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점 보러 가려거든, "아침 일찍 가세요!"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157] 外

등록 2017.01.26 10:22수정 2017.01.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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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 외(外)는 저녁 석(夕)과 점 복(卜)이 결합된 형태로, 저녁 점이 잘 맞지 않아 사실과 거리가 ‘멀다, 벗어나다’가 원뜻이다. ⓒ 漢典


중국은 중화사상을 바탕으로 한 원심력이 강한 나라다. 그 힘을 바탕으로 밖으로 세력을 펼친 구심력이 작동한 시기도 있었지만, 반대로 강력한 외부의 충격을 막지 못해 하릴없이 중심을 내 준 적도 많았다. 이 같은 중원과 외부의 끊임없는 교류와 충돌이 오늘날 중국을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자의든, 타의든 끊임없는 아웃소싱이 이뤄졌고, 이것이 중원을 더욱 풍부하게 했으니 말이다. 덕분에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4개 나라와 국경을 맞댄 거대한 제국이 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외부의 적은 늘 북쪽에서 나타났고, 주로 그들에게 패했기 때문에 '敗北(패배)'라는 말이 생겨났다. 패동, 패서, 패남이 아닌 늘상 북쪽 세력에게 패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만리장성도 북방 방어를 목적으로 했고, 수도도 베이징(北京)으로 옮겼던 것이다. 그런데 19세기 외세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느닷없는 방향에서 몰려왔으니 바로 남쪽 바다였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중국이 그 외부 충격의 실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후과는 막중했고, 20세기초 중국은 외세에 의해 영토가 과분(瓜分)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자신들은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선민의식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人外有人)"는 경계심을 마비시켰고, 중국이 가장 문명화된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이 "최고의 경계 위에 한 층 더 높은 경계가 있다(天外有天)"는 겸손함을 잊게 했던 것이다.

밖 외(外, wài)는 저녁 석(夕)과 점 복(卜)이 결합된 형태로, 저녁에 보는 점이라는 의미로 점이 잘 맞지 않아 사실과 거리가 '멀다, 벗어나다'는 의미가 생겼고, 여기에서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바깥, 밖'의 의미가 파생된 걸로 보인다. 허신은 <설문해자>에서 "점은 원래 아침에 치는데, 지금 저녁에 점을 치니, 이는 예외적인 일이다(卜尚平旦, 今夕卜, 於事外也)"고 적고 있다. 글자 모양처럼 해가 막 떠오르는 때인 '단(旦)'에 점을 쳐야 영험하게 잘 맞지, 무당도 지친 저녁에 치는 점은 약발이 떨어져 잘 안 맞고 빗나가기 일쑤라는 의미다.저녁 점은 신통하지 못하다는 얘기니, 혹시 점 보러 가려거든 아침 일찍 가는 것이 좋겠다.

그런데 점 치는 사람도 그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왜 아침이 아닌 저녁에 점을 쳤을까? 아마 먼 변방에서 갑자기 전쟁, 반란 등의 위급한 상황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저녁 점을 쳤던 것으로 보인다. 멀리 국경 밖의 위급한 일에 예외적으로 행해진 저녁 점이라도 해석하더라도 '멀다, 밖'의 의미는 여전히 외(外)자와 연관성이 있는 셈이다.

세상은 문 밖에 있다고 한다. 외모가 경쟁력이라고도 한다. 다 일리 있는 얘기지만, "마음을 밖에서만 구하지 말고, 뜻을 너무 밖으로 내달리게 하지 말라(心不外求,意不外馳)"는 경구 또한 귀담아 들을만 하다. 내실을 다지고 그것이 쌓였을 때 자연스럽게 밖으로 드러나도록 하는(積中而外發) 자세면 더 좋을 것 같다. 원심력과 구심력의 조화가 필요하듯, 세계를 향한 밖으로 시선과 자신의 내면을 향한 안으로 시선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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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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