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한국교회연합 예방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4일 오전 종로구 기독교연합회관에서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장서영 목사를 예방하고 있다.
권우성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24일 개신교단체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성소수자도 인간으로서 마땅하게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며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지지한다는 기존 생각에 변함이 없음을 드러냈다. 그는 다만 "제가 성소수자를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사안에 민감한 개신교계를 달래려 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아래 한교협)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아래 한기총), 한국교회연합(아래 한교연)을 차례로 찾았다. 그는 "19세기말에 서양 선교사들이 와서 한국 근대화에 많이 기여했고,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의 역할이 많이 컸다"며 "종교 지도자분들을 예방해 현재 사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를 상의 드리고, 좋은 말씀을 드리러 찾아왔다"고 했다. 단체마다 20분가량 걸린 면담은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개신교 표심 잡으려는 반기문 "제가 강조하는 것은 차별 금지"반 전 총장은 특히 자신이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일부 개신교계 시각을 바꾸려 노력했다. 그는 한교협 총무인 김영주 목사를 만난 자리에서 "일부 국회의원도 비판하고 그런 면이 상당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것 같다"며 "제가 강조하는 것은 '차별하면 안 된다'이다"라고 했다. 김영주 목사는 "보수적인 교인들 몇몇이 'UN 총장은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성토하던데, 저는 인간에 대한 사랑의 관점에서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동의했다.
반 전 총장은 보다 보수적인 한기총을 방문해서도 거듭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이 사람들의 인권이 차별받지 않도록 여러 정책을 지지한 것"이라며 "인간은 모든 면에서 동등한 권리를 향유한다는 UN헌장과 만국인권헌장의 기본 정신에 따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특정한 행위(동성애 등)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교연에선 UN 재직 시절 일화를 소개하며 결국 핵심은 '차별 금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게이, 레즈비언 대부분은 그늘 속에서 사는데 UN이 결의안을 내서 '차별하면 안 된다'며 개선했다"며 "부부수당의 경우 정상적인 결혼(기자주 - 이성간 결혼)만 줬는데, 수당을 똑같이 주고 그런(성소수자) 모임에 가서 축사도 했다"고 얘했다. 또 "저는 윤리면에선 보수"라면서도 "많은 나라들이 성소수자를 많이 차별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기총 전 회장 "성소수자들, 치유 대상이라고 설명하면 명확해질 것" 반 전 총장의 해명에 개신교계도 다소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면담에 참여한 이용규 목사(전 한기총 대표회장)는 2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은 동성애를 찬성하는 게 아니라 인권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했다"며 "공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목사는 "동성애를 차별하는 것은 안 되지만 반드시 치유해야 한다"며 "반 전 총장에게도 그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반 전 총장에게 직접 "그분(성소수자)들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치유의 대상이라 생각된다고 설명하면 명확해질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