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김기춘, 태어나면 안 될 공작정치 부두목"

전 민정수석 비망록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 "하야·탄핵 말 않던 나도 퇴진운동 작심"

등록 2016.11.11 10:28수정 2016.11.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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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소연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사법부 개입 정황,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야권 지도자 탄압 등의 의혹에 휩싸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해 "김기춘이야 말로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태어난 것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김기춘이란 작자는 사법부까지 이용해 정적을 제거하려고 한 공작정치의 부두목이다"라며 "국민의당은 이번 사건을 박근혜 청와대의 헌정유린, 정치공작 사건으로 규정한다"라고 밝혔다.

10일 공개된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법원이 지나치게 강대하다. 견제수단이 생길 때마다 길을 들이도록"이라고 김 전 수석에게 지시했다. 또 비망록에는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 보수단체가 개입하도록 한 정황도 나와 있다.

특히 비망록을 보면, 2014년 6월 말 박 위원장이 '만만회' 의혹을 제기하자, 김 전 실장은 7월 5일 "박지원 항소심 공조유지 대책 수립"을 세워 "박사모 등 시민단체 통해 고발"을 지시한 메모가 담겨 있다. 실제로 7월 20일 새마음포럼이라는 시민단체가 박 위원장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뿐만 아니라, 비망록에는 "홍성담(대통령을 허수하비로 표현한 '세월오월'의 작가) 배제 노력", "사이비 예술가 발 붙이지 못하도록", "문화예술계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 등의 메모가 담겨, 김 전 실장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기춘 이름, '나는 모른다'로 명명하자"

이날 박 위원장은 "21세기 대명천지에 어떻게 유신독재처럼 (나라가) 돌아갔는지, 최순실 사건에 버금가는 독재망령을 (김 전 실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라며 "한마디로 청와대가 헌법을 유린한 또 하나의 엄청난 사건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 위원장은 "영화 <자백>을 보면 김기춘이 얼마나 많은 공작을 통해 사람들을 사형시키고, 수십년씩 감옥에 있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라며 "그런데 (<자백>을 만든) 최승호 PD가 그렇게 줄기차게 따라다니며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고 하니, (김 전 실장은) '나는 모릅니다, 나는 모릅니다'라고 답했다. 나는 그 영화를 보고 참 많은 눈물을 흘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그런데 이번에도 (김 전 수석의 비망록을 묻는 질문에) 김기춘은 '나는 모른다'라고 말했다"라며 "그래서 김기춘의 이름을 '나는 모른다'로 명명했으면 한다. 우리 당에서는 '김기춘 국정문란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진상을 밝힐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박 위원장은 "이제 제가 이야기해왔던 부두목 두 명 중 한 명은 (김기춘) 실명으로 밝혀졌다"라며 "국민의당은 또 한 명의 부두목과 관련해 상당한 자료를 갖고 쫓고 있다는 것을 예고한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트럼프, 최순실은 최순실, 박근혜는 박근혜"

한편 박 위원장은 12일 열릴 민중총궐기에 당 차원으로 참석해, 전날 중앙위원회에서 당론으로 결정한 "퇴진운동에 나서기로 작심했다"라고 발표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 국민의당은 중앙위원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상향식 결정을 내렸다"라며 "첫째 박 대통령 퇴진운동을 한다. 둘째 전당원은 퇴진운동 서명에 참여하고 국민들을 향해 퇴진운동을 개시한다. 셋째 12일 집회에 질서 있게 참여해, 촛불집회만 참여하고 행진은 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유일하게 하야, 탄핵 등을 주장하지 않았던 나도 우리 당과 함께 퇴진운동에 나설 것이다"라며 "앞으로 12일 이후 우리 당이 어떻게 나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박 대통령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박 위원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 사건을 묻으려고 한다. 박 대통령이 힘을 발휘하려고 기도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트럼프는 트럼프고, 최순실은 최순실이고, 박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책임이 남아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어떻게 트럼프의 당선을 기회로 삼아 최순실을 묻고 박 대통령이 다시 국정을 장악하려고 노력하나. 바로 이것이 문제"라며 "오늘 또 최순실 사건과 관련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점을 직시해야지, 이를 계기로 또 힘을 잡아보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고 야당을 인정하지 않는 오기다"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김기춘 #박근혜 #최순실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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