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택 대전시장의 생각이 바뀌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집중 분석⑧-인터뷰] 도안갑천지구 친수구역개발 백지화시민대책위원장 김규복 목사

등록 2016.12.19 21:22수정 2016.12.1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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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갑천지구 친수구역 개발사업'은 대전의 4대강사업으로 불린다. 갑천 개발사업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 걸까? <오마이뉴스>와 <도안갑천지구친수구역개발사업 백지화시민대책위>가 취재와 인터뷰, 토론회 등 다양하고 생생한 보도를 통해 쟁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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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복 목사 ⓒ 심규상

그의 얼굴이 창백했다. 몸놀림도 버거워 보였다. 앉아 있는 일 자체가 힘겨운지 간간이 숨을 몰아쉬었다.

"감기몸살이 갑자기 심해졌어요."

지난 17일 오후 도안갑천 개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김규복 목사(대전 빈들장로교회)를 찾았다.

막상 그를 만나자 버거워하는 모습에 '인터뷰를 미뤘어야 했나?'하는 생각마저 밀려왔다. 하지만 이어진 그의 말에 자세를 다잡았다.

"요즘 갑천도안개발사업 문제로 고민이 참 많아요. 지난 밤에도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몸살감기가 심해진 이유 중 하나가 갑천도안개발사업이었던 셈이다.

갑천도안개발사업 문제에 왜 그렇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26개 단체로 구성된 '도안갑천지구 친수구역개발 백지화시민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 사회 문제를 압축해 보여주는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갑천 문제는 밑바닥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고, 정의롭게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까지 들어 있습니다."

그는 이날을 빼고는 단 한 번도 촛불집회에 빠지지 않을 만큼 현 시국 문제에 참여하고 있다. 그렇지만 "촛불 정국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갑천 문제가 촛불 정국에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의 절반은 촛불 정국에, 나머지 반은 갑천 문제에 빠져 있다.

친수구역개발특별법은 '막개발촉진법', '개발계엄령'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는 '도안 갑천지구 개발사업'을 2018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밝힌 이 사업의 주목적은 대전 서구 도안동과 유성구 원신흥동 일대 갑천 주변 농경지(85만600㎡)에 호수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또 사업비 충당을 위해 주변에 5200세대 아파트를 건설하겠단다. 총 사업비는 약 6000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곳에는 잘 보존된 갑천이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다. 인공 호수가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주변에는 이미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굳이 환경이 잘 보존된 땅을 파헤쳐 인공호수를 만들거나 아파트를 지을 필요가 없다는 반론은 이 때문이다.

"입지적으로 호수공원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또 대전시가 계획한 걸 보면 길이는 4.5km인데 폭은 400m에 불과해요. 연못이지 호수가 아닙니다. 호수는 핑계고, 5200세대 아파트를 지어 장사하겠다는 게 속셈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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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복 도안갑천지구친수구역개발백지화시민대책위원장 ⓒ 시민대책위


김 목사가 이 사업에 비판적인 주된 이유가 또 있다.

"개발을 하려면 농지소유주에게 개발 방향에 대한 권리를 줍니다. 그런데 한국은 토지소유주 권리와 책임을 깃털보다도 가볍게 생각합니다. 공공개발을 빙자해 소유권을 박탈합니다. 국가가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 존중 의무를 너무도 쉽게 저버립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이어진 약탈적 정치경제 체제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는 기득권층이 이런 짓을 계속 반복하고 있습니다."

"악법 '친수개발법' 동원, 권선택 대전이..."

'도안 갑천지구 개발사업'이 토지소유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배경 설명이다. 실제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는 사업대상지를 헐값으로 매입, 강제수용했다. 또 마지막까지 토지매각에 동의하지 않는 주민들의 '개발 반대' 요구를 뭉개고 있다.

김 목사가 특히 분개하는 지점이 또 있다. 개발사업을 위해 4대강 사업으로 탄생한 '친수구역 특별법'(아래 친수법)이 동원됐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가 만든 친수법은 개발법 중 최악의 법입니다. 도시개발법, 택지개발법 등을 뛰어넘는 아주 못된 개발법입니다. 다른 법의 경우 그나마 사업은 정부가 하더라도 형식적으로나마 소유주의 동의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어요.

하지만 친수법은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법입니다. 공공사업이 아닌 골프장, 택지개발 위한 사업까지 공공사업으로 둔갑시킵니다. 막개발촉진법이고 개발계엄령입니다. 대형건설업체가 서민의 재산을 뜯어먹는 법입니다. 시공사와 시행기관이 최대이익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김 목사는 또 이 법을 동원한 곳이 대전시이고, 이를 결정한 사람이 더민주당 소속인 권선택 시장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시장이 이명박 정부가 만든 법을 이용해 투기사업을 하고 있다는 일갈이다.

"갑천 변의 경우 자연 생태계와 인접해 있는 농지라며 농림식품부까지 택지 개발을 허락하지 않아 왔던 곳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친수법으로 모든 규제가 한꺼번에 풀리고 말았습니다. 이걸 4대강 사업을 당론으로 반대해온 더민주당 소속의 권선택 대전시장이 최종결정했습니다. 결국, 이 사업은 토건 기업을 위한 사업이고 나머지는 죄 밑반찬으로 깔아 놓은 겁니다. 사업의 정당성도 공공성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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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도안갑천지구친수구역개발백지화시민대책위(26개 단체) 회원들이 대전시민들과 함께 사업백지화를 요구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 대책위


이 사업을 처음 계획한 것은 염홍철 전 대전시장(민선 5기, 새누리당)이다. 민선 6기 대전시장 선거에서 권선택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이 사업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는 "시민, 전문가와 논의 후 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권 시장의 재논의 절차는 처음부터  '쇼'였다"

권 시장은 당선 후 '충분한 논의 후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지켰을까?

"시민단체 요구로 시 산하에 검토위원회를 구성했어요. 하지만 시 측이 선정한 검토위원들은 미리 시작부터 사업 백지화는 안 된다는 옵션을 걸었어요. 또 시측 관계자는 이미 국토부 지정과 실시설계승인이 나와 되돌릴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죠. 10% 이내도 수정이 어렵다고도 했어요. 10%도 양적 숫자이지 내용은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대전시는 시민단체측 주장을 시종 방해만 했어요."

시민사회 측은 양보에 양보를 거듭했다.

이런 가운데 시민대책위는 대전시 요청에 따라 지난 9월, 호수공원을 생태하천으로 변경하는 2가지 안을 대전시에 제출했다. 1안은 5층 이하 공동주택 1300세대로 공동주택 개발을 최소화하는 안이었다. 2안은 아파트 일부(약 2000세대)를 인정하는 안이었다. 하지만 대전시는 한마디로 시민대책위 안을 거절하고 '원안대로' 추진 의사를 밝혔다.

"대전시는 시민대책위 안을 사업적자가 커지고 공사 기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단칼에 거절했어요. 처음부터 (시민대책위 안을 검토하겠다는 건) 쇼였던 거죠. 대전시는 아파트를 짓기 위해 거짓말까지 주저하지 않았어요. 대전시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데 185만 명으로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수요 예측해 아파트 건설이 필요하다는 논리까지 내세웠죠."

5400세대 아파트 사업, 적자 600억 원은 시민 부담?

대전시가 획정한 방식의 사업을 벌이면 수익은 나는 것일까? 대전시는 오히려 600억 원의 적자가 나는 것으로 예측했다.

"개발 이익은 대전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대전시 분석에 따르더라도 투자비 6100억 원에 회수비용은 5500억 원으로 사업적자만 600억 원에 이릅니다. 민간건설업체가 모두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도대체 토지소유주는 헐값 보상금 주고 쫓아내고, 여기에 아파트 때려지어 민간재벌업체 돈벌이해주고 그 적자 폭은 대전시민이 떠안는 사업을 왜 해야 하는 거죠?"

김 목사는 "그런데도 사업방식만 바꾸면 환경도 살리고, 적자 없이 사업을 벌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가만히 두는 게 최선이지만 만약 사업을 꼭 해야 한다면 사업 방식을 '집단 환지방식'으로 하면 됩니다. 토지소유주에게 공유 환지를 지정해 주자는 겁니다. 토지소유주는 직접 협동조합을 결성해 4층 이하로 생태적으로 생태주택을 만들면 됩니다.

마을 자체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말 그대로 일과 삶이 공존하는 생태 마을 조성이 가능합니다. 규모에 맞는 개발로 환경 파괴도 최소화하고 적자를 볼 일도 없죠. 이미 많은 선진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이 하는 사업 방식입니다. 물론 여러 사업 대안 중 하나입니다."

"아직 시간이 있다. 권 시장 회심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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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복 목사 (자료사진) ⓒ 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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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안갑천지구친수구역개발백지화시민대책위(26개 단체)가 대전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 대책위


김 목사는 대전기독교교회협의회, 대전세종충남정의평화목회자협의회, 대전기독교윤리실천운동, 천주교대전교구정의평화위원회 등 종교단체와 '도안 갑천지구 개발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시민소송을 준비 중이다.

위헌심사를 청구하는 '헌법소원'과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지구지정 무효 확인 청구 행정소송'과 '대전도안갑천지구 친수구역 호수공원 조성 및 택지개발 공사 정지 가처분 소송'이다.

"1000명의 '국민소송단'을 모집할 예정인데 이미 500명을 넘어섰습니다. 내년 1월 2일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입니다."

그러면서도 김 목사는 권 시장에 대한 마지막 기대를 거두지 않고 있다.

"아직 시간이 있어요. 권 시장의 생각이 바뀌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돌이킬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회심의 사례로 역사에 남기를 정말 바랍니다."
#권선택 #대전시 #김규복 #도안 갑천지구 개발사업 #인공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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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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