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LAG 뉴올리언스 지부 정기모임
성소수자 부모모임
"나는 아직 부모님께 커밍아웃 안 했어."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놀란다. 내가 주변 지인들에게는 전부 커밍아웃했기 때문일 수도,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활동한 지 2년이 다 되어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성소수자로서 발언하고, 수많은 커밍아웃 사례들을 머릿속에 담고 있지만, 가족에게는 커밍아웃하는 것이 망설여진다. 내가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활동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4년 12월, 우연한 기회로 미국의 성소수자 인권단체를 방문하러 갔다가 PFLAG(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성소수자의 부모, 가족, 친구들의 모임. 미국에만 50여 개의 지부가 있고, 회원수는 20만 명에 달한다) 뉴올리언스 지부를 알게 됐다. 마침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정기모임에는 2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엄마와 막냇동생과 함께 온 17살 FTM 소년, 몇십 년 동안 뉴올리언스 지부를 지켜 온 활동가, 게이 당사자, 게이 자식을 둔 어머니,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손주가 있는 할머니, 손주가 넷이나 있는 50살이 넘어 트랜지션을 한 MTF 할머니, 8년간 연애하고 있는 게이커플, 오늘 PFLAG에 처음 온 사람, 결혼한 지 20여 년 된 부인에게 커밍아웃한 기혼이반 등.
그들 각각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들으며 어떨 때는 한바탕 웃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 아파하며 울기도 했다. 공통된 건,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사람들이 모였을 때 만들어지는 강력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곳에서 어떤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꿈이 생겼다. PFLAG와 같은 모임을 한국에서 크게 성장시키는 것, 그리고 그곳에 어머니를 모셔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