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특집] 굿바이, 박근혜의 나라 <10> 시민교육과 시민정치가 필요하다

등록 2016.12.06 15:31수정 2016.12.0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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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플라톤이 남긴 이 말이 이토록 뼈저리게 다가올 수 있을까. 국민이 권력을 준 적 없는 대통령의 측근이 전방위로 권력을 행사하면서 공공의 이익은 단 한 번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기 바빴으며,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들은 그것을 묵인하고 비호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가 얼마나 저질스러운 인간을 대통령으로 뽑았는지 실감하게 한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저열한 국정농단 사태를 일으킨 대통령이 무려 51.6%의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들을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 박근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후광에 힘입어 정계 입문 당시부터 유명인사였지만, 어떤 비전과 역량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가 무려 다섯 번이나 국회의원을 하면서 고작 15개의 법안을 대표 발의하는 데 그쳤으며, 그 중에 복지-민생 관련 법안은 단 2건 발의했다는 사실 등도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비로소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긴 하지만, 후보자와 정책을 충분히 검증하기에 (대통령 선거 기준)23일의 선거기간은 너무 짧다. 게다가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길어서 평소에 정치 참여는 둘째 치고 제대로 휴식을 취하거나 가사를 돌보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아이들은 입시 위주 교육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학원가로 내몰리기 때문에, 정치와 사회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할 수 있는 역량이나 시민의식을 기르기 어렵다. 권력화 된 언론이나 검찰이 진실을 덮고 있으니 국민들이 진실에 다가가는 것은 더욱 어렵다. 사정이 이러니 선거 때 갑자기 후보나 정책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이 될 리 없으며, 후보자가 나라를 책임질 만 한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25일 BBC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얘기하면서 "이미 만들어진 패턴이 있는 듯하다.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더라도, 최측근들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돈을 뜯어낼 기회를 만들어낸다"며 보수 정부, 민주 정부를 막론하고 대통령 자신이나 측근의 비리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미 만들어진 패턴이란, 부패를 형성하는 관습이나 체제가 굳어져 그 뿌리가 깊다는 뜻일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국가 개조'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비단 한 두 사람을 물갈이 한다고 해서 이런 적폐가 해결될 수 없으며, 권력자들을 감시하는 검찰이나 언론의 개혁, 그런 감시자를 다시 감시하는 시민들의 성숙이 필요하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건 시민교육과 시민정치의 활성화라고 생각한다. 많은 것들이 우리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알아보고 행동하는 힘이 국민들에게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시민들 스스로 공부하고, 행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이선희님은 참여연대 간사입니다. 이 글은 월간 <참여사회>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시민교육 #시민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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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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