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수집회 나갔어" 그 한마디에 얼어버렸다

누구나 자신만의 신념이 있다

등록 2016.12.14 10:20수정 2016.12.1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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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이른 저녁 우리 가게 단골인 이웃 할머님 한 분이 오셔서 계산을 하시는데, 손에 작은 태극기가 들려 있는 것을 보고 웬 것이냐 물었다. 광화문 집회에 다녀오시는 길이란다. 난 화들짝 놀라 말했다.


"어머, 어머님도 광화문 나가셨어요? 정말 탄핵이 가결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순간 표정이 굳어지셨다.

"아니... 난 보수집회 쪽이야..."

순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당황한 나는 '아, 네...'라고 대답하곤 더 이상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그저 묵묵히 구매하신 물건을 봉투에 넣어드렸고, 할머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불쌍하잖아..."


"아, 예... 뭐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니까요..."

평소 나와 꽤 친분이 두터운 분이셨는데 이런 일로 뜻밖에 사이가 벌어져 좋은 인연 하나를 잃게 되는 건 아닌가싶어 마음이 무척 울적했다.

원체 점잖고 조용한 성품이시라 추측컨대 열성적이라기보다는 그냥 개인적인 애처로운 마음에 작은 힘이나 보태고 싶어서 참가하신 것 같다. 어쨌던 그분은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게에 들러 나와 '정치적 신념과는 아무 상관 없는' 짧은 담소를 나누고 가셨다. 일단은 변함없는 태도로 나를 대해주신 것에 대해 안도와 고마움을 느꼈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탄핵'이라는 이슈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두 개의 편으로 나뉘어 대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광화문'이라는 '최전방'에서는 그 대립과 갈등이 흡사 전투처럼 살벌하다. 그나마 탄핵 지지율이 압도적인 우리나라에 비해 새 대통령으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를 놓고 지지파와 반대파가 막상막하로 대립 중인 미국의 상황은 더 심각한 것같다.

최근에는 자신의 SNS에 글 한 번 잘못 올렸다가 대량으로 친구 삭제를 당한 한 남자에 대한 기사가 올라왔었는데, 그만큼 작금의 세상이 여러 가지 이슈들로 인해 대립과 분열의 골이 깊음을 알 수 있다.

이태원이라는 지역 특성상 가게에 오는 외국인 단골들이 꽤 있는데, 며칠 전 평소 작은 친분이 있는 한 중년의 미국인 여성과 담소를 나누다 은근슬쩍 '혹시 트럼프에게 투표했느냐'고 물어봤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오 마이 갓, 오우 노, 그는 끔찍한 인종차별주의자이며 여자들을 무척 싫어한다"며 결코 들어서는 안 될 말이라도 들은 듯 "다시는 그런 말 꺼내지 말라"며 손사래를 친다.

몇달 전 영국의 '브렉시트'를 놓고도 영국의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한국인들 중에도 찬반 양론이 있음을 경험했는데, 아직 대면한 적은 없지만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 중에서도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신념이 있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발언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현 시국과 같은 크고 중요한 이슈 앞에선 누구나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내세우며 대립하는 쪽을 이기고 싶어한다. 하지만 승리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상대방을 비난하고 찍어누르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의 신념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며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아닐까.

설사 다수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더라도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철천지 웬수'로 남아버린다면 승리의 댓가로 우리는 너무나 큰 손실을 입게 될 것같다.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기 위한 과도기에 있어 지금 비록 작은 분열이 있을지언정,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즈음엔 다시 하나의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탄핵 #트럼프 #이태원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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