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공원 옆에 있는 카페 ‘61 파크 에비뉴(PARK AVENUE)’의 사장 부부인 소병순(왼쪽)ㆍ이연옥(오른쪽)씨.
김영숙
소씨 부부는 몇 년 전 부평 신촌마을(부평3동) 주민들과 대책위원회를 꾸려 재개발을 반대하는 활동을 했다. 재개발이 되면 이곳에 문화마을을 조성하려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살다 1985년 인천으로 발령받아 30년째 이곳에 살고 있는 부부는 2008년부터 지역 예술인들과 신촌문화마을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미술인인 이연옥씨는 부평미술인회 회장을 지내기도 하면서 신촌 재개발 반대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싸움이 엄청났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생각했는데, 하면서 동네 사람들과 신뢰가 생겼죠. 그때는 갈등관계에 있던 구나 시 공무원들하고 지금은 잘 지내요. 그들도 우리의 정당성을 아니까요. 의미 있는 동네로 만들고 싶어요. 유럽의 도시처럼 몇 백 년이 지나도 역사와 정체성이 사라지지 않는 그런 곳으로요."부평 신촌문화마을은 매해 여름방학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문화학교를 열었다. 재능기부를 한 예술인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이 함께 문화학교에 정성을 보탰다.
"한 할머니가 여덟 번 접은 만원 짜리 지폐를 문화학교에 쓰라고 주시더라고요. 감동이죠. 인근 상가 주민들은 아이들에게 음식을 후원하고 재료비에 보태라고 기금을 주셨어요. 동네 사람들이 아이들을 함께 키웠습니다. 그 아이들이 성인으로 잘 자란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문화학교에 참가한 한 아이의 엄마는 지금도 매해 과메기를 보내줘요. 포항이 고향이라는데, 선물을 받아서가 아니라 교감하는 게 감사한 거죠."어디서도 지원받지 않고 자생적으로 주민들과 문화학교를 만들어온 것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이들은 문화학교를 준비하는 과정도 감동이라고 덧붙였다.
"동네 사람들이 나무를 다듬는 등, 수업재료를 함께 준비하고 감자와 고구마를 쪄 와서 같이 먹기도 해요. 축제의 장이 되는 거죠."문화학교에서는 점토로 우리 집 만들기, 보물찾기, 골목길 걷기, 솟대 만들기, 벽화 그리기 등을 진행했다.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은 성인이 돼 이 카페를 찾는다. 그 중 몇몇은 전날 공연을 보러오기도 했다.
카페는 작년 7월에 개업했다. 8년 전에 지은 건물이지만 지난해까지 비어 있었고 몇 년 전까지는 문화학교를 열기도 했다.
"문화마을을 만들겠다고 마음먹고 지킨 마을인데 유흥업소 등, 아무 업종에 임대할 수 없어 거절하다보니 오랫동안 비어있었죠. 금전적 손실은 많았지만 역사와 정체성이 있는 동네를 지키려면 참아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이 건물을 지을 때는 갤러리를 하고 싶었어요. 문턱 없는 갤러리를 만들려면 1·2층을 합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으로는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가족의 뜻이 있어, 카페를 오픈했습니다. 카페는 생각도 못했는데, 갤러리를 만들기 위해 카페를 만든 거죠."소씨 부부는 카페가 들어선 건물과 카페 앞의 이층짜리 건물 두 채를 통틀어 '아틴천센터'로 만들 계획이다. '아틴천'은 아트(Art)와 인천(Incheon)이 조합된 말로, 이곳을 문화와 음악과 예술이 있는 곳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카페 앞 이층짜리 건물 두 채는 우연한 계기로 구입했다. 낡고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인테리어 공사도 얼추 마무리했다. 핸드메이드 작가를 입주시켜 창작과 판매를 할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부평의 랜드마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우리가 외국에 나가면 마켓을 관광하잖아요. 지금 부평지하도상가까지는 외국인들이 방문합니다. 주민들에게는 살고 싶은 동네, 외국인들에게는 찾고 싶은 동네가 됐으면 좋겠어요. 옛 것이 보존돼 세월이 흐른 후에 찾아와도 옛날 추억과 역사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정이 흐르는 동네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런 사명감으로 도시를 디자인하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습니다."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