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숲길 걷기 축제의 참가자들이 봄철 벚꽃으로도 유명한 덕산의 옥병계 근처를 걷고 있다.
이재환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최대한 만끽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역시 걷는 것이다. 낯선 이와 함께 걸으면 친구가 되기도 하고, 친구와 함께 걷다 보면 깊어 가는 가을처럼 우정이 좀 더 돈독해지기도 한다.
걷기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9일 토요일 오전 9시, 충남 예산군 덕산면 온천축제장에서는 '내포문화숲길 걷기 축제'가 열렸다. 가족과 연인, 친구 혹은 혼자서 걷기 축제에 온 500여명(주최측 추산)의 참가자들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두 갈래로 나뉘었다.
등산 형태의 걷기를 원하는 참가자는 가야산 원효봉 방향으로, 천천히 평지를 걷는 것을 선호하는 참가자들은 옥계 저수지 쪽으로 향했다.
기자는 이날 초보자도 쉽게 걸을 수 있다는 '가야산 구곡길'을 선택했다. 옥계 저수지로 향하는 가야산 구곡길은 덕산온천 앞에서 출발, 옥계 저수지의 관어대와 헌종 태실 그리고 벚꽃길로 유명한 옥병계를 통과해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코스이다.
출발할 때는 다소 쌀쌀한 날씨였다. 하지만 막상 걷기를 시작하자 몸에 열이 나면서 쌀쌀했던 날씨는 되레 시원하게 느껴졌다. 걷기 축제 참가자들은 오랜만에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도 찍고, 숲길 특유의 상쾌함에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듯 들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역시 길은 사람으로 통했다. 이날 처음 만난 오영호(45세, 아산)씨와 충남 당진시에서 온 걷기 마니아 50대 주부 장윤실, 정기화씨는 기꺼이 기자의 길동무가 되어 주었다. 특히 오영호씨는 한 달에 두 번 고향인 제주도에 찾아가 올레길을 걸을 정도로 걷기에 푹 빠져 산다.
오영호씨는 "길은 너무 넓지도 좁지도 않아야 걷기에 편하다"며 "요즘은 제주도 올레길의 일부 구간이 포장도로로 바뀌어 아쉽다, 자연 그대로의 흙길도 좋은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고향인 제주도에 내려가 '최소 비용'으로 살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길동무 장윤실(50대 주부)씨는 내포문화 숲길 예찬론자다. 장윤실씨는 "힘을 쓰며 걷는 길도 아니고, 친구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걷다 보면 우정도 돈독해 지고, 걷기에도 푹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숲길은 자주 걸으면 중독이 된다"며 "주말에는 걷기 외에 다른 스케줄을 잡지 못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녀에 따르면 내포문화숲길은 매주 주말마다 걷기 행사가 진행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