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자의 정신•신체적 질병에 따라 10년마다 갱신하게 돼있는 ‘운전면허 적성검사’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충청리뷰
운전자의 정신·신체적 질병에 따라 10년마다 갱신하게 돼있는 '운전면허 적성검사'가 형식에 그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9월 감사원에 따르면 운전면허를 보유할 수 없는 후천성 시각장애인이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를 통과한 사례까지 발생했다. 고정된 숫자배열 시력검사표를 통째로 외워 검사를 통과한 것.
감사원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후천성 시력장애로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 1942명 중 131명이 수시적성 검사를 통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에는 부산 해운대문화회관 교차로에서 17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자 김 모(53)씨가 자신의 뇌전증 병력을 숨기고 운전면허를 갱신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뇌전증이 발병했지만 면허갱신을 위한 적성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정신병과 뇌전증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없음'으로 체크했다는 것. 운전면허 적성검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대충대충' 적성검사 무용론청주시 가덕면에 위치한 청주운전면허시험장. 이곳에는 하루 평균 200명의 사람들이 운전면허 적성검사와 면허갱신을 위해 신체검사장을 찾는다. 1종 면허증 기준 1만2500원, 2종의 경우 7500원을 발급수수료로 받는다. 지난 4일 적성검사와 면허갱신을 위해 면허시험장을 찾은 시민들을 만났다. 수수료를 납부하고 면허시험장 내 위치한 청주신체검사원을 찾은 시민들은 불만을 토해냈다.
청주시 용암동에 거주하는 A씨는 "갱신서류 작성비용에 시력검사 비용 5000원을 추가로 납부했다. 검사시간도 1분이면 끝나는데 추가비용을 왜 받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시력검사비용 5000원, 즉석사진 인화 비용 7000원 등을 안내하는 문구가 신체검사원 안에 부착돼 있었다. 또 시력검사를 포함한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위한 '운전면허 신체검사서' 작성 시간은 길어야 3분을 넘지 않았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시민들이 납부하는 금액은 도로교통공단에서 관리한다"며 "1만2500원 중 7500원은 면허증 발급 수수료, 5000원은 적성 검사 시 검사비용으로 사용 된다"고 답했다. 이어 "신체검사와 관련해서는 경찰공제회 담당이며 도로교통공단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B씨는 "적성검사를 통해 운전가능 여부를 판단한다고 해놓고선 제대로 된 검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며 "담당의사는 책상에 앉아 책만 읽고 확인서에 도장만 찍어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자가진단표를 허위로 작성할 경우 이를 찾아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자가진단표는 치매·조현병·기분장애·재발성 우울장애·뇌전증 등을 적성검사 응시자가 직접 기입해야 한다. 신체장애에 관한 부분도 이와 동일하다. 또 판정관은 적성검사 응시자가 직접 기입한 자가진단표를 보고 '적정' 혹은 '정밀검사 필요'를 확인해 날인한다.
지난 4일 취재진이 수험생을 가장해 신체검사실을 찾아갔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신체검사원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의사 C씨는 청주신체검사원장이다. 여러 명의 응시생이 C원장으로부터 적격 판정을 받고 신체검사실을 나갔다.
그들은 들고 온 '질병‧신체에 관한 신고서'를 스스로 작성하고, 신체검사실 여직원의 지시에 따라 시력검사를 받는다. 그리고 C원장에게 다가가 신고서를 내밀면, 곧바로 도장을 찍고, 그것으로 끝이다. C원장이 신고서를 확인하고 도장을 찍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채 5초도 안 된다. 그러나 C원장은 "부적격하다는 생각이 들면 정밀신체검사를 받게 한다. 면밀하게 진행하고 있다. 문제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