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를 잘 두셨던 어머니
나관호
"아냐. 난 배불러. 못 먹어."
"그럼 빵이랑 두유 드세요." 좋아하시는 것을 드리면 거절하는 것 같지만 맛있다며 드신다. 그 후에는 자연스럽게 밥을 조금만 드려도 드신다. 때론 죽을 드리면 좋아하신다. 그래도 안 드시면 애교를 피워서라도 직접 입에 넣어드린다. 그러면 어머니는 웃으며 드신다.
"호호호. 내가 우리 아들 이렇게 해줬는데."
늘 하시는 같은 말씀이지만 어머니는 그런 말에도 스스로 기쁨을 얻으신다. 같은 말에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으시는 어머니를 보니 어린아이 그 자체다.
어머니를 위한 특별식어느 날인가 어머니의 식사 거부가 완강했다. 입 속이 아프다는 꾀병, 배가 아프시다는 긴장감, 옆집에서 가져온 떡을 드셨다는 착각 등이다(그런데 사실인 경우가 있으니 잘 분별해야 한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안 드신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그것은 불고기 볶음밥을 아무도 먹을 사람이 없으니 강아지를 주겠다는 강경조치(?)였다. 어머니는 음식 버리는 것을 아까워하시는 성격이라서 이 방법은 효험이 크다. 배가 고프신지 어머니는 한 그릇을 다 비우셨다. 그래서 물 대신에 두유 하나를 더 드렸다. 그것도 맛있어 하신다.
"어머니, 맛있으세요?""어, 너무 맛있네. 맛있어. 근데 배불러." "오늘 식사 처음 하셨어요. 빵만 드시면 안 돼요.""그래, 난 빵이 좋은데."어머니의 주식은 카레덮밥에 버섯과 두부를 넣은 것이거나, 쇠고기 김치볶음밥에 두부와 버섯을 다져 넣고 달걀을 하나 넣은 혼합식이었다. 밥은 질게 하고 잡곡밥을 사용한다. 다른 반찬을 드시지 않아도 좋아하셨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찾아낸 음식이다.
치매 환자를 위한 식사 권장 방법 10가지1. 억지로 식사를 권하지 말라 : 배고프면 드시게 된다. 2. 죽과 간식(빵과 우유)을 권한다 : 간식 후 시간 간격을 주지 말고 밥을 조금 드린다. 3. 평소에 좋아하시던 음식을 권한다 : 볶음밥 형태로 여러 음식을 섞어드린다. 4. 시계를 보고 시간관념을 가르친다 : 때가 되면 밥을 드셔야 하는 것을 강조한다.5. 옆에서 같이 먹는다 : 자식(간병인)도 식사를 안 했음을 알린다.6. 식사를 안 하셔서 얼굴이 마르셨다는 표현을 쓴다 : 자신의 상태를 짐작하시게 한다.7. 계란 반숙이나 두부 요리 같은 것을 드린다 : 밥 대용품으로 영양을 보충해 드린다.8. (애교를 부리며) 직접 입에 넣어드린다 : 관심이 능력이다. 9. 어른이 식사 안 하시면 가족들이 식사할 수 없다고 말한다 : 사랑은 벽을 넘는다. 10. 다 드시지 말고 남기라고 말한다 : 편안함이 설득력이다. 당근 요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