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유치 찬반으로 쪼개진 마을, 아이들이 복원"

창원 구산면 수정마을... 어린이들 '수정만 생태모니터링' 보고서 내

등록 2016.11.15 13:30수정 2016.11.15 15:13
0
원고료로 응원
어린이들이 마을의 생태환경을 조사해 보고서를 냈다. 창원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마을 어린이들이 수정만 생태 모니터링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묶은 <수정 어린이들의 고둥과 귀제비 이야기>를 펴냈다.

수정마을은 앞 바다가 잔잔한 호수와 같고 수정과 같이 물이 맑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1990년 이전까지 꽤 넓은 갯벌이 있었지만, 이후 7만평이 매립되었다.

매립된 땅에는 2007년 조선기자재 공장 터가 있다.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 대형 조선기자재 공장이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며 오랫동안 투쟁했고, 마을의 찬성하는 주민들과 싸우기도 했다. 이 공장은 지금 터에만 가림막을 해 놓았고, 공장은 들어서지 않았다.

a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과 (사)환경교육센터, 구산초등학교는 <수정 어린이들의 고둥과 귀제비 이야기>라는 제목의 '갯마을 생태문화 도감'을 냈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과 (사)환경교육센터, 구산초등학교는 <수정 어린이들의 고둥과 귀제비 이야기>라는 제목의 '갯마을 생태문화 도감'을 냈다. ⓒ 윤성효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과 (사)환경교육센터는 지난 4월부터 구산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수정만 생태환경을 조사했다. 어린이들이 바닷가와 둠벙 등을 찾아 서식하는 고둥, 조개, 생물, 식물을 조사하고, 이들의 특징을 살려 그림을 그렸다.

어린이들이 조사하고 그려놓은 생태환경은 깜찍하다. 기수갈고둥을 살핀 김우진 학생(3년)은 "몸에 줄무늬가 있고 그물처럼 생겼다. 몸색깔이 금색이다"라고, 정지윤 학생(3년)은 개울타리고둥에 대해 "뒷모습은 보들하고 달 모양 같다"고 소개해 놓았다.

배건휘 학생(1년)은 대수리에 대해 "다른 고둥보다 크다. 붙으면 잘 안 떨어진다. 눈은 달팽이를 닮았다"라고, 신은영 학생(3년)은 바지락에 대해 "안은 보들보들하고 겉은 까칠하다. 무늬가 화려하다"라고 묘사했다.

지중해담치에 대해 윤기명 학생(5년)은 "홍합에 달린 털이다. 수정에서 유명하다"라고, 퇴조개에 대해 강철민 학생(6년)은 "발을 잘 안 내밀어서 그리기 힘들었고, 위에는 색깔이 연하고 내려갈수록 진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어린이들은 이름도 생소한 고랑따갭개비, 둥근배무래기, 애기배말, 털군부, 석회관갯지렁이, 참갯지렁이, 긴발가락참집게, 풀게, 무늬망둑, 갯개미취, 갯질경, 나문재, 해홍나물 등에 대해 조사하고 그림을 그려 특징을 설명해 놓았다.

수정마을에는 제비도 있다. 윤기명 학생(5년)은 "철민이 형 집 앞에서 관찰한 제비알, 처음엔 제비 알이 4개였는데 이번엔 5개여서 제비는 알을 하루에 한 개씩 낳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어린이들은 마을에 있는 둠벙과 하천도 조사해 기록하고, 마을에 흩어져 있는 유물과 유적도 살펴보았다. 어린이들은 마을에 있는 문화재들의 위치와 형태를 알 수 있도록 그림으로 그려 표현했다.

어린이들은 갯벌체험도 했다.

어린이들이 수정마을을 조사하는데 도왔던 백호경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간사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과 따스한 가슴으로 바다와 들판, 마을 구석구석을 돌면서 마을의 과거와 현재, 주민들의 삶과 역사를 고스란히 느끼며 그림으로 그려냈다"며 "앞으로 계속 이런 활동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태성 교수(창원대)는 "이제 수정마을 앞의 푸른 바다는 옛날의 모습이 사라지고 다만 이곳에서 생업을 꾸려가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기속 속에만 남아 있다"며 "몇몇 아이들이 학교 교정에서 뛰어놀고 있다. 그 아이들의 모습에 옛 수정만의 아름다운 물결과 풍광이 그대로 담겨져 해맑은 웃음소리로 밝게 번진다"고 밝혔다.

15일 오전 구산초등학교에서는 마을주민과 환경단체, 학생 등이 참여한 가운데 "조선기자재 공장 찬반으로 쪼개진 동네, 미래세대들이 복원한다"는 제목으로, '수정 어린이들의 고둥과 귀제비 이야기 발표회'가 열렸다.
#마창진환경연합 #환경교육센터 #수정마을 #구산초등학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폭염에도 에어컨 타령이 없는 독일 폭염에도 에어컨 타령이 없는 독일
  2. 2 런던도 난리났다... 30분 줄 서서 먹는 한식의 정체 런던도 난리났다... 30분 줄 서서 먹는 한식의 정체
  3. 3 잘 나가는 행담도휴게소, 우리가 몰랐던 100년의 진실 잘 나가는 행담도휴게소, 우리가 몰랐던 100년의 진실
  4. 4 룸살롱 다녀온 택시 손님의 말... 우리 가족은 분노했다 룸살롱 다녀온 택시 손님의 말... 우리 가족은 분노했다
  5. 5 "이 정도로 지지율이 급등하는 건 내 평생 처음 봤다" "이 정도로 지지율이 급등하는 건 내 평생 처음 봤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