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 운전석에서 바라본 풍경
이홍로
은근한 눈빛으로 나를 유혹하던 리스본 여인너무 좋은 여행자 숙소에서 푹 자고 일어나니 아침 7시 30분이다. 샤워하고 식당으로 가 보니 빵과 우유, 씨리얼, 버터, 쨈, 커피가 준비되어 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스페인 세비야로 가는 야간 버스를 예약했다. 버스를 예약하고 28번 트램을 타려고 광장으로 갔다.
여행 안내 책자를 보니 28번 트램을 타고 한바퀴 돌면 리스본 시내를 거의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트램은 정차를 하는데 28번은 승객을 태우지 않고 가 버린다. 트램마다 정차하는 정거장이 다른 모양이다. 우린 걸어서 해안쪽으로 갔다.
넓은 길 양쪽으로는 상가가 늘어 섰다. 가죽 모자가 있으면 구입하려고 했으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그리고 대부분 중국제 모자다. 길을 가는데 거리의 예술가들이 마치 동상처럼 분장을 하고 있다. 동전을 넣으면 미소를 지어 준다. 잠시 걸으니 해안가에 넓은 광장이 나온다. 우린 바닷가에서 와인을 한잔씩 마시며 쉬었다.
광장에서 28번 트램을 타고 시내를 구경한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내려 구경을 하고 다음 트램을 타고 이동을 한다. 어제 들렀던 상페드루 드 알캬타라 전망대를 지나 트램에서 내리는데 친구가 작은 배낭을 트램에 두고 내렸다. 배낭에는 그동안 여행하며 기록한 일기장과 점퍼가 있었는데 무엇보다 일기장을 잃어버린 것을 아쉬워했다.
친구는 광장에 있는 여행 안내소에 배낭 잃어버린 것을 신고했는데, 경찰서에 가 보니 수 많은 사람들이 여권 등 지갑을 잃어버리고 고생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친구와 나는 건물 모퉁이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친구는 배낭 분실 신고를 하러 여행 안내소로 갔다. 나는 2시간이 넘도록 친구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주변은 이미 다 구경을 한 곳이어서 돌아 볼 곳도 없다.
이 때 나이 지긋한 여인이 내게 다가 오더니 말을 건넨다. 나는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은근한 눈빛으로 나를 유혹한다. 아직도 순진한 나는 슬며시 다른 곳으로 걸어 갔다. 지금 그 때 일을 생각하며 따뜻하게 말이라도 받아줄걸 그랬나 생각한다.