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촛불 편에 섰던 비박계, 다시 제자리로?

당 지도부와 보폭 맞추는 비박계, 역시 초록은 동색

등록 2016.12.01 15:04수정 2016.12.0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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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무성 "4월말 퇴임 결정되면 탄핵 불필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회동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를 비롯한 정국현안을 논의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 추 대표는 대통령의 사퇴는 늦어도 1월말까지 이뤄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임이 결정될 경우 탄핵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4월말 퇴임 결정되면 탄핵 불필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회동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를 비롯한 정국현안을 논의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 추 대표는 대통령의 사퇴는 늦어도 1월말까지 이뤄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임이 결정될 경우 탄핵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 남소연


'촛불 200만 개가 켜졌다'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닐 수 있다. 광장에 나가지 못하지만 TV를 보며 마음속으로 촛불을 드는 시민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촛불이 국민 여론을 대표하고 있는 셈이다.

"탄핵 앞장서겠다" 외치던 비박계

촛불민심이 원하는 건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다. 대통령이 버틸 경우 탄핵을 해서라도 대통령이 국정에 관여하는 것을 조속히 막아야 한다는 게 국민 대다수의 바람이다.

여당 일부도 촛불민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나섰다. 비박계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의 황영철 대변인은 지난 28일 "비박계 의원 60명이 탄핵에 서명했다"며 "탄핵 가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비박계가 촛불 편에 선 것이다.

이로써 탄핵소추안 가결은 확실해 보였다. 그러자 박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한다. 자신은 이번 사태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잘못한 바도 없다고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자신의 거취 문제를 국회에 백지 위임할 테니 여야가 협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친박계는 이를 '대통령의 하야 선언'이라고 주장하며 '탄핵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3당은 '대통령의 시간끌기 꼼수'로 보고 예정대로 탄핵을 강행할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비박계도 야3당이 탄핵을 추진할 경우 탄핵에 참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말 바뀌기 시작, 탄핵 참여에 조건 달아


하지만 비박계 의원 다수가 탄핵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노림수가 통한 것이다.

비박계 황 대변인의 발언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탄핵 참여에 조건을 달았다. '대통령이 4월 30일 하야를 공식화하지 않을 경우'라며 뒤로 쑥 물러선 것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4월 30일 하야'를 당론으로 정하는 의총을 열자고 제안했다. 당 지도부와 비박계가 의견을 맞춰가는 모양새다.


1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비박계 좌장 김무성 의원이 긴급 회동을 가졌다. 의외다. 야3당은 "대통령 임기단축을 논의하는 협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 합의를 추 대표가 깬 셈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추 대표가 왜 이러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추미애-김무성' 회담은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추 대표는 "대통령이 내년 1월 말 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 의원은 "대통령이 내년 4월 30일 퇴임하라는  제안을 받지 않으면 9일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4월 말 퇴임이 결정되면 탄핵으로 가지 않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왜 '4월 말'일까?

'4월 말 퇴진'을 끌어내기 위한 겁박용으로 탄핵카드를 쓰겠다는 얘기다. 국정농단의 사실상 '주범'이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대통령을 응징하기 위한 '체벌용'이 아니라 모종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계략용'으로 탄핵 카드를 쓰겠다는 게 비박계의 속내다.

'범죄혐의자'인 대통령에게 왜 5개월이란 시간을 주려는 걸까? 대선을 준비할 시간을 벌려는 꼼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빠른 시일 내 대선이 치러질 경우, 새누리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땅한 대권 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있다고 해도 야권 주자들과 경쟁이 안 될 정도로 지지율이 바닥이다.

비박계까지 참여한 새누리당 의총에서 '대통령 4월 30일 퇴진'을 결의한다면, 박 대통령은  당이 요청을 수용하겠다며 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탄핵 당한 대통령이 아니라, '명예로운 퇴진'을 한 대통령으로 자신을 포장할 수 있는 길도 열리기 때문이다. 

비박계 제자리로? 역시 초록은 동색

또 5개월이면 개헌 논의에 불을 붙이는데 충분한 시간이다. 새누리당의 주류와 비주류는 서로 반목하면서도 '개헌' 얘기만 나오면 하나가 된다. 무너져가는 당을 추슬러 대선 승부수를 띄우려면 개헌이 가장 좋은 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들불처럼 번지는 촛불을 의식해 당 주류와 결별하고 잠시 촛불의 편에 섰던 비박계. 이젠 '4월 말 퇴진' 뒤로 숨으며 사실상 당 주류와 보폭을 맞추고 있다. 대통령의 흔들기가 시작되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있다. 풀색과 녹색은 같다는 뜻이다. 비박계와 친박계도 결국 동색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비박계가 흔들리고, 야권에도 균열이 생길 조짐이다. 이번 주말 촛불이 얼마나 켜질까?
#김무성 추미애 #박근혜 퇴진 #4월30일 퇴진 #비박계 탄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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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사 분야 개인 블로그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남자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이고 내일은 오늘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미래를 향합니다.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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