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신자들.성금을 내고 마니차를 돌리며 불상 앞에서 복을 빈다.
노시경
불상공원의 이곳 저곳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낯익은 것들이 많이 있다. 불상 오른쪽에 걸려 있는 종은 경주의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鐘)을 그대로 복사한 한국 종이다. 종의 종신(鐘身)에는 성덕대왕신종의 비천상(飛天像)이 몽골에서도 하늘을 날고 있고, '세계평화 인류복지'라는 염원이 한글로 돋을새김 되어 있다. 한국 종이 울릴 때마다 한글로 기록된 이 염원이 몽골에도 멀리 퍼져나갈 것만 같다.
절에서 불교의식에 사용되는 법고(法鼓)도 북통이 온통 황금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만 제외하면 우리나라 법고와 똑같이 생겼다. 법고마저 같으니 마치 우리나라 사찰 안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다. 나는 북의 몸통에 잔뜩 새겨진 데이트 족들의 몽골어 낙서를 보고 나서야 이곳이 몽골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대불 앞에서는 몽골 신자들이 부처님께 복을 빌고 있다. 그들은 불상 정면에 마련된 투명한 성금함에 성의를 보인 후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했다. 성금함 내부의 몽골 지폐 금액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 여인은 성금함 앞에 오더니 성금함 안에 있는 금빛 소형 마니차(摩尼車)를 돌리면서 소원을 빌었다.
한국 양식으로 불상공원을 만들다 보니 몽골 라마교의 상징인 마니차를 만들지 않았고, 몽골인들은 몽골 불교의 상징인 마니차를 작게나마 스스로 마련해 둔 것이다. 소원을 비는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몽골이나 우리나라나 불교 사찰에서 개인들이 복을 비는 모습은 다를 바가 없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산속 우리나라 절에 답사여행을 많이 갔던 나는 나도 모르게 불상 앞에서 합장을 하고 기도를 드렸다.
거대한 석가모니 대불 뒤로는 산 위의 자이승 승전기념탑이 멀리 보였다. 자이승 기념탑 바로 북쪽 아래, 불상공원 바로 옆에는 우리나라의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공원이 있어서 발걸음을 서둘렀다. 나는 자이승 몽골 승전의 역사 아래에 남아 있는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흔적을 찾아 가기로 했다. 그곳에는 울란바토르에서 몽골인들에게 의술을 베풀며 항일 독립운동에 투신하였던 애국지사 이태준(李泰俊) 열사를 기념하는 공원이 있다.
애국지사 이태준 열사의 안타까운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