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투쟁중인 철도전기노동자 조광현씨점심 식사 시간을 이용하여 그를 만났다.
김병준
기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앞으로 내달리는 투박한 모양의 열차다. 하지만, 지금 기차들은 검은 연기를 뿜어내지 않는다. 대신 차량 위에 길게 연결된 전선과 연결된 채 철로 위를 하염없이 내달린다. 철도 파업이 40여일에 이르는 시점에서, 동력을 공급하고, 통신을 통해 기관차와 역을 연결하고, 신호를 통해 철도 위의 모든 것을 제어하는 철도전기노동자 조광현씨를 만났다.
"철도에서 전기는 크게 4종류로 구분돼요. 전철전력, 변전, 통신, 신호. 각각의 업무는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죠. 전철전력은 전력공급 위주, 변전은 전기를 철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업무, 통신은 무전기, 광통신 등으로 열차와 역, 열차와 열차간의 소통, 신호는 철도 내에 있는 모든 신호와 관련된 업무예요. 특히 신호는 철도신호가 따로 분류되어 있어서 업무의 특수성이 강해요."
기차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관사와 기차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동력인 전기를 공급해주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서로 소통하고, 신호를 통해 움직임을 제어하는 등 다른 여러 분야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업무 특수성이 강한 편인데, 지금 사장은 '멀티플레이어'를 만들겠다면서 여러가지 업무를 다 할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죠. 각 업무의 특성이 있고, 경험이 쌓여야 일을 잘 할 수 있는 것인데, 이거저거 경험만 해서는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25000V(볼트)의 고전압을 만지는 전기 업무. 전문성과 경험이 매우 중요한데, 공사 측에서는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순환전보 등을 통하여 철도노조에서도 지난 10월 21일 코레일 홍순만 사장이 밝힌 이러한 계획에 대해 적극 비판하고 나선 바 있다.
"특히 신호 업무 같은 경우는 철도 신호가 별도로 운영되는 관계로 전혀 새로운 영역이에요. 전기 내에서도 업무 배치 전환을 시도했던 적이 있어요. 어쩌다 한두명이 이동할까 신호 업무는 거의 독자적으로 진행되고 있지요. 그런 상황에서 멀티업무라고만 주장하고 있으니,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는 거죠."실제 전기 업무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멀티 업무 담당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업무의 특성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여러 종류 업무를 하도록 해서는 전문성도 떨어지고, 더 많은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인원이 감축된 게 제일 불안해요. 예전에는 날씨에 따라 업무 조정이 가능하거나, 야간작업도 조정 등을 통해서 진행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지금은 그 날에 하지 못하면 다시 시간을 잡기 어려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강행하는 경우가 많죠. 위험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거예요. 안전위해요소가 많아져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