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승선교 옆, 강선루 앞 길, 내려가는 사람은 지고 올라오는 사람은 떠오르는 해돋이와 해넘이 이치가 담겼습니다.
임현철
끝물인 단풍과 함께 가을도 마무리 중입니다. 동시에 겨울의 시작점입니다. 그래서 고민입니다. 계절이 겹쳐 맞물려 돌아가는 이때 어디서 무엇을 해야 알차게 한 해를 마무리 할 수 있을지. 물론 욕심입니다. 한 해 동안 한 게 없는데 알찬 마무리를 바란다는 건. 그렇더라도 욕심내고픈 게 또 인생이지요. 욕심 잔뜩 가지고 순천 조계산 선암사로 향했습니다.
스님과 동행했습니다. 선암사에 계시는 동안 선암사의 매력을 몸소 체험했을 그를 따라 나서면 욕심이 버려질 거 같아서. 선암사, 알고 보니 위압적이지 않고 편안한,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인간 친화적인 이유가 곳곳에 숨어 있더군요. 이에 선암사의 진면목을 더불어 공유한다는 명분으로,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통 모르는 것을 끄집어내려 합니다.
"스님, 우리 걸어요. 선암사는 차로 쓱 지나가는 자체가 선암사에 대한 모욕 같아요.""그렇지요. 저는 여기 행자 시절에 밖에 나갈 때면 걸어 다녔어요. 사람들이 태워준다 해도 마다했어요. 자연이 좋고, 걷는 게 좋아서요."스님과 만나면 걸림이 없습니다. 의견 조율이 필요치 않습니다. 스스럼없이 하나 됩니다. 그냥 편합니다. 아마 전생에 궁합이 좋았나 봅니다. 흙과 자갈, 낙엽, 단풍, 개울 물소리가 엉켰습니다. 그래 더 행복합니다.
"이 산내음 좀 맡아 봐요. 낙엽 바스락 거리는 소리 들리세요?"스님께서 묻기 전, 이미 코와 귀가 반응한 뒤였습니다. 이런 걸 느끼기 위해 걷는 게지요. 그는 나에게 있어 삶의 안내자이자, 해설사입니다.
# 1. 돌아앉은 선암사 부도와 상월 새봉 스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