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의 가르침 "할까 말까 고민될 땐 해라"

[타박타박 아홉걸음 세계일주 31] 사흘 동안 걷고 또 걸었던 런던 도보여행기 ②

등록 2016.11.30 15:59수정 2016.11.3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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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아이를 타고 내려다 본 런던의 야경
런던아이를 타고 내려다 본 런던의 야경 한성은

만약에 당신이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묻는다면
난 아마도 머리카락에 껌이 붙어 있는 그런 이상한 기분이야
저 기차가 떠나면 우리의 기억도 함께 싣고 가버릴 것만 같아

뚜빠뚜빠띠 내게서 멀어진
뚜빠뚜빠띠 찾으려 해 힘들겠지만
뚜빠뚜빠띠 만날수 있겠지
뚜빠뚜빠띠 언젠가는


- 델리스파이스, '뚜빠뚜빠띠' 노랫말 중에서

저렴하게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찾자. 힘들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고 여전히 자국 통화인 파운드화를 사용하는 영국은 유럽 국가들에 비해 물가가 높았다. 유럽에서 자국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대부분 그랬다. 스위스, 영국,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이 자국 통화를 사용하는데, 여행자들이 흔한 말로 '살인적인 물가'라고 말하는 나라가 바로 이들이다. 게다가 런던은 영국에서도 가장 물가가 비싼 곳이다. 간단한 식사도 식당에 앉아서 먹으려면 2만 원은 필요했다.

게다가 영국 음식은 유럽인들 사이에서 맛이 없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래서 런던을 여행하는 나 같은 장기 여행자들은 차이나타운을 찾는다고 했다.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학생도 차이나타운에 가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런던의 차이나타운은 트라팔가 광장에서 북쪽 소호 방향으로 걸어가면 있었다. 허기진 배와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차이나타운을 목적지로 걸었다.

하지만 거대한 놀이공원인 런던은 나를 그냥 걷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차이나타운으로 가는 길에 런던의 브로드웨이인 웨스트앤드 거리가 있었다. <레 미제라블>을 공연 중이라는 대형 옥외 광고판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레 미제라블>은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소설과 영화는 많이 봤지만, 뮤지컬로 본 적은 없었다. 그 순간 모든 계획을 접고 극장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어차피 계획이라고 해봐야 걷는 것 말고는 없었으니까.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웨스트앤드의 뮤지컬 레 미제라블 공연장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웨스트앤드의 뮤지컬 레 미제라블 공연장 한성은

 런던 웨스트앤드 거리는 뮤지컬의 천국이었다.
런던 웨스트앤드 거리는 뮤지컬의 천국이었다. 한성은

런던은 뮤지컬 대중화를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을 한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티켓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했다. 대부분의 뮤지컬이 대형 전용관에서 하는데도 얼핏보니 한국보다도 저렴했다. '그래도 프랑스가 배경인데 파리에서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설득하고 얼른 지나왔다. 여전히 입으로는 레 미제라블의 주제곡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흥얼거렸지만 말이다.


돌이켜보면 이날 보지 않고 돌아섰던 <레 미제라블>은 결국 파리에서도 볼 수 없었다. 런던에서는 전용관에서 상설 공연을 하는데 반해 정작 내가 프랑스 파리를 갔을 때는 <레 미제라블> 공연이 없었다. 결국 <레 미제라블> 대신 <노트르담 드 파리>를 봤었다. 태권도는 이제 한국인보다 미국인이 더 많이 하는 운동이 되었다던데 그런 식인가 싶었다. 그제서야 식상하지만 언제나 옳은 명언이 떠올랐다.

"할까 말까 망설일 땐 해라."


거리에는 잡지에서나 보던 패션 명품 매장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오디오 회사 보스(Bose)나 뱅앤올룹슨(Bang&Olufsen) 매장에서는 제품들을 마음껏 청음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초콜릿 회사 엠앤엠(m&m)의 플래그쉽 매장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다. 눈길을 사로잡는 수많은 가게들을 헤치고 드디어 차이나타운에 도착했다. '도시가 생기면 차이나타운이 생긴다'고 했던가. 익숙한 음식 냄새가 나를 반겨주었다.

하지만 런던에서 가장 번화한 곳에 자리 잡은 차이나타운은 내가 그리던 사막의 오아시스가 아니었다. 달콤한 간장 소스 냄새는 거리에 가득했지만, 주머니 가벼운 사람도 넉넉하고 푸짐하게 맞아준다는 가게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가게 앞 메뉴판 몇 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곳도 결국 런던이었다.

 유명한 초콜릿 엠앤엠 플래그쉽 매장을 보며 브랜드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유명한 초콜릿 엠앤엠 플래그쉽 매장을 보며 브랜드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한성은

 런던의 차이나 타운은 내가 찾던 사막의 오아시스가 아니었다.
런던의 차이나 타운은 내가 찾던 사막의 오아시스가 아니었다. 한성은

하지만 런던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 사막의 오아시스는 내가 사랑하는 대형 슈퍼마켓에 있었다. 런던은 슈퍼마켓 물가도 유럽 대륙의 두 배는 기본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들어간 차이나타운 근처의 슈퍼마켓에서 샌드위치를 1/3 가격에 팔고 있었다. 정상 제품이지만 유통기한이 몇 시간 남지 않은 것들을 할인 판매 중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샌드위치와 샐러드 그리고 우유를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었다. 매장에서 '우와!'라고 너무 크게 소리 질러서 좀 부끄럽기까지 했다. 예쁘게 포장된 샐러드는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 사봤다.

마침 날씨도 좋아서 음식들을 비닐봉지에 담아 근처 공원으로 달려갔다. 샌드위치에서 중동의 향신료 냄새가 나긴 했지만, 그저 꿀맛이었다. 게다가 신선한 샐러드라니. 채소가 입 안에서 아삭거렸다. 요즘 말로 폭풍 흡입을 하고 나니 하늘이 더 파랗게 빛나고 신록은 더 짙어지는 것 같았다. 공원에는 나처럼 잔디밭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며 햇볕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뭔가 하루 만에 런던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음식물 쓰레기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고, 런던 물가로부터 지갑을 보호했다.
음식물 쓰레기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고, 런던 물가로부터 지갑을 보호했다. 한성은

 도심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공원에는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도심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공원에는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성은

런던의 공원은 한 가지만 빼고 완벽했는데, 바로 비둘기가 문제였다. 물론 어느 나라 어느 공원이나 비둘기가 많은 것은 다름이 없다. 요즘 비둘기들은 옆으로 걸어가도 힐끔 쳐다보고 피하지도 않는다. 몰타에서는 걷다가 뚱뚱한 비둘기를 밟을 뻔하기도 했다. 나는 놀랐는데 그 녀석은 태연했었다. 그런데 영국 비둘기들은 거기에 한술 더 뜬다. 누군가 저 멀리서 비둘기에게 빵 부스러기라도 주는 사람이 있으면 이 녀석들이 거기로 날아가는데, 정말 최단거리 일직선으로 날아간다. 녀석들이 가는 비행경로에 사람이 서 있어도 피하지를 않는다.

벤치에 앉아 있는데 비둘기가 정면으로 날아왔다. 정말로 나와 눈을 마주치면서 정면으로 날아와 박치기를 하려는 순간 내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비둘기한테 자존심이 상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등 뒤에서 날아오는 녀석들은 내 머리카락을 스치며 머리 위로 날아가거나, 날갯짓 소리가 귀에 들릴 만큼 가까이 스쳐 지나갔다. 다시 생각해봐도 런던 비둘기는 정말 드셌다.

공원에서 런던 시민들과 함께 햇볕을 즐기며 값싸고 푸짐한 점심을 먹고 일어났다. 배가 든든하니 다시 호랑이 기운이 솟았다. 샌드위치 한 조각과 샐러드 한 접시, 그리고 우유 몇 모금이면 근사한 식사가 된다. 바나나 몇 개도 괜찮고 폭신한 바게트 한 덩이도 괜찮았다. 그렇게 배를 채워가며 하루 평균 2만~3만 걸음씩 타박타박 걸으며 여행을 하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늘 허기가 졌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 있으면 하루 3000걸음도 걷지 않는 날이 많았다. 학교 급식이 있으니 세 끼 식사는 꼬박꼬박 먹었었다. 그런데도 퇴근하고 교문을 나서면 견딜 수 없는 공복감이 밀려왔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은지 집 주위에는 밤 12시에도 고기를 먹을 수 가게가 많았다. 숨도 쉬기 힘들 때까지 위를 가득 채우고 나면 그제야 피로감이 몰려오고 쓰러지듯 잠이 들었었다. 정말로 배가 고파서 먹은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단지 그렇게라도 내 하루를 보상받고 싶었던 것이다.

여행 기간이 길어지면서 음식에 대한 욕심이 점점 없어져 갔다. 입맛이 없다든가, 식욕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입안으로 밀어 넣지는 않게 되었다. SNS를 뒤덮는 먹방, 맛집 포스팅을 보면서 그 음식의 맛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던 내가 생각났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여행 덕분에 나는 조금 건강해진 것 같다.

소호를 벗어나 코번트 가든으로 향했다. 코번트 가든은 과거에 영국에서도 가장 크고 유명한 청과물 시장이었다. 지금은 청과물 시장 대신에 명품 매장부터 수공예품, 유명 식당까지 들어선 쇼핑의 중심이 되었다. 코번트 가든이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 때문이다. 1964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는 흥행하지 못했지만, 영국에서는 아주 유명하다. 바로 주인공 오드리 헵번이 코번트 가든 앞에서 꽃을 파는 거리의 아가씨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시장 입구는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오드리 헵번이 거리에서 꽃을 팔던 바로 그 시장, 코번트 가든
오드리 헵번이 거리에서 꽃을 팔던 바로 그 시장, 코번트 가든 한성은

 직접 만들었다는 손가락 인형은 너무 귀여워서 하나씩 모두 사고 싶었다.
직접 만들었다는 손가락 인형은 너무 귀여워서 하나씩 모두 사고 싶었다. 한성은

멋진 벽돌 건물로 지어진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나 손뜨개, 인형 등이 있었다. 가판대 위에 놓은 작품들이 모두 하나같이 예뻐서 자연히 걸음이 느려졌다. 내일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하나씩 모두 사서 집에다 두고 싶은 것들이었다. 코번트 가든 건물 안에는 샤넬이나 버버리 같은 명품 매장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가게들만 있었다면 이곳이 런던 시민들이나 관광객들로 붐비는 명소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수공예품을 팔고 있는 이 조그만 가게들이 코번트 가든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요일이라 코번트 가든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런던 어디든 사람이 많긴 했지만, 코번트 가든이 인파가 가장 많았다. 특히 시장과 세인트 폴 교회 앞 광장에는 거리 공연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 두 명이 외발자전거를 타고 저글링을 주고받으며 웃긴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공연 내내 구경하는 아이들을 불러서 함께 공연을 만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런던은 다른 도시들에 비해 거리 공연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내셔널 갤러리나 코번트 가든 같은 중심가에서 벌어지는 거리 공연은 스케줄도 정해져 있어서 시간 단위로 공연팀이 바뀌었다. 이들의 공연은 얼핏 봐도 내공이 많이 쌓여 있어서 스쳐 지나가기 아까운 것들이 많았다.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30분이 지나갔다. 런던에서 뮤지컬을 보지 못해서 아쉬웠던 마음을 수많은 거리 공연으로 달랬다. 그들의 실력은 유명한 연예인들 못지않았다.

 유명 연예인 못지 않은 실력과 유머를 보여주었던 노신사들의 거리 공연
유명 연예인 못지 않은 실력과 유머를 보여주었던 노신사들의 거리 공연 한성은

해 질 녘에 런던의 랜드마크인 런던아이 탑승을 예약해 놓았다. 런던에 있는 동안 내가 계획한 유일한 유료 관람이었다. 런던아이로 가기 위해 헝거포드 브릿지(Hungerford Bridge)를 건넜다. 런던 하면 떠오르는 풍경인 런던아이와 빅벤(Big ben) 사이로 흐르는 템스강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운이 좋았는지 런던에 있는 동안 날씨가 계속 화창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템스강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웨스트민스터 브릿지(Westminster Bridge)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광경이 훨씬 예뻤다.

다리를 건너 런던의 강남에 도착했다. 템스강 남쪽이니까 그냥 강남이다. 어디선가 클럽 음악(EDM)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헝거포드 브릿지 남쪽에 다리를 지붕 삼아 거대한 야외 클럽이 자리하고 있었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아직 해가 넘어가지도 않은 환한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댄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시간도, 장소도 이들의 흥겨운 파티를 막을 수는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다리 아래에서 음악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터져 나왔다. 그들은 오늘이 이 세상 마지막 일요일이라도 되는 듯 한껏 흥이 올라 불콰해진 얼굴로 얼싸안고 점핑을 하고 있었다.

 헝거포드 브릿지에서 바라본 템즈강. 런던아이와 빅벤 사이로 웨스트민스터 브릿지가 보인다.
헝거포드 브릿지에서 바라본 템즈강. 런던아이와 빅벤 사이로 웨스트민스터 브릿지가 보인다. 한성은

 헝거포드 브릿지 남쪽 철교 아래에서 벌어진 한낮의 클럽 파티
헝거포드 브릿지 남쪽 철교 아래에서 벌어진 한낮의 클럽 파티 한성은

런던아이를 타려면 대기시간이 엄청 길다고 여기저기서 얘기를 많이 들었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미리 티켓을 사고 탑승 시간도 예약을 해놨다. 덕분에 줄어들지 않는 줄 끝에 서서 오매불망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탑승할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본 런던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크다기보다는 거대했다. 높이가 무려 135m였다. 2000년 개장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컸는데 지금은 중국과 싱가포르에 밀려 3위란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목이 아플 지경이었다. 관람차 자체의 크기도 컸다. 탑승 인원이 15명 정도였는데 그래도 널찍했다. 기다란 셀카봉을 꺼내서 사진을 찍어도 문제가 없었다. 관람차에 올라타니 마치 우주선에 타는 듯한 느낌이었다.

런던아이가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이었다. 마침 시간을 잘 맞춰서 해가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는 멋진 순간을 관람차 안에서 볼 수 있었다. 어둠이 깔리자 런던의 야경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런던아이 티켓이 너무 비싸서 탈까 말까 많이 망설였는데, 런던아이의 꼭대기에 올라선 순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나는 듯한 느낌이라는 표현에 더함도 덜함도 없었다. 그렇게 3분 같은 30분이 흐르고 런던아이는 나를 현실로 데리고 왔다.

 런던아이의 캡슐 내부는 마치 우주선 같았다.
런던아이의 캡슐 내부는 마치 우주선 같았다. 한성은

 런던아이는 평생 잊지 못할 멋진 야경을 선사했다.
런던아이는 평생 잊지 못할 멋진 야경을 선사했다. 한성은

 협찬사로 선정된 코카콜라를 상징하는 붉은 빛을 내며 돌고 있는 런던아이
협찬사로 선정된 코카콜라를 상징하는 붉은 빛을 내며 돌고 있는 런던아이 한성은

지상에 어둠이 깔린 런던은 그것대로 다른 멋을 뽐내고 있었다. 템즈강변을 따라 걸으며 국회의사당과 빅벤을 카메라에 담아보겠다며 낑낑거렸다. 멋진 야경을 앞에 두면 늘 DSLR 카메라가 아쉬웠다. 욕심을 내려놓자며 여행을 떠났는데, 욕심은 쉬이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아쉬운대로 스마트폰 카메라에 우아하게 빛나는 빅벤과 코카콜라 협찬 때문에 천박하게 붉은빛을 내며 돌고 있는 런던아이까지 모두 담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향하려니 그제야 피곤이 밀려왔다. 아이폰이 오늘 이미 3만 걸음을 걸었다고 알려줬다. 괜히 궁금해했다. 몰랐으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 텐데. 다리가 너무 무거워 멋진 런던 택시 '블랙캡'을 타고 우아하게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다. 지하철도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 생기는데 택시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다. 숙소에 도착해 침대에 누웠더니 아이폰이 3만 7000걸음을 걸었다고 알려왔다. 싫은 내색 없이 타박타박 걸어준 내 다리에게 고마운 날이었다.

 작은 핸드폰을 들고 우아하게 빛나는 빅벤을 담아보려 한참을 서 있었다.
작은 핸드폰을 들고 우아하게 빛나는 빅벤을 담아보려 한참을 서 있었다.한성은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기자의 블로그 '타박타박 아홉걸음(http://ninesteps.tistory.com)'에도 동시에 게재되었습니다.
#타박타박 #아홉걸음 #배낭여행 #세계일주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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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에서 아이들과 책을 읽고 어른들과 그림을 읽으며 일상을 여행처럼 지냅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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