한 성당에 신은 없었습니다."

- 왜, 불교가 미래입니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람들은 지식과 과학, 지혜가 발달할수록 창조는 허구라는 걸 인식하게 됩니다. 이에 반해 불교는 '인과응보'라 원인과 결과가 뚜렷합니다. 불교는 과학입니다. 그러나 이것만 믿어서는 불교 역시 도태됩니다. 불교도 미래 문명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근본 패러다임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재정비하고 바꿔야 합니다. 이는 기독교도 마찬가집니다."

- 새로운 패러다임은 어떤 겁니까?
"패러다임은 프로그램입니다. 불교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기독교에서 하는 주일 예배와 공격적 포교 등의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님들이 산속에만 있을 게 아니라 세상 속으로 나와 사람들과 부딪치고 제도하고 가르쳐야 합니다. 절에 오는 사람만 받아서는 부처님 사상을 제대로 전할 수 없습니다."

- 구체적인 포교 방법이 있습니까?
"사찰 70~80%는 스님 혼자 있는 독사리 절입니다. 그래 각 사찰 힘만으로 포교가 어렵습니다. 이를 지역별 권역별로 나눠 서로 연대해 어린 아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전 세대가 어울리도록 포교해야 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운영하는 '한마음선원'은 아주 좋은 본보기입니다. 불교 종파를 넘어 모두가 중생의 삶이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적극적으로 교화해야 합니다."

종교의 미래가 어둡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미래 우리 사회도 어둡습니다. 물질 만능에 빠진 사회, 그 속에서 허우적대는 탓입니다. 그렇지만 한탄만 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희망을 찾기 위해선 우리 모두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나서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정신이 죽은 사회는 온전치 못하다는 겁니다. 인류, 정신을 되살리는 일에 힘쓸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주 한림 해운사는 지금 해수관음보살 불사(대웅보전 왼쪽) 중이었습니다.
제주 한림 해운사는 지금 해수관음보살 불사(대웅보전 왼쪽) 중이었습니다.임현철

덧붙이는 글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제주도 #한림 해운사 #해탈 #탄해 성율 스님 #향봉 수명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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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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