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 공덕비가 쓰시마 도주 묘소 앞에 있다니

등록 2016.12.29 12:12수정 2016.12.2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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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일본 쓰시마 역시 삼나무 숲

일본 쓰시마 역시 삼나무 숲 ⓒ 김수종


쓰시마의 사오자키공원을 둘러본 우리들은 다시 길을 잡아 섬의 중앙부에 위치한 '미타케(御岳)자연공원'으로 갔다. 임도를 따라 5분 정도 올라가니, 길이 끝나고 490m 높이인 정상까지 1.5km 남았다는 표시가 보인다.

차를 세우고는 잠시 걷는다. 신사를 지나 조금 언덕을 오르니 삼나무 숲이 좋다. 이어 더 올라가니 동백나무가 많다. 고도에 따라 식생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는 내려왔다.


a 일본 쓰시마 올라가면 동백나무

일본 쓰시마 올라가면 동백나무 ⓒ 김수종


40분 정도의 원점 회귀 트레킹 코스로 좋을 것 같아 보였다. 이어 다시 차를 몰고는 남쪽으로 길을 잡아 '세타(瀬田)'로 갔다. 섬의 중앙에서 서쪽 바다로 흐르는 '니타천(仁田川)'이 끝나는 지역으로 물길을 따라 내려가면 '니타(仁田)만'이 나온다.

a 일본 쓰시마 로드 디자이너 고광용 선배랑 둘이 일본에 가다

일본 쓰시마 로드 디자이너 고광용 선배랑 둘이 일본에 가다 ⓒ 김수종


우선 이곳에서는 강물 옆 임도를 따라 차를 타고 오른다.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위치에 '메보로댐 마사공원(目保呂ダム 馬事公園)'표식이 보인다. 니타천을 막은 작은 댐이 있고, 길을 조금 더 올라가면 말 사육과 체험을 겸한 공원이 있다. 

a 일본 쓰시마 메보로댐

일본 쓰시마 메보로댐 ⓒ 김수종


쓰시마에 말이 39마리 있는데, 이곳에 25마리가 있다고 한다. 간단한 승마체험과 말을 타고 하는 강변트레킹과 기수 양성 프로그램이 있었다. 우리도 말을 타고 트레킹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마침 점심시간이 걸렸고, 옷을 입고 몸무게가 70kg이 넘는 사람은 간단한 승마체험만 가능하다고 하여 포기하고 말았다.

고 선배는 75kg 정도이고, 나는 70kg를 오가는 몸무게라서, 다음에 올 때는 조금 무게를 줄여서 말 트레킹에 한번 도전하고 싶다. 젊은 여성 사육사가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고, 내부도 안내를 하여 구체적으로 잘 보았다.

a 일본 쓰시마 마사공원

일본 쓰시마 마사공원 ⓒ 김수종


우리의 말사육장에는 보통 마장 안에도 볏짚을 깔고, 먹이도 볏짚을 준다. 하지만 논이 거의 없고 볏짚이 귀한 곳이라 그런지, 바닥에는 톱밥을 깔았고, 먹이만 볏짚을 주고 있었다. 한국어 안내 자료가 있었고, 전화로 사전에 예약을 하면 충분히 체험이 가능하다고 한다. 단, 한국말을 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이어 니타천의 물길을 따라서 차를 천천히 몰아 4~5km를 달렸다. 정말 우측의 물길과 함께 나란히 가는 좁은 길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런 곳을 여름에 트레킹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물길이 좁아지는 지점에서 좌측으로 향했더니, 길이 더 좁아지고 험해진다. 불안한 마음에 인근에 트럭이 있어 달려가 길을 물어보았다.

a 일본 쓰시마 니타천을 걷다

일본 쓰시마 니타천을 걷다 ⓒ 김수종


"당신이 직진하는 길을 1km 정도 가면 막다른 길이니 돌아서 다시 우측 길로 가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어렵게 차를 돌려 우측으로 돌아가니, 아스팔트 포장길이 나온다. 방향도 그렇고 길의 느낌을 더 볼 겸 무작정 전진했다. 역시나 다를까 생각했던 대로 산을 넘어 단풍이 유명한 '슈시(丹志)강'에 도달했다.


다시 와서 트레킹을 한다고 상상을 해 본다. 댐을 지나 마사공원까지는 차를 타고 와서 승마체험을 한다. 그런 다음 천천히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길을 따라 방금 차를 돌린 중간지점까지 간다. 이후 다시 한 시간은 물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계곡 트레킹을 하면 좋을 것 같아 보였다.    
 
a 일본 쓰시마 니타댐

일본 쓰시마 니타댐 ⓒ 김수종


슈시강에서 다시 차를 돌려, 원점으로 회귀를 하려고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포장도로를 계속 타고 가니 이번에는 니타천 남쪽에 있는 '가이도코로천(飼所川)'의 중간 지점에 있는 '니타댐(仁田ダム)'에 닿는다. 길을 잘못 들어서 우연하게 발견한 댐도 댐이지만, 댐 표지판 옆에 '쓰시마골프클럽(対馬ゴルフ俱樂部)'이라는 글씨가 더 크게 보였다.

댐 바로 위에 골프장이 있었던 것이다. 6홀의 작은 골프장이었다. 이곳의 직원은 한국어로 된 안내판을 보여주며 "예약을 하면 누구나 5000엔 정도면 라운딩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에는 꼭 미리 전화하고 오라"고 몇 번이나 신신당부를 한다. 감사한 일이다.

a 쓰시마골프구락부 일본 쓰시마

쓰시마골프구락부 일본 쓰시마 ⓒ 김수종


쓰시마에는 일반인이 갈 수 있는 골프장은 여기뿐이고, 남섬의 서북쪽 끝에 있는 '오사키(尾崎)'에 교직원 전용 골프장이 하나 더 있다고 한다. 아무튼 다음에 오면 이곳에서 간단하게 골프도 한번 쳐 볼까? 고민이 된다.  

이제 다시 길을 잡아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동쪽의 바닷가로 이동했다. '시고에(志越)', '시타카(志多賀)'를 지나 길옆에 있는 쓰시마 도주 집안의 납골당이 있는 '소가묘소(宗家墓所)'와 '엔쓰지(円通寺)'로 갔다. 
a 소가묘소 일본 쓰시마

소가묘소 일본 쓰시마 ⓒ 김수종


쓰시마의 지배세력인 소씨(宗氏) 가문의 조상 묘소로 사실은 조금 초라해 보였고, 규모도 작았다. 초기 7~9대 도주의 무덤이 여기에 있다. 이 주변이 짧은 시기 쓰시마의 행정 중심이었던 것이다.

이후 여러 번 도주가 관아를 옮겼고 나중에 권력이 강화된 1615년 20대 요시나리(義成) 도주가 아버지 요시토모(義智)의 명복을 기원해서 건립한 곳이 이즈하라의 서쪽 아리아케(有明)산 기슭에 있는 '반쇼인(万松院)'이다.

반쇼인은 132개의 돌계단과 1000년 넘은 삼나무 세 그루가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곳으로 일본 3대 묘소 중에 하나로 국가지정사적지이다. 아울러 부도는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사리탑이 있으며, 조선 국왕으로부터 하사받은 삼족정(삼구족:香爐, 花甁, 燭台) 등이 있어 유명하다. 나중에 한번 가봐야겠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곳 엔쓰지 앞에 조선인의 공적비가 하나 보인다. '통신사 이예 공적비(通信使 李藝 功績碑)'다. 충숙(忠肅)공 이예는 조선초기의 외교관으로 1401년(태종1) 처음으로 이키도(壹岐島)에 사신으로 가 포로 50명을 데려온 공으로 좌군부사직에 제수되었다.

a 일본 쓰시마 통신사 이예 공적비

일본 쓰시마 통신사 이예 공적비 ⓒ 김수종


그 뒤 1410년까지 해마다 통신사 등이 되어 왕래하면서 포로 500여 명을 찾아왔다. 1416년 오키나와국(琉球國)에도 사신으로 다녀오면서 포로 44명을 데려왔고, 1419년(세종1)에는 이종무 장군을 도와 쓰시마를 정벌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모두 40여 차례나 조선통신사 등의 자격으로 일본을 오간 외교관이다. 대장경을 일본에 전했고, 일본의 수력 물레방아를 조선에 도입하는 등 문화교류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생전에 왕명을 받아 7대 대마도주 종정무의 조문을 하기도 했다. 회례부사, 통신부사, 첨지중추원사, 동지중추원사 등의 벼슬을 지냈다.

충숙공의 공적비가 대마도주 집안 묘소 앞에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너무 생각이 많아졌다. 과연 한국이라면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고민이 되는 상황이다. 이런 자세를 배워야할지 무시해야 할지 판단이 잘 안 되는 상황이다.

이어 '사카(佐賀)'방향으로 길을 잡아 20여 미터를 달리니, 작은 간판이 보여서 혹여 식당인가 하고 들어가 보았다. '나가도메카시덴(永留菓子店)'이라고 하는 '타이야키(たい焼き, 붕어빵)'전문점이었다. 93세의 부친이 50년 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는 이곳은 현재 4명의 직원이 팥 앙금과 흰 앙금의 붕어빵을 만들어 100엔씩에 팔고 있었다.

a 일본 쓰시마 50년 된 붕어빵집

일본 쓰시마 50년 된 붕어빵집 ⓒ 김수종


오후 3시가 다 되어 너무 배가 고팠던 우리는 우선 4개를 주문하여 두 개씩 나누어 먹었다. 속이 너무 부드럽고, 따뜻했다. 씹히는 맛이 좋아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규슈와 오키나와 맛 100선집'으로 지정된 가게라고 한다.

a 일본 쓰시마 타이야끼, (붕어빵)을 연구한 책

일본 쓰시마 타이야끼, (붕어빵)을 연구한 책 ⓒ 김수종


참 가게 안에 있는 일본의 붕어빵에 관한 책이 너무 재미있었다. 일본 전국을 순회하면서 붕어빵의 모양과 재료 및 맛을 평가한 단행본 책이 있다니 놀라웠다. 특정 분야와 사항에 대하여 이상할 정도로 열중하며 집착하는 사람인 '오타쿠(オタク,おたく,宅) 문화'가 넘치는 곳이라 이런 책도 팔리는가 보다.
   
이제 정말 점심을 먹기 위해 사카에 있는 대형마트로 가서 초밥과 김밥, 튀김, 유부초밥까지 사서는 차 안에서 급하게 먹었다. 늦은 밥이다. 배가 고파서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마구 먹은 듯하다. 식사를 마치고는 초콜릿을 아들을 위해 10개 선물용으로 샀다.     

a 일본 쓰시마 오후 3시에 도시락을 급히 먹다. 쓰시마에서는 반드시 아침에 도시락을 구매하는 요령이 절대적으로 필요

일본 쓰시마 오후 3시에 도시락을 급히 먹다. 쓰시마에서는 반드시 아침에 도시락을 구매하는 요령이 절대적으로 필요 ⓒ 김수종


이제 다시 차를 몰고는 북섬의 아래쪽에 있는 '고후나코시(小船越)'로 갔다. 고후나코시는 쓰시마에서 가장 해발고도가 낮은 곳이며, 폭이 174m로 무척 좁은 곳이다. 운하가 없던 시절에 이곳의 어부들은 작은 배를 기구와 인간의 힘으로 들어서 동서로 밀어 넘겼다.

a 일본 쓰시마 고후나코시의 서쪽바다, 정말 내륙 깊이 들어온 만이다

일본 쓰시마 고후나코시의 서쪽바다, 정말 내륙 깊이 들어온 만이다 ⓒ 김수종


6세기에는 백제 성왕이 보낸 불상이 이곳을 통과했고, 일본 본국의 사신들이 이곳을 통과했다. 8대 대마도주 소사다모리가 조선의 이종무 장군에게 항복을 한 곳이기도 하다. 정말 동서의 바다가 가깝게 있었다. 

a 일본 쓰시마 통신사들이 극찬한 쓰미요시마을의 쓰미요시 신사. 살기 좋은 마을로 풍광이 최고다

일본 쓰시마 통신사들이 극찬한 쓰미요시마을의 쓰미요시 신사. 살기 좋은 마을로 풍광이 최고다 ⓒ 김수종


이제는 길을 동쪽으로 잡아 '가모이세(鴨居瀬)'에 있는 '쓰미토모(住吉)신사'로 갔다. 예전 조선통신사들이 이 마을에 방문하여 "정말 살기 좋고 바다도 평안하다"고 하여 살기 좋다는 의미에서 '쓰미토모(住吉)'라고 칭했다는 말이 전한다.

아무튼 이런 멋진 곳에 작은 신사가 있어서 잠시 쉬어가고 싶다. 신사를 둘러보고는 다시 길을 잡아 다리를 건너 섬 중에 섬인 '오키노시마(沖島)'로 갔다. 그냥 작은 섬이라고 생각을 하고 지나던 차에 이웃한 섬인 '아카시마(赤島)'로 진입하기 직전에 우측 바다가 보였다.

인천 앞바다 굴업도 안에 있는 토끼섬 '해식와(海蝕窪)'와 너무나 닮은 해식와를 발견했다. 보통 해안가 절벽 아래의 침식지형을 말하는 해식와는 해안 주변의 바위가 바닷물에 섞인 염분 때문에 서서히 녹으면서 절벽 아래 생기는 좁고 긴 침식지형을 말한다. 영어로 노치(notch)라고도 하는데 너무 귀한 지형이다.

a 일본 쓰시마 우연히 발견한 해식와

일본 쓰시마 우연히 발견한 해식와 ⓒ 김수종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곳이면, 정말 작은 배를 타고 썰물 때 한번 올라가보면 좋다. 그러나 별로 간만의 차가 없어 보여서 이곳저곳으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사진 촬영만 했다. 너무 절경인데, 망원렌즈가 없어서 제대로 촬영은 못했다. 아쉽다.

a 일본 쓰시마 해식와는 요기에

일본 쓰시마 해식와는 요기에 ⓒ 김수종


이어 붉은 섬인 아카시마로 들어간다. 붉은 다리가 인상적이다. 작은 섬이라 별로 볼 것이 없었지만, 작은 몽돌해안도 있고, 바다가 나름 볼 만했다. 해안의 바위도 좋았다. 섬의 곳곳을 살피고는 다시 길을 돌아 오키노시마에 가서 섬을 반 바퀴 돌아, 멀리서 쓰미토모신사를 정면으로 보이도록 기념촬영을 했다.
#일본 쓰시마 #조선통신사의 길 #쓰시마골프장 #마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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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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