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 광장 옆 차도의 차량에 붙은 푯말
고승우
탄핵반대 집회에서, 특검에 의해 다수 범죄의 피의자 신세가 된 박 대통령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동정심을 표현하면서 촛불집회와 대항하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도 문제다. 촛불집회에서 나오는 여러 주장과 각종 의사표시는 세계가 경악하고 조롱하는 박 대통령 게이트 사건과 관련한 탄핵 심리,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관계에 입각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탄핵반대집회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공동정부를 운영하는 식으로 민주주의와 헌법, 관계법령을 위반한 혐의사실은 일체 외면한 채 박 대통령이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밝힌 조작이라는 주장만을 앞세우면서 jtbc의 테불릿 피시 폭로 등을 문제 삼는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을 주목하거나 탓하는 식이다. 또한 자기들의 논리나 주장과 다르면 '종북 좌파'로 매도하는 매카시즘에 매몰되어 있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거부했고 특검의 수사에 대해서도 매우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수해 국가 최고 통치권자의 위상을 스스로 짓밟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탄핵반대 집회 과정에서 제기되는 논리, 주장 등은 박 대통령 퇴진이나 구속, 재벌 총수 처벌 등을 외치는 촛불집회의 그것과 차원도 다르고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다. 그런데도 종편 등 일부 언론은 두 집회에 대해 기계적 균형을 맞춘다는 식의 보도를 하면서 사회적 오해나 그로 인한 갈등 심화를 나몰라 하고 있다. 이 또한 심각한 기레기 언론의 모습이다.
정치권 또한 마찬가지다. 최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로 표현한 풍자화 '더러운 잠'이 국회의원회관에 전시되자 여권에서는 '여성 비하' '여성 폄하' '성폭력 수준' '성희롱'' '대한민국 국민 인격과 위상 훼손' '대한민국 국격 추락'이라는 비판을 쏟아내면서 전시회를 주선한 민주당 표창원 의원에게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표 의원은 소속 정당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당직 자격정지 6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런 국회가 탄핵반대집회에서 헌정 파괴, 중단을 요구하거나 국가보안법에 뿌리를 둔 종북 몰이라는 파괴적 언행이 횡행하는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손을 놓고 있는 검찰이나 경찰과 함께 한심한 일이다.
누구나 사상과 표현, 언론자유를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 자신의 판단이나 전망, 희망 사항을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관계에 부합해야 하고 남의 명예를 해치거나 구체적인 피해를 타인 또는 전체 사회에 주어서는 안 된다. 공포감을 조성하거나 불안을 야기하는 등 헌법 등에 보장된 사회적 평화와 안정을 해쳐서는 안 된다. 이런 범위 안에서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 탄핵 심리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다가오면서 비상식적인 행위가 급증하는 것은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정치 행위라는 측면도 있다. 그것은 유권자 편 가르기, 냉전논리와 매카시즘을 앞세워 부당이익을 취하려는 검은 계산의 결과일 수도 있다. 이런 후진적이고 공동체 파괴적인 행태는 더 이상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가 진보하느냐 퇴보하느냐의 중대 시점에서 등장한 이 사회의 병리현상을 제거할 근본적 조치가 요구된다. 21세기에 걸 맞은 법치가 확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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