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살처분 과정에 충격, 상담 신청한 사람도 있다"

[인터뷰] 유만종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구호복지 팀장

등록 2017.01.05 16:59수정 2017.01.0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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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의 기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진'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해 말부터 빠르게 퍼진 AI로 전국에서 3천만 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그 후유증은 인간에게도 미친다.

지난 4일 충청남도는 "고병원성 AI와 관련해 가금류 543만 9000수를 살처분했다"고 밝혔다. 충남도에 따르면 충남의 경우 AI 피해를 입은 농장 종사자는 484명, 공무원을 포함한 살처분 현장 참여자는 1439명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중 일부가 살처분 과정에서 겪은 경험으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악몽, 분노, 상실감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충남도는 지난 4일 재난심리회복센터를 꾸리고 이들에 대한 모니터링과 상담을 시작했다.

5일 오후 1시, 기자는 AI관련 재난심리회복센터가 꾸려진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를 찾았다. 심리회복센터는 충남도의 위탁을 받아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가 운영하고 있다. 심리회복센터에서 유만종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구호복지 팀장을 만났다. 심리 상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들어 보기 위해서다. 다음은 유만종 팀장과의 일문일답.

 적십자사 충남지사의 유만종 구호복지 팀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적십자사 충남지사의 유만종 구호복지 팀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재환

- 센터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AI로 피해를 입은 농장주나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을 모니터링 하는 일이다. 이들 중 심리적으로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로 진행되기 전에 이들을 상담해 응급조치하는 것이다. 증상이 심한 경우 전문 병원을 찾아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 상담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주로 전화 상담이다. 구제역이나 AI는 확산 방지를 위해 가급적 대민 접촉을 피한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와 직접 대면하기보다는 전화 상담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센터를 직접 찾아오시는 분들은 일대일 상담이 가능하다. 센터에는 4~5명 정도의 전문 상담사들이 상주하고 있다."


- 상담센터가 어제부터 열린 것으로 알고 있다. 상담 건수는 있었나?
"하루밖에 안 되어 상담 건수가 많지는 않다."

- 상담 내용 중 하나만 소개해 달라.
"어제 AI 살처분 농장주 한 분을 상담한 내용이 있다. 그분은 빚내서 시작한 농장의 닭들이 살처분 되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농장주들은 재산 피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다."


- 그렇다면 공무원들은 어떤가?
"야간 근무는 물론이고, 반복되는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

- 공무원들의 상담 사례는 없나?
"상담소가 꾸려진 지 하루밖에 안 되어 아직은 없다. 과거의 사례를 소개하면, 일부 공무원들은 살처분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동료 공무원의 행동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었다. 평소에는 말없이 착했던 동료가 동물들을 몽둥이로 내리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며 상담을 신청한 사례도 있다."

- 살처분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농장주나 공무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런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분노, 우울감, 심지어 불면증 등의 상황을 겪을 수 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혼자 속으로 끙끙 앓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유만종 #적십자사 충남지사 #내포신도시 #AI #조류인플루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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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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