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여기는 왜 오셨어요? 전남 진도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2014년 4월16일 당일 구조된 탑승객들의 임시 보호소로 쓰인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팔걸이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다. 서 장관의 뒤편으로 체육관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안정을 취하고 있는 생존자들과 다급한 가족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희훈
'세월호 웃음 브리핑'이 터진 뒤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2014년 4월 21일 민경욱 대변인은 또다시 뉴스 메이커로 떠올랐다. 서남수 당시 교육부장관과 관련된 발언 때문이다. 서 장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응급 치료가 이뤄지던 탁자에서 응급 의약품을 한켠으로 밀어놓고 컵라면을 먹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 순간에도 구조된 학생들은 체육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추위에 떠는 몸을 담요 한 장으로 감싸고 있었고, 의료진들은 이들을 진료하느라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남수 장관이)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 쭈그려 앉아서 먹은 건데 팔걸이 의자 때문에, 또 그게 사진 찍히고 국민정서상 문제가 돼서 그런 것이다." 4월 21일 오후 민경욱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서 한 이야기다. 민 대변인은 '(이날 팽목항 사고상황실에서 기념 촬영을 시도해 물의를 일으킨) 안전행정부 공무원은 사표를 수리했는데, 라면을 먹은 교육부 장관은 어떻게 되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국민 정서상 모든 것을 조심했어야 하는 건데 그렇게 됐다"며 이같이 대답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후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요청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는 청와대 출입정지 징계를 각오하고 비보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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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에 계란 넣어 먹은 것도 아니고..." 청와대 대변인의 '서 장관 감싸기'서 장관의 컵라면 건이나,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닌데...'라는 민 대변인의 발언 모두 <오마이뉴스>의 단독 보도였다. 후자의 경우,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은 비하인드가 있다. 민 대변인 발언 다음날인 4월 22일 오전 청와대를 출입하던 이승훈 기자가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민 대변인에게 '계란 라면'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다. 몇 시간 후, 민 대변인은 당시 뉴스게릴라본부장(편집국장)을 맡고 있던 내게 연락을 해왔다.
"국장님, 청와대 대변인 민경욱입니다"라고 말문을 연 그는 "불미스러운 일로 전화를 드리게 돼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 '계란 라면' 발언을 하게 된 전후 상황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리고는 선처해달라고 '읍소'했다. 민 대변인이 말한 선처는, 자신의 발언을 기사로 내보내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민 대변인의 '읍소' 내용은 이랬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상처 주는 게 견딜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