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26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5차 촛불집회가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리고있는 가운데 본행사가 끝난 후 행진을 시작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무엇에 홀린 듯 여성 대통령의 미용이나 섭생까지 깐죽거리며 모욕과 비하를 일삼다가 그것도 특종이랍시고 삼류 도색 잡지도 다루기 낯간지러운 사생활에 대한 억측과 풍문을 무슨 큰 폭로라도 되는 것처럼 뉴스로 쏟아내는 매스컴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도 있을 수 있다. 무슨 교수, 무슨 평론가, 무슨 전문가 해서 풍채 좋고 언변 좋은 양반들이 온종일 종편이 펼쳐준 좌판에 몰려 앉아 대통령 여당 몰매 놓기로 의식 수준의 고하를 겨루거나, 대통령 속곳까지도 슬쩍슬쩍 곁눈질하며 최가네 일족 잡상스러움을 시시덕거리거나, 문고리 몇 인방이니 친박 개박 매화타령 하며 킬킬거리는 모습이 보기 민망스럽다는 이들도 있었다."다시 칼럼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번 박근혜 게이트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도하는 언론과 방송, 그리고 논평을 하고 있는 전문가집단까지 매도하셨더군요. 일부 그런 매체와 평론가, 기자 집단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요. 하지만, 그러한 세력들이야말로 대부분 그 여성 대통령에게 기생하고 집권 세력을 찬양해왔던 집단들이랍니다. 왜, 그들의 변절이 그리도 고까우셨습니까.
아마도 이럴 때 쓰라고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 말이 그리도 많이 쓰여 왔나 봅니다. 어떡합니까. 그 억측과 풍문이 대부분 팩트로,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을. 선생님께서 어떤 신문, 어떤 방송을 주로 접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보려면 좀 제대로 보십시오.
어두운 눈과 귀에라도 착착 감길 수 있는 가십만 보지 말고, 검찰 수사 결과나 피의자들의 증언을 보셔야지요. '피의자 박근혜'를 필두로 그의 공범들이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를 더 낱낱이, 매의 눈으로 보시란 말입니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도 "킬킬거리는 모습이 보기 민망스럽다는 이들도 있었다"며 본인은 아닌척 짐짓 에둘러 가셨지만 말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글을 끝맺음 하셨더군요.
이문열이 원하는 '보수의 죽음', 문자 그대로 이뤄지기를 "하지만 이 또한 어찌하랴. 그 촛불이 바로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성난 민심이며 또한 바로 '국민의 뜻'이라는 것은 지난 한 달 야당의 주장과 매스컴의 호들갑으로 이제 누구도 쉽게 부인할 수 없는 논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 큰 뜻을 거역할 수 없어 가까운 날 대통령의 자진 사퇴라도 이루어지면, 그래서 비상한 상황의 권력 변동이 일어나면 보수의 위기는 한층 더 확정적인 사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 땅의 보수의 길은 하나밖에 없다.죽어라, 죽기 전에. 그래서 진정한 보수의 가치와 이상을 담보할 새로운 정신으로 태어나 힘들여 자라가기를. 이 땅이 보수 세력 없이 통일되는 날이 오기 전에 다시 너희 시대를 만들 수 있기를."미안하지만, "그 촛불이 바로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성난 민심이며 또한 바로 '국민의 뜻'이라는 것"은 "지난 한 달 야당의 주장과 매스컴의 호들갑으로 이제 누구도 쉽게 부인할 수 없는 논리"가 아니라 진짜 국민의 뜻입니다. 그저 "4500만 중에 3%"라고 우기시려면, 제발 박근혜 대통령이 그리도 신뢰했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지지율 4% 대통령, 국민 70% 이상이 탄핵과 하야를 원하는 '진짜 국민의 뜻'을 말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공감하는 대목이 하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 땅의 보수의 길을 "죽어라, 죽기 전에. 그래서 진정한 보수의 가치와 이상을 담보할 새로운 정신으로 태어나 힘들여 자라가기를"이라고 지정해 주신 것 말입니다. 그것이 칼럼 전반부, 바호메트의 금언을 비유로 따온 맥락이라는 것은 잘 압니다. 하지만, '국민의 뜻'은 실제적인 보수의 죽음을 원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그 공범들에 대한 처벌과 한국사회의 대변혁을 열망하고 있는 바로 그 국민들이 말이지요.
물론, 선생님께서는 보수 세력의 재결집과 재정비를 위해 칼럼을 그리 마무리하셨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땅이 보수 세력 없이 통일되는 날이 오기 전에 다시 너희 시대를 만들 수 있기를"이란 마지막 문구는 확실히 진보 세력에게, 촛불 민심에게 보내는 경고와도 같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의 고언을 이미 들어서인지 몰라도 비박계는 4월 퇴진을 못박으며 민심에 거스르는 결정을 내렸더군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휴가지를 찾아가고, MB 정부 하에서 문화부장관이나 총리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던 선생님께서 박 대통령과 현 정부를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해 오셨던 것도 잘 알려져 있지요.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보수의 죽음'은 실제적인 것이 되어야 합니다. 선생님께서 나서주십시오. 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새누리당과 범보수 세력에게 훨씬 더 강력한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 주십시오. 그럴 때만이 선생님의 진심 역시 쉬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겁니다. 선생님도 사회 원로시니까요.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했던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걸 잘 봐 두어라!"라는 일갈 속 '노인'이 되지 않으시려면 더 정진하셔야지요.
아, 어쩌면 힘드실까요? 보수정권 재창출에 힘을 기울이시고, '9인회' 중 한 명인 서청원의원과도 친하신 선생님께서도 '공범'으로 오해를 받으실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속담 하나를 건네 드리며 편지를 마치려고 합니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라는 속담 말입니다.
공들여 칼럼까지 쓰셨는데, 같이 '공범'으로 몰리면 억울하실테니까요. 그렇게, '촛불 민심' 따위 두려워 마시고, 계속 건필해 주시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어차피 그 촛불은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하고 구속될 때 까지, 그리고 그 공범들이 완전히 "죽어라, 죽기전에"와 같은 지경에 이를 때까지 계속 타오를 테니까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19
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공유하기
이문열 선생님, '100만 촛불'이 그리 무섭던가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