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친박 업고 또 강공... "(비박은) 핏속까지 3김정치"

최경환·홍문종 등 친박 중진들만 간담회 참석... 비박 임시지도부는 같은 날 출범 예정

등록 2016.11.16 13:31수정 2016.11.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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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새누리당 혼란 수습 방안 고심 중인 이정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새누리당 혼란 수습 방안 고심 중인 이정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그 사람들은 거슬러 올라가자면 김영삼·김대중·김종필 포함한 3김 정치의 아주 전형적인 정치행태와 사고와 목표에 익숙해 있고 핏속까지 그 행태가 흐르는 사람들이다. 그분들이 얘기하는 개혁과 쇄신은 도로 3김 정치에 회귀하는 것 이외에는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비주류(비박근혜)를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간담회 이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주류에서) 제2창당을 얘기하고 해체 수준의 변화를 얘기하고 있는데 저는 전부 구두선으로 끝날 것이라는 데 대해 확신한다. 절대 실현될 수 없고, 분위기도 아니고, 실현시킬 수 있는 중진도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15일) "다 합쳐서 지지율 9%도 안 되는 이들이 앞가림도 못 하고 있다"면서 자신을 비롯한 당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비박계 대선주자들에게 날을 바짝 세운 것의 연장선상이다. 특히 이날 오후에는 비박 주도로 꾸려진 '당내당(黨內黨)' 성격의 비상시국회의 대표자 회의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비박계 대선주자와 시·도지사 일부,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참석한다.

이에 대해 이 대표가 '비주류가 주장하는 당 해체 및 재창당은 말 그대로 선언에 불과하다'고 단언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수습책으로 제기된 '지도부 사퇴' 문제를 두고 벌어진 새누리당의 '내홍'은 극단을 향해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모 도지사 포함한 당 중진들, 사퇴 요구할 자격도 없다"

a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 참석해 당 쇄신을 요구하는 중진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갑윤, 이주영, 이정현 대표, 조원진 최고위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 참석해 당 쇄신을 요구하는 중진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갑윤, 이주영, 이정현 대표, 조원진 최고위원) ⓒ 유성호


당장, 이날 당 소속 4선 중진 이상 의원을 대상으로 열린 최고중진연석간담회에는 정갑윤, 이주영, 원유철, 최경환, 홍문종, 정우택, 조경태 의원 등 주류(친박근혜) 측 중진만 참석했다. 이 대표가 전날 주재한 3선 의원 대상 간담회에서 안상수 의원만 참석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비주류 측 중진의 불참에 대해 "이번만이 아니지 않나. 지난 3개월간 당대표 하면서 열린 자세와 의견 수렴을 하려는 의지를 폈지만 거기에 참석하지 않거나 협조 안 하거나 냉소하는 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당에 수없이 많은 위기가 있었고 쇄신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 그런 부분에 대해 외면하고 거부하고 거절하고 있다가 모 도지사를 포함해 당의 중진들이 요즘 와서 거의 모든 일을 전폐하고 이정현 사퇴만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평상시의 참여, 의견 개진 이런 것에 불참하다가 '물러나라, 사퇴하라' 이 두 마디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것은 책임 없는 자세고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주류 중진 등을 비판했다.


그는 더 나아가 "새누리당은 2011년에도 2010년, 2009년, 2008년에도 있었고 당시 소위 실세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당시 다른 쪽의 사람들을 탄압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다"고도 짚었다. 즉,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당 주류인 친박계를 비판하는 이들 역시 이명박 정부 당시 당 주류였던 친이명박계(현 비박계)였고 현 상황을 탓할 자격이 없다는 논리다.

비주류 측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그는 "일 터지자마자 바로 시작된 게 당대표 사퇴 연판장이었다. 이유나 대안은 일절 없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퇴 요구했다"면서 "(오늘도) 어떤 식의 또 다른 연판장이 돌았는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선수가 높아서 이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거나 의원들을 줄 세우거나 정치적 야심의 도구로 소속 의원들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이 당을 주도하는 한 이 당은 절대 쇄신도, 발전도 될 수 없다"면서 "자기도 모르게 오염돼 있는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병풍'으로 한 발짝 물러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주장했다.

홍문종 "보이지 않는, 숨어서 지지하는 이들 있다"

a 지도부 질타하는 최경환 "비박계와 대화하라"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 참석해 당 정상화 방안에 대해 "야당과는 대화를 나누면서 왜 (비박계) 대화를 하지 않느냐"며 지적하고 있다.

지도부 질타하는 최경환 "비박계와 대화하라"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 참석해 당 정상화 방안에 대해 "야당과는 대화를 나누면서 왜 (비박계) 대화를 하지 않느냐"며 지적하고 있다. ⓒ 유성호


한편, 최고중진연석간담회에 참석한 친박 중진들은 이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주류가 '침묵하고 있는 다수'라는 점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최경환 의원은 "당내 혼란 수습과 관련해 당원들을 많이 만나고 있는데 한 마디로 '뭐 잘한 게 있다고 너거끼리 싸우나'는 정서다"며 "우리 당원들은 당이 어려울 때나 잘 나갈 때나 묵묵히 기여해 왔는데 중진을 비롯해 국회의원들이 현 사태를 책임지고 설명해도 모자랄 판에 서로 싸우는 건 당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의 조기 전당대회 계획이나 비주류 측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결국 당의 혁신과 정권 재창출이란 공동의 목표를 상정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솔직히 지도부가 아무 대안 없이 그냥 물러나는 것도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사태수습 후 사퇴"를 주장해 온 이 대표에게 힘을 실은 것이다.

아울러, "비대위라고 하지만 전당대회 위한 비대위지 않나. (비대위를) 마구 닳도록 계속 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큰 차이 아닌 것으로 서로 삿대질을 하는 것은 국민의 도리도 아니고 당원의 도리도 아니다. 그런 지혜를 모아가는데 지도부가 앞장서고 중진도 좀 나서고 하자"라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 역시 "우리 당의 문제는 야당과 얘기할 창구가 없다는 것이다. 왜 없나. 우리 당 안에서 사분오열 돼서 여러 의견을 가지고 있어서 이정현이 엄연히 있어도 야당에서 대표로 인정 안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비주류 탓에 현 사태를 수습하기 더 어렵다는 힐난이다.

그는 특히 "비대위를 왜 구성하자고 하나. 속셈이 뻔하다"면서 비주류 측의 요구를 당권 장악 기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보이지 않는, 숨어서 지지하고, 우리 위해서 힘내라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라며 "대통령이 정말 잘못했지만 대북정책 등 우리가 꼭 지킬 일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우리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 앞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우리 당을 지키고 근간이 되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갑윤 의원은 "시비와 선악을 넘어 내 잘못은 덮고 남의 탓만 하며 싸움과 미움이 끊이지 않는다. 당이 굳건하지 않으면 계파가 무슨 소용이고 당이 기울고 보수가 쓰러지면 어느 계파가 성한 곳 있겠나"라며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난동벌이식 논의가 아니라 보수 신뢰 회복을 위한 공존 공영의 단합"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주류·비주류가 서로의 주장을 놓고 절충할 것을 요구하는 이도 있었다. 이주영 의원은 "최근 이 대표 퇴진을 둘러싼 당의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대결의 자세, 이런 모양새는 오래 가게 하면 안 된다"라며 "이 대표도 이제 비박에 대해 공격적인 발언보다는 같이 가자는 유연한 자세를, 더 인내심을 가지고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당대표께서 12월 20일 전후로 시한을 제시하면서 그 안에라도 거국 내각 총리가 제대로 자리 잡으면 물러나겠다고 밝혀주셨는데 좀 더 유연하게 그 시점 이전이라도 퇴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그러면 동시에 비박계 비상시국회의도 자연스레 해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a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비박계 '불참' 이정현 당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 참석한 가운데, 비박계 중진의원은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비박계 '불참' 이정현 당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 참석한 가운데, 비박계 중진의원은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 유성호


#이정현 #최순실 #박근혜 #비박 비상시국회의 #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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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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