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똥 같은 눈물', 진정성 담겼을 확률이 높은 이유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127] 뉴스의 인물들 울음 어떻게 봐야 할까

등록 2017.01.05 10:38수정 2017.01.0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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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
눈물.pixabay

'눈물'이라면 남자보다는 여자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남녀의 감성 등이 다른 탓인지 여자가 눈물 혹은 울음은 많은 건 '사실'이다. 통계에 따르면, 남자는 연간 평균 6~17회 정도 우는데 반해, 여자는 30~64회쯤 우는 사람이 가장 많다고 한다.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눈물을 비치기 쉬운 시기이다. 한방에 '영풍누출'(迎風淚出)이란 말이 있는데, 문자 그대로 바람을 맞으면 눈물이 나온다는 뜻이다. 눈물샘 등에 병증이 없더라도 많은 이들이 한겨울 차디찬 맞바람을 맞으며 촉촉해진 눈가를 훔쳐야 했던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잖아도 눈물이 많기 마련인 동절기인데 이번 겨울은 내 눈물만 아니라 남의 눈물까지도 감내해야 할 판이다. 그것도 여자의 눈물을 말이다.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들이 성별로 따지자면 여자가 주축이다 보니, 특히 그들의 눈물이 이런저런 생각 혹은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눈물은 슬픔이든 기쁨이든 보통 진정성을 담고 있는 예가 많지만, 정반대로 가식의 눈물도 있다. 가식의 눈물을 서양에서는 흔히 '악어의 눈물'로 표현한다. 이는 악어가 먹잇감을 앞에 두고 우는 예가 있어서 인데, 속으로는 좋으면서도 겉으로 희생되는 먹잇감에 대한 동정을 나타내는 것처럼 비쳐지기 때문에 위선의 눈물이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악어의 눈물을 위선으로 해석한 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시각일 뿐이다. 악어뿐만 아니라 사람도 먹을 것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데, 이는 침샘 등과 연계된 안면 신경의 이상으로 인해 촉발되는 일종의 선천성 장애 때문일 수도 있다. 악어는 평상시 먹잇감 앞에서 보다는 물 밖으로 나와 장시간 체류함으로써 안구가 건조해질 때 주로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찬바람을 정면으로 맞을 때의 눈물, 즉 영풍누출하는 인간과 사실상 같은 이치이다.

여자가 울음을 비치면, 남자들의 마음이 약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기혼 남성들이라면 연애시절을 포함해 십중팔구 여자의 눈물로 인해 '심쿵'했던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슬픈 영화나 뉴스를 접하고 살짝 물기를 내비치는 정도가 아니라, 여자가 코앞에서 눈물을 쏟으며 흐느끼는 걸 보고 마음이 약해지지 않는 남자는 드물지 않을까.

여자의 눈물을 '무기'로 간주하는 이들도 있는데, 선의로 풀어보면 그 근거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눈물을 동반하는 여자의 울음은 단순히 그 횟수만 많은 게 아니라 질적으로 남자의 눈물을 능가하는 경우가 많다. 단적인 예로 남자의 울음 지속시간은 평균 2~4분인데 반해, 여자는 6분 안팎으로 2배가량이나 길다.


게다가 여자들의 울음은 눈물 끝에 흐느낌이 이어질 때가 잦다고 한다. 반면 한 외국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남자들은 울음 끝에 흐느끼는 경우가 20명에 1명 꼴 남짓으로 매운 드문 편이다.

눈가에 자리한 '세상에서 가장 작은 호수'


눈물은 그 양태에 따라 어느 정도 우는 이의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한 예로 말 못하는 유아들의 울음은 슬픔이나 기쁨 같은 감성보다는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될 때가 많다. 어디가 아프거나, 배가 고플 때 우는 게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초등학생 쯤 되면 억지로 눈물을 찔끔찔끔 쥐어짜냄으로써 부모나 주변사람들의 동정심을 자아내기도 하는데, 이 역시 감성을 드러내는 자연스런 눈물은 아니다.

눈물의 양이 진정성과 꼭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펑펑 '닭 똥' 같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이 흘린다면 대체로 진솔한 눈물일 가능성이 높다. 뚝뚝 떨어지는 굵은 눈물은 여자가 흘리든, 남자가 흘리든 눈물의 주인공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를 만큼 억누른 끝에 터져 나오는 눈물일 확률이 높아서이다.

현저하게 굵은 눈물방울이 만들어지려면, 눈가에 자리한 '눈물 호수'(lacrimal lake)가 차고 넘쳐야 가능하다. 사람의 눈의 안쪽에는 물을 담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호수'라 불리는 웅덩이 구조가 있는데, 여기에 담길 수 있는 눈물의 양은 평소 7~10마이크로 리터(µμL) 정도다. 이는 기껏 해봐야 500ml 짜리 생수 한 병의 5만분의 1에 불과한 부피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눈물 호수의 신축성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즉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 직전에는 눈물 호수의 부피가 최대 25~30 µμL까지 늘어날 수 있다. 굵은 눈물방울은 이처럼 눈물 호수가 탱탱하게 최대 용량까지 눈물로 찬 뒤에 둑이 넘치듯 밖으로 누출되면서 형성된다. 또 50~60대 이후 즉 나이가 들면 의도치 않더라도 더 큰 눈물방울을 만들어낼 수 있다. 눈꺼풀이 처지면서 눈물 호수가 더더욱 크게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눈물은 흘리는 이의 정서에 이로운 경우가 대체로 많다. 실제로 슬픔을 억누르지 못한 나머지 눈물을 터뜨리면 어느 정도 슬픔이 가라앉는다. 분노의 눈물도 흘리고 나면 격해진 감정이 누그러뜨려진다. 남녀관계와 같은 황홀경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는데, 이 역시 나쁘다고는할 수 없다.

하지만 눈물은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부담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남편이 아내가 혹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우는 모습을 보는 건 힘든 일이다. 공인들 혹은 뉴스의 중심인물들이 흘리는 눈물은 아예 다른 차원의 '민폐'가 되기도 한다. 그 진정성이나 의도까지 읽어내야 한다면 보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심적 부담을 넘어서 피곤한 일이니까. 

덧붙이는 글 사는 이야기들을 풀어 놓은 인터넷 까페(cafe.daum.net/yourlot)에도 올렸습니다.
#눈물 #박근혜 #최순실 #정유라 #장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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