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얼굴 가린 채 검찰 출석미르·K스포츠 재단의 강제 모금과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국정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에 앞서 취재기자의 질문에 얼굴을 가린 채 답변하고 있다.
유성호
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명마(名馬)를 사들이는데 수십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 일가에 직접적으로 돈을 준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
특히 삼성쪽은 그동안 미르 재단 등에 출연금을 낸 것 이외 따로 돈을 댄 것은 없다고 밝혀왔다. 게다가 그동안 정씨의 승마 활동과정에 삼성이 깊숙이 개입해 왔다는 의혹에 대해서 부인으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이번 정씨의 명마 구입 등에 30억 원이 넘는 돈을 댄 것으로 드러나면서, 삼성의 거짓 해명 논란뿐 아니라 검찰수사에 따라 경영진의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 유망주 지원한다면서 35억 원 송금... 정유라씨 혼자만 혜택2일 검찰과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9~10월께 독일에 있는 코레스포츠(현 비덱(Widec) 스포츠)라는 회사에 280만유로(당시 환율로 약 35억 원)를 보냈다. 비덱스포츠는 최순실씨가 딸 정유라씨와 함께 만든 컨설팅회사다. 하지만 이 회사는 별다른 컨설팅 사업 내역도 전무한 상황에서, 사실상 국내 미르와 케이(K)스포츠 재단의 자금을 빼돌리기 위한 회사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삼성은 코레스포츠와 명마 구입, 관리와 현지 대회참가 지원 등 10개월간 컨설팅 계약을 맺었으며, 그 명목으로 돈을 보냈다고 했다. 승마협회를 맡고 있는 회장사로서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승마 유망주를 육성, 지원하는 사업이라는 설명도 보탰다. 삼성이 보낸 돈 가운데 10억 원이 넘는 명마 '비타나 브이(V)' 구입에 쓰였다. 하지만 이 말을 타고 실제 훈련한 사람은 정유라씨 뿐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독일의 승마잡지가 '도쿄올림픽을 준비중인 한국의 삼성 승마팀이 10억원에 달하는 명마를 구입해 정씨를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이에 삼성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었다.
또 지난달 비덱스포츠가 도쿄올림픽의 비인기종목 유망주 육성을 위해 4대 그룹에 80억 원씩을 요청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삼성 쪽은 "전자와 물산, 제일기획 등 계열사에 확인했지만 비덱으로부터 그런 요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출연금 이외 돈 준 적 없다? 검찰 "직접 준 곳은 삼성이 유일"삼성 관계자는 최근 <오마이뉴스>기자에게도 "미르와 케이(K)스포츠 재단 출연금 이외 따로 돈을 지원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들 재단에 계열사들을 동원해 모두 204억 원을 냈다. 대기업 53개사가 낸 774억 원 재단 출연금 가운데 26%로 가장 많은 돈이다.
하지만 삼성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삼성이 공식적인 루트를 통하지 않고, 여러 단계를 거쳐 최씨 모녀의 독일 회사에 돈을 보낸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까지 최씨에게 돈을 직접 건넨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삼성은 또 정유라씨를 위해 승마장을 구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문구업체인 모나미는 해외계열사를 통해 5월 독일 엠스데텐의 '루돌프 자일링거' 승마장을 230만 유로를 들여 구입했다. 문구업체가 뜬금없이 독일의 승마장을 구입한 배경을 두고 온갖 추측이 나돌았다.
특히 모나미가 삼성전자와 99억 원대의 프린터, 사무기기 관리용역 계약을 맺은 사실이 나오면서, 삼성이 사실상 모나미를 앞세워 승마장을 구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여러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수사 결과 모든 게 투명하게 밝혀질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삼성 관계자는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중장지 지원계획에 따라 (지원이) 이뤄진 것"이라며 "승마장 구입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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