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계란 수입 후 주춤하는 국내산 계란값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걸까?
채널A 화면 캡쳐
"여보, 당분간은 '라면에 계란 톡' 금지"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계란 소비자가(30개들이 특란 기준) 1월 13일 9543원에서 16일 9491원으로 하락했다. 한 달 넘게 오르기만 하던 계란값이 드디어 떨어진 것이다. 미국산 계란이 수입되면서 벌어진 결과다. 계란 수입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계란은 유통기한이 짧고(냉동이 되지 않는다!) 운송의 여러 문제가 있어 수입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설을 앞두고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를 걱정한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미국산 계란 수입을 결정했다.
미국의 계란 유통방식, 통관과 항공 운송 과정, 수입 후 국내 유통기간 등 살펴보아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은데 과연 다 고려한 것일까? 이런 문제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수입 계란 판매 가격부터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부는 계란 수입 항공료를 일부 지원하고 할당관세 작용(27% → 0%)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수입을 허가했다. 그러나 결과는 미국산 계란 한판에 8990원, 겨우 500원 인하된 가격이다. 대형마트들은 국산 달걀값을 인상하는 대신 달걀 수입 유통이라는 카드를 선택했다고 하는데 지난 6일 이마트 계란 한 판 가격인 7560원 보다 더 비싼 미국산 계란값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게다가 정부가 지원하는 수입 계란 항공운송비 50%(수입 계란 한 개당 76원의 항공운송비가 지원)를 계산하면 계란 한판의 25%는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는 셈이 된다. 계란 수입이 본격화 되면서 명절을 앞두고 치솟을 계란값과 수집상과 대형 제과업체의 사재기 의혹 등이 해결되어 수급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것"같은 기분을 지우기 힘들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미국산 계란수입계획을 밝힌 이후 미국에서 산지 계란 가격이 최근 2∼3일 새 32%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설 연휴 전에 계란 3000만 개를 더 들여오겠다는 정부는 미국산 계란값 상승과 톤당 200만 원으로 예상했던 항공운송비의 300만 원 인상으로 인해 1월 25일까지 통관되는 물량은 톤당 100만 원 한도인 항공운송비 지원액을 150만 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서민들 밥상을 걱정한 정부의 정책이라고 하는데 과연 누구의 걱정이 덜어지고 누구의 주머니가 불려지는 걸까? 결국 이익을 보는 건 미국 산란계와 유통업자들이 아닐까? 농림축산부는 지나 16일 "살처분 보상금 예비비(1687억 원) 확보, 살처분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해 축산정책자금 상환기간 2년 연장 및 이자 감면"이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2014년에 경영난을 겪은 개인 농가가 양계기업과 계약을 맺고 2014년에도 정부 보상금의 상당부분(80% 이상)은 기업 통장으로 들어간 선례를 본다면 올해에도 보상금이 개인 농민에게 돌아갈 확률은 미비할 것이다.
친정 아버지께서 1987년부터 25년 동안 비육소를 키우셨다. 25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정부의 지원, 예방대책이 아닌 개인의 빚과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시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소를 모두 팔아버리는 것으로 정리하셨다. 이미 자립의 힘마저 잃고 대기업의 위탁농이 된 개인에게 환경개선과 방역을 미루는 정부의 태도에 농민의 딸로서 화가 치민다. 대기업을 위한 정책은 해마다 개선되는데 농민과 농가시설을 위한 정책은 왜 점점 더 열악해져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 것을 버리게 하는지!
우리 농가가 회복될 때까지 계란 반찬 줄이고, 명절에 부치던 전(덕분에 하루 종일 부쳐야 하던 전에서도 해방되고) 줄이면서 계란 대란을 버텼으면 싶다. 완전식품인 계란을 대체할 식품이 많지 않지만 이번 기회에 계란과 김에 의지하던 육아와 도시락을 제철식품으로 바꿔보고 말이다. 여보, 당분간 "라면에 계란 톡!"은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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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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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없는 삶, 한 달새 바뀐 삼남매 집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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