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은폐에 면죄부 준다니..." 들고 일어난 노동자들

2016년, 노동자의 존엄과 안전은 어떠했나? ②

등록 2016.12.15 13:39수정 2016.12.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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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메탄올, 노조파괴, 일터 괴롭힘, 화학물질 알 권리, 산안법 개악, 화학 공장 폭발 사고, 삼성반도체 직업병, 삼성 에어컨 설치기사 추락사, 현대중공업 노동자 산재 사망. 그리고 드러나지 않았지만 어딘가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병들거나 죽어갔을 노동자들. 노동자들의 일상이 된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 노동자의 존엄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올 한해 전국에서 고군분투했던 이들에게 2016년은 어떠했을까? -기자말

수원시 화학사고 이후,지역주민 알 권리 조례를 제정하다
- 랄라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a  지난 2015년 삼성전자에 물고기 우수토구 떼죽음 책임을 묻는 시민사회단체들

지난 2015년 삼성전자에 물고기 우수토구 떼죽음 책임을 묻는 시민사회단체들 ⓒ 다산인권센터


2014년 10월 31일 수원 삼성전자 옆 우수토구에서 물고기 1만여 마리가 떼죽음 당한 사건이 있었다. 물고기가 떼죽음 당한 물에는 다량의 화학성분이 검출되었다. 이 사고로 수원시가 결코 화학 사고에 안전한 도시가 아님을 다시금 확인했다. 물고기가 살 수 없는 환경은 사람도 살아 숨 쉴 수 없다.

이를 계기로 수원시와 지역의 시민단체는 수원시 화학사고 대응과 지역주민 알 권리 조례(아래 알 권리 조례)를 2016년 3월 제정하게 되었다. 알 권리 조례는 한국에서 지역주민 알 권리를 명시한 최초의 조례다. 화학 사고를 환경오염 문제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안전한 권리, 알 권리로 연결하게 한 소중한 결과물이다.

알 권리 조례는 화학물질의 정보와 사고 시 대응, 지역주민에게 이 정보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알 권리 조례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화학물질 취급 업체들과 시민단체, 수원시가 함께 화학사고 관리위원회를 만들고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 2014년 사고 이후 2년에 걸쳐 민·관·산이 합심하여 조례를 만들고, 실효성 있는 조례가 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물고기 집단 폐사는 단지 환경오염 없는 도시를 만들자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안전한 지역사회, 지역 주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새로운 지역 의제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앞으로 알 권리 조례가 지역사회 내에서 뿌리 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산재은폐 확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악 시도, 노동자의 투쟁에 부딪히다
-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현미향


a  민주노총 산안법 개악 저지 농성 돌입 기자회견 사진

민주노총 산안법 개악 저지 농성 돌입 기자회견 사진 ⓒ 민주노총


고용노동부는 올해 4월, 산재 발생보고 의무와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 입법을 예고했다.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산재 사망으로 죽고, 어느 해보다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집중되는 시점에서 노동부는 산재 은폐를 확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악 의도를 분명히 했다.

현행 법에 따르면, 산재 은폐 사업주에게 즉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노동부가 산재 발생을 인지한 후 사업장에 산재 보고 시정조치를 명한 뒤 15일 이내 산재를 보고하면 과태료를 면제해준다. 또, 산재 발생 보고 기준인 휴업 3일을 휴업 4일로 완화해준다. 이미 비정상적인 산업재해율과 다양한 현장 사례를 통해 한국의 산재 은폐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노동부가 사실상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노동부의 개정안은 즉시 노동자들의 반발과 저항에 부딪혔다.


민주노총은 전국 동시다발 노동부 항의투쟁, 언론 릴레이 기고, 노동부 입법예고 반대 의견서를 집단으로 조직하며 대응했다. 8월 16일엔 세종시 노동부 청사 앞 농성투쟁에 돌입했다. 그 결과 노동부는 50인 이상 사업장과 안전보건 총괄책임자 선임대상 사업장, 3억 이상 건설공사 사업장, 산재 은폐 의도가 있는 사업장을 시정조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산재발생 보고 기준을 현행 휴업 3일로 유지하기로 했다.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악 시도는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제기해 온 산재 보고 기준을 휴업 3일이 아니라 요양일 기준으로 변경하고 산재 은폐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벌금형으로 강화할 것, 산재 은폐 사업주에 대한 가중처벌을 통해 산재 은폐를 근절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강화하는 것은 이후 과제로 남게 되었다.
#화학물질알권리 #산업안전보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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