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권력을 내놓을 생각이 없다

[주장] 우리는 '시민불복종 운동'을 결심해야 한다

등록 2016.11.01 11:01수정 2016.11.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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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불과 일주일 사이에 우리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세대 아니, 우리 윗세대인 전쟁 세대와 그 윗세대인 식민지 세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이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자고로 독재 권력이 스스로 권력을 내놓은 적이 없음을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통해 배웠다. 각성하는 의미에서 현 상황을 이야기 한다.

국민의 진노, 이에 대한 박근혜의 반응

박근혜가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는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 꿈같을 게다. 또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그는 사실 이런 초유의 사태를 처음으로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문제에 대한 해석을 지속적으로 해주던 비공식 라인이 모두 잘린 후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언제인가 김무성이 기자에게 박근혜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 김무성: 박근혜가 가장 잘 쓰는 말이 뭔지 아느냐?
- 기자들: 원칙, 신뢰 아니냐.
- 김무성: 하극상이다. 박근혜가 초선으로 당 부총재를 할 때 선수(選數)도 많고 나이도 많은 의원들이 자기를 비판하니까 '하극상 아니냐'고 화를 내더라.

아무리 국민이 커다란 진노를 하더라도 어쩌면 박근혜는 '하극상 아니냐'라고 화를 내고 있을지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박근혜가 거국내각을 사실상 거부한다는 <프레시안> 기사가 떴다(2016. 10. 31, 박근혜, 거국내각 사실상 거부…황교안 후임 물색) 박근혜는 권력을 내줄 생각이 없다. 정말 국민의 진노를 '하극상'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날이 도둑같이 오리라...


그렇다, 그 날은 도둑같이 임할 것이라는 성경의 말씀이 여기에는 딱 적용된다. 지겹도록 반복했던, 그러나 지금 그 어떤 기준보다 더 적합할 수 없는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국민주권선언을 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두려운 일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 비서실장과 정책조정수석, 문고리 3인방과 최순실의 조력을 받지 못한 '철부지 정권'의 폭주가 시작될 수도 있다.


참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주인공 이영의 아버지인 왕은 '홍경래의 난'을 한 번 겪은 탓에 항상 민중들의 봉기를 두려워한다. 필자가 조선시대에 살아보지 않아 지배계급의 피지배계급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는 없으나, 과거 독재정권의 행태를 보아 그 정권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가에 따라 민중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는 비례한다. 작은 양보조차 '밀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강경한 태세를 취한다는 것은 그만큼 허약하다는 것이다.

이 정권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허약한 상태에 빠졌다. 그러기에 '철부지 정권'의 폭주가 무섭지 않은 것이다. 폭주할래야 폭주할 수 없다. 친박으로 구성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조차 정권과 단절을 이야기 하는 상황이다. 두려움은 저들이 가지는 것이지 '다시 만난 세계'를 발랄하게 부르며 새로운 세계를 갈구하는 젊은이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

불과 일주일 전에 필자는 <미디어오늘>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친박계에서도 악화되는 상황을 방어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면 슬슬 탈박, 멀박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며 "지금은 오히려 비박 쪽에 힘이 실려 있지만 비박도 계파가 나눠지고 친박이 러브콜을 보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출마가 희박해 지면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은 힘들지 않겠냐"라고 이야기 했는데, 그것이 지금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정말 그 날이 도둑같이 오고 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 새로운 투쟁

드라마틱한 지난 한 주가 지나갔지만, 이에 앞으로 1~2주는 더 기가 막히고 더 영화보다 영화 같은, 드라마틱한 역사적 일들이 예정되어 있다고 확신한다. 그 시작은 '최순실'의 구속수감이다. 검찰은 지금 그를 구속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몰려있다. '둥글이' 박성수씨가 시녀검찰 자폭하라며 개똥을 검찰 외벽에 퍼붓지 않더라도, 이미 그들은 국민들에게 시녀검찰로 낙인 찍혔다. 따라서 운신의 폭도 좁다.

물론, 방심해선 안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무혐의로 결론내고 영전을 했던 최재경 검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찌르기에, 그들이 어떤 '수'를 두어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간첩 사건도, 나훈아의 이혼 소식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제 빤한 수가 안 먹히는 거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투쟁을 하면 된다.

과거 70~80년대의 젊은이들은 짱돌과 화염병, 쇠파이프를 들고 힘든 투쟁을 벌였다. 구속되기 일쑤이고 때때로 잡혀가 고문을 받고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지금 2016년에는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경찰이 우리보다 수적으로 더 많이 청와대를 보호해도(실제로 그런 시기가 아주 많았다) 우리는 우리의 투쟁을 진행하면 된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투쟁은 의외로 간단하다. 오로지 헌법 1조가 기준이면 된다.

나는 앞으로의 한 두주가 우리 역사에서 민주주의가 승리할 수 있는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가 될 것으로 예견하며 행동요령을 제안하고자 한다.

① 모든 구호는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로 맞춰져야 한다

이미 언론들은 최순실에 초점을 맞추고 박근혜와 분리하고 있다. 물론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행태가 보인다. 최순실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박근혜의 퇴진이다. 아울러 이들과 권력을 향유해왔던 새누리당(비박도 포함된다)의 해체도 당연하다. 초점을 여기에 맞춰서 일사분란하게 대응해야 한다. 논지를 흐리면 안 된다는 거다. 거국내각이니 책임총리니 하는 정치권의 언어유희에 속지말자. 저들은 조금만 틈을 주면 주인을 무는 개다. 총구를 정확히 겨누자.

② 야권은 눈치 보지 말고 대중들의 투쟁에 함께 해야 한다.

과거 대중들의 투쟁을 방관하고 성과물의 단물만 빨아먹으려는 시도가 성공한 적 있었는가? 그런 의미에서 정의당은 잘 하고 있는 거다. 87년 6월 항쟁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거대한 민중의 분노를 야권이 이해하고 뒤를 따랐기 때문이다. 권력이 무너져도 셰도캐비닛(그림자 내각)을 할 수 있는 제도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해찬 의원이 "1987년 6월 항쟁과 유사한 국가 비상사태"라고 진단하고 "의원들도 침낭을 가져와 24시간 대기하는 마음으로 국면을 타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하는데, 여기에 한 꼭지 더 덧붙이자면 함께 하자는 거다. 어차피 권력 바뀐다. 당신들 여기 참여 안 하면 기회 없다!

③ 투쟁은 21세기에 맞는 대중성을 가져야 한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진보보수청년노인 할 것 없이 국민 전체가 들고 분노하고 일어나는 이 상황에서 투쟁은 대중적이어야 한다. 87년에는 대중을 지도하는 국본(국민운동본부)이 있었다. 지금은? 그럴 필요 없다! 왜? 21세기니까!

지금은 누가 누굴 지도하고 포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말이다. 깃발은 필요하지만, 방향만 제시해야 한다. 대중을 지도한다며 조급하게 나설 필요는 없다. 구호 하나를 외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으로, 노래를 하나 불러도 대중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

물론, 투쟁은 자발적이고 창발적이어야 한다. 온오프라인을 뛰어넘어 퍼포먼스를 벌이자. 오방낭을 만들어 던지는 퍼포먼스는 어떤가? 이화여대 학생들이 보여줬던 <다시 만난 세계> 플래시몹은 어떤가?

④ 이제는 광화문을 버리자! 서울시를 접수하자!

기존 투쟁가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겠으나, 광화문 투쟁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아! 광화문에서 투쟁할 사람은 투쟁을 하되, 나머지 지역을 버리지 말자는 거다. 다행히 한 재기발랄한 의경출신의 서울대생이 '시위진군지도'라고 멋진 아이디어를 냈다. 시위(demonstration, 示威)의 정의가 '다수의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정책당국이나 관련조직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일반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시도하는 공개적이고 집합적인 의사표현 행위'이라고 한다면 더 많은 서울 시민에게 함께 뜻을 모으자는 것이니, 광화문에 갖혀 있을 것이 아니라 서울시내 전역을 '접수'하자!

서울시 전체를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라는 시위의 축제판으로 만들자! 필자는 서울대가 가까우니 강남으로 진출할 요량이다. 정말 이 지도 작성자의 말대로, '2만 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다 해산했다'는 신문 보도가 '강남과 여의도 등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보도로 변할 수 있지 않겠냐, 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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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진군방향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 직후 서울대 내부게시판에 올라왔습니다. 재기발랄한 의경출신 서울대생이 제안한 것입니다. ⓒ 의경출신 서울대생


⑤ 담벼락을 향하더라도 오프라인에서 내뱉자

지금 우리는 박정희 신화라는, 거대한 모순이 깨져나가는 어마어마한 경험을 하고 있다. 보수의 본산이자 박근혜 정권 지지율의 최후 보루라고 불리는 TK와 60대의 지지율이 각각 19%와 28%로 추락했다는 것은,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이다.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외롭고 슬픈 우리 대통령님 도와달라"고 말한 것이 오히려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 주변에서 정말 심상찮은 이야기가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를 찍었다는 사람들이 촛불집회에 난생 처음 참여했었다는 이야기는 흔한 이야기가 되었다. 이제는 그 누구도 박근혜를 욕한다고 해서 빨갱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이야기 하는 사람이 욕먹는다. 지금이 기회다. 전국의 키보드워리어여~ 부모님께 말씀 드려보자! 보수적인 아내나 여자친구, 남자친구들에게 슬쩍 말을 건네 보자. 힘을 북돋는 의미에서 고 김대중 대통령의 격려를 실어본다.

"이기는 길은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정부에 옳은 소리로 비판해야 하겠지만, 그렇게 못 하는 사람은 투표를 해서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또 집회에 나가고 하면 힘이 커진다.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된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시민 불복종 운동'을 각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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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지지도 주간 일단 변화 대통령 박근혜씨의 지지율은 처참하다. 그래서 이길 수 있다. ⓒ 리얼미터


정말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상상도 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연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진석이 10월의 마지막 날, 야당 앞에 앉자마자 한 바탕 쏟아 내고 화를 내며 나갔단다. "국정을, 나라를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하야 정국, 탄핵 정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냐"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일제히 답을 달았다.

"응!"

이번이 진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부터 '시민불복종 운동'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전주의 어느 시내버스는 경적을 울리고 차량 앞에는 '박근혜 퇴진'을 붙였다고 해서 화제였다. 최순실네가 만든 가방이나 옷, 불매운동 벌이고, 항의전화 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꾸준히 투쟁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려워하지 말자는 것이다. 저들이 우리를 개돼지로 본다 하더라도, 우리 노동자와 민중들은 역사를,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역사를 써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현장언론 민플러스'에도 기고했습니다.
#시사평론가 최요한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 #시민 불복종 #시위대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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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한, 1969년 서울 산(産), 2000년부터 방송에 관심 있어 주변을 맴돌다 2005년 우연히 얻어 걸린 라디오 전화인터뷰부터 시사평론 방송시작, 2014년부터는 경제 Agenda에 집중, 시사경제평론을 하면서 몇몇 경제채널 출연하고 있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종일 고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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